마이 퍼스트 미스터
My First Mister, 2001

<마이 퍼스트 미스터>라는 왠지 의미심장한 제목이나 포스터 소개 문구를 보면,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두 남녀의 본격적인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외로운 17세의 소녀 제니퍼와 49세의 중년 랜달이 보여주는 관계는 남녀간의 열정적, 이성적 이끌림이라기 보다, 서로의 외로움에 공감하고 서로의 상황, 성격과 취향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형성하는 인간적, 가족애적 애착관계이다.
남녀 주인공의 나이 차가 큰 영화 중 <로리타>보다는 <레옹>에 가깝고, 두 사람 사이의 애정은 <레옹>보다 훨씬 담백하게 묘사된다. 영화는 고립되어있던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해가면서 타인을 보듬어 안는 법을 배우고 실천해가는 변화를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고, 그 변화는 기대치 않았던 감동과 울림을 남긴다. 따라서 영화가 줄 수 있는 잘못된 인상을 거두고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는 다면, 의외의 장소에서 반짝이는 보물을 발견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이답지 않은 어두운 소녀 제니퍼의 고독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은 각자 가진 개성에서 매력을 드러내고, 인간관계에 서툰 모습에서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낸다. 우선 여주인공 제니퍼는 또래의 풋풋한 여자아이와는 여러모로 다른 범상치 않은 캐릭터이다. 그녀는 얼굴 곳곳에 피어싱을 하고, 방안은 비밀 암흑 조직 보스의 제단 같이 어둡게 꾸며 놓았고, 스모키한 메이크업에 펑키한 차림새를 하고 있다. 시간이 나면 자신의 추도문을 쓰거나 공동묘지를 찾아가 누군가의 무덤 위에서 죽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이렇게 외모, 취향, 생각이 남들과는 다른 제니퍼는, 그런 다름으로 중무장하고 누구와도 마음을 깊이 나누거나 접촉하지 않고 살아간다.
사실 부모님이 이혼한 것 외에는 별 문제가 없는 가정에서 살고 있는 그녀가 마음을 닫아버린 이유가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영화는 제니퍼의 행동의 원인을 추적하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짐작해 보건대 제니퍼는 사랑하던 할머니의 죽음이나 친 아빠와 엄마가 이혼한 상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고, 엄마가 새로운 가정에서 새로운 아빠와 새로 찾은 행복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를 인정해버리면 그 이전의 가정에서 태어난 자신을 부정하는 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소녀, 아저씨를 만나다
이처럼 짐작되는 이유로 자신 안에 고립되어 버린 이 소녀는, 가시를 잔뜩 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더 이상 상처 받는 게 두려워 사람들과 깊이 엮이지 않으려고 하는 여린 마음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누군가에게 이해 받고,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을 속에 감춘 채 말이다. 이런 그녀의 마음을 발견하는 사람은 의외의 인물 랜달이다. 옷가게에서 일하던 제니퍼는 직장에서 해고된 뒤, 쇼핑몰에서 팬매직을 찾으려고 하지만 번번이 거절 당한다. 그녀는 쇼핑몰을 표류하다가 한 남성정장 매장에 들어가 그곳의 매니저인 랜달에게 일자리가 없는지 묻는다.

콧수염을 기른 중년의 아저씨 랜달은 코웃음을 치며 거절하지만, 야생 고양이 같은 이 소녀가 안타까웠는지 그녀가 피어스를 빼고 오면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 독립자금이 필요했던 그녀는, 다른 사람을 쫓아내는 무기이자 자신을 방어하던 방패였던 피어스를 뺀 뒤 랜달을 찾아가고, 랜달은 약속한 대로 그녀에게 창고에서 옷을 정리하는 일을 맡긴다. 제니퍼는 모두가 거절하던 자신에게 일자리를 준 랜달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를 망원경으로 관찰하기 시작한다. 덕분에 제니퍼는 그 또한 쉬는 시간에도 대화상대 없이 잡지만 들여다 보는 외로운 인물임을 알아채고, 자신이 즐겨가는 술집에 랜달을 데려가는 등 경계를 늦추고 다가간다.

너무도 다른, 하지만 꼭 같은 두 사람의 치유 일기
이렇듯 아주 조금씩 가까워지던 두 사람은 제니퍼가 가게에 있는 마네킹의 디스플레이를 요상하게 바꾸어 놓은 일로 다투게 된다. 이 때 제니퍼가 때때로 자신을 자해하고, 대화를 나눌 친구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랜달은 제니퍼와는 다른 이유로 다른 사람들과 깊이 관계하지 않으면서 살아왔지만, 앞으로도 살날이 창창한 어린 제니퍼가 타인과 애정을 나누는 방법도 모른 채 외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던 모양이다. 랜달은 제니퍼와 친구 비슷한 관계를 만들어가자며 자신을 자해하지 말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제니퍼는 이를 수락한다.
제니퍼와 랜달은 외모도 나이도 한참 다르지만 서로 닮은 꼴이다. 제니퍼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타인을 거부하고, 랜달은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여전히 타인의 온기를 그리워하며 망설이고 있다. 이렇게 서툴고 고독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은 항상 경계태세였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보다 쉽게 마음을 열도록 돕는다.
친구가 되자는 협정 이후 제니퍼는 랜달을 묘지에 데려가 죽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법을 알려주고, 랜달은 제니퍼가 집을 구할 수 있도록 제니퍼의 장점을 늘어놓으며 집주인을 설득한다. 두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함께 경험하고, 두려워하는 것을 함께 해결해 나가며 기쁨을 나누고 괴로움은 덜어내게 된다. 그렇게 무채색의 쓸쓸했던 삶에 서로가 등장하면서 제니퍼는 미소를 찾고, 랜달은 가게에서 물건을 진열하면서 춤을 추는 등 여전히 살아 숨쉬는 삶이 주는 즐거움을 느낀다.

상처를 감수할 만큼 값진 것
조금씩 상대방을 받아들이면서 외모, 표정, 행동에 생기가 도는 두 사람의 이런 모습들은 타인과 나누는 이해와 공감, 애정과 온기가 죽음과 두려움, 고독으로 가득했던 삶을 기쁨과 행복으로 바꾸어 놓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상처가 두려워 타인을 거부해온 사람들이나 바쁘게 살다가 어느 새 혼자가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타인과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정과 생각을 교환하며 애정을 쌓아가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물론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삶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는 건, 그 사람을 잃었을 때 큰 상처가 남는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로 인해 상처가 생기더라도, 또한 행복한 순간은 잠시뿐이었다 할지라도, 누군가를 삶에 받아들이고 그와 삶을 공유하며 성장해 온 일은 결코 헛되지 않다. 덕분에 삶을 그 이전보다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법을 깨달았고, 함께 했던 추억과 온기는 바람처럼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리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마이 퍼스트 미스터> 이런 메시지를 전하며 관객들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누군가의 언 마음을 간질이는 첫 번째 인물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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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는게 두려워 인간관계에 소극적인 사람
너무도 다른 주인공들 사이의 케미를 좋아하는 사람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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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소로우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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