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티아고
Ich bin dann mal weg , Im Off Then , 2015

나를 일으켜 세우는 800km, 42일간의 여정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줄리아 폰 하인츠 감독의 작품<나의 산티아고> 입니다. 헐리우드 영화 등에 비하면 많이 알려지진 않은 독일 작품인데요, 국내에서는 타인의 삶을 통해 많이 알려진 배우 마르티나 게덱과 데이브 스토리에소브, 카롤리네 슈허가 주연을 맡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독일 최고의 스타인 하페 케르켈링이 야고보 길을 순례여행한 기록,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를 원작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인기 코미디언 하페가 과로로 쓰러지면서 큰 수술을 받게 되고, 수술 후 갖게 된 긴 휴가가 낯설기만 한 하페는 무기력에 빠져 지내던 중 돌연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기로 결심합니다. 첫 날부터 폭우와 허름한 숙소, 불면의 밤까지 고통을 동반하는 여행을 시작한 하페의 일정을 따라가고 있는데요, 다소 단순한 이 줄거리를 영화는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동안 지루하지 않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장르를 굳이 정하자면 트래블 무비라 할 수 있는데요, 보통의 트레블 무비, 즉 여행에 대한 작품들이 아름다운 풍경, 근사한 먹거리 등 시각적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보여주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작품의 경우 이러한 영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하페가 순례 여행을 떠나면서 보여지는 모습만 봐도 잘 알 수 있는데요, 출발하자마자 쏟아지는 폭우, 거기에 엉망인 숙소, 발 가득한 물집 등 순례길에 대한 환상이 깨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페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이 영화를 따라가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힐링되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가 걷는 순례길은 모두가 근사한 풍경이 있지도, 그렇다고 아주 편안하지 않게 그려지는데 말이죠.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하페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만 나오는, 환상 속에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가까이 있는 그 누군가의 이야기로 다가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페가 떠난 이유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일에 치여 몸이 망가져버리고, 나만을 위한 휴식 시간을 위해 산티아고로 떠난 그의 모습은 지금 일에 치여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우리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보였거든요.
신에 대한 물음, 더 나아가 자아성찰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라면 주인공이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결국은 이루어내는 그런 식의 방향으로 이루어지겠지만, 이 작품에서 하페는 이러한 보통의 패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페는 허름한 순례자 숙소가 마음에 안든다며 호텔에서 잠을 자고, 버스를 타고 다음 코스로 이동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영화의 후반으로 갈수록 스스로 걷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는 모습이 나오긴 하지만 말이죠. 이런 하페의 모습들도 개인적으로는 현실적이었다고나 할까요?

즉, 다소 무겁게 다가갈 수 있는 주제를 가볍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큰 매력 중 하나로 작용한다는 것이죠. 더불어 하페의 담담한 나레이션도 지쳐있는 이들에게는 큰 위로를 주고 있고요.

이 길은 깨달음의 길이다. 하지만 깨달음이 늘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내게 깨달음이란 꼭 지나야 할 문이다. 두려워하면 안된다.
하지만 열망해서도 안 된다.
한걸음씩 무심히 내딛다보면 길은 어느새 지나갈 테니까,
아무것도 바라지 말 것,
두려워하지 말 것,
기대하지 말 것.
이게 행복의 열쇠일까?
이 대사가 영화의 주제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누군가에게는 이 작품이 종교적인 의미로 다가오겠지만, 지금 지쳐있는 누군가에게는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 걸어야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하던 하페가 결국 그 길을 완주해내고, 신과 만나고,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니 말이죠. 열혈 기자 레나, 뭔가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스텔라, 그리고 하페가 순례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많은 순례자들과의 만남, 영화 속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함께 바뀌는 순례길의 다양한 풍경들은 하페와 함께 진짜 순례길을 완주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해주는데요,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는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네요.
가벼운,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그런 작품입니다. 하페와 함께 산티아고로 간접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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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무비를 좋아하는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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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희나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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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제자, 야곱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으로 뻗은 약 800km의 순례길. 신의 대답을 구하기 위해 그 긴 길을 걸으며 고행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나의 산티아고>는 사뭇 엄숙해 보이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배경으로, 한 남자의 담백한 여행기를 풀어나가는 영화다. 독일의 인기 코미디언 하페 케르켈링이 실제 산티아고를 찾았던 경험을 녹여 쓴 에세이가 원작이다. 혼자 떠난 여행의 사무치는 외로움부터 ‘이 생고생을 왜 사서 하는 걸까’ 여행 내내 드는 의구심까지 여행자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친근하고 가벼운 에피소드들이 영화 속에 녹아있다. 열악한 숙소에서 쪽잠을 청하고, 발이 부르트면서까지 그들이 걷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여정 내내 하페의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면서 결국 구원은 신이 아닌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취재 때문에 산티아고를 찾은 여기자와 딸을 잃은 아픔을 겪은 엄마까지,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들과의 만남은, 목표를 완수하는 것보다 함께 걸어가는 삶이 더 빛난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도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에 대한 로망을 자극하며 가볍게 힐링 하기 좋은 영화다. 다만 메시지부터 연출까지 특별할 것 없이 지극히 무난하다는 점이 단점이다.
2016년 7월 7일 목요일 | 글_류지연 기자 (jiyeon88@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