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울프팩
The Wolfpack, 2015
<더 울프팩>은 14년 동안 뉴욕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거의 갇힌 채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온 7명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간의 자유와 저항정신, 상상력의 힘 혹은 세상과 가족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나 두려움의 폐해 등을 다루고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감독 ‘크리스탈 모셀’이 3년간 이들 곁에서 머물며 촬영한 이 다큐는 선 댄스 영화제에 출품되어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고, 많은 반향을 일으키면서 아이들을 세계 곳곳에 초대되는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잘못된 양육 신념의 희생자들 이 다큐멘터리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의 한 장면을 완벽히 재현하는 아이들을 비추며 시작한다. 그런데 그저 영화를 따라 하는 취미를 가진 영화광처럼 보이는 평범한 이 아이들에게는 숨겨진 사연이 있다.
아이들의 모습을 조용히 관찰하고, 주요 인물들을 인터뷰하면서 진행되는 다큐는 이들이 아프리카 외지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로 살아가는 희귀 부족처럼 살아왔다는 사실을 점차 밝히기 시작한다.
페루인 아버지와 미국 중서부지역의 농장에서 나고 자란 히피 어머니는 바깥세상이 위험하며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서 14년 동안 홈스쿨링만 하며 아이들을 집안에서 키워왔다. 특히 아버지 ‘오스카’는 아이들은 물론 부인인 ‘수잔’에게도 마음대로 외출하지 못하게 했고, 아이들이 마음대로 어떤 방에 출입하거나 나가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오스카는 바깥세상의 안 좋은 것들에 자녀들이 영향을 받지 말고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의도 이었지만, 지나친 걱정과 두려움에 기반을 둔 양육방식은 아이들에게 감옥에서 사는 것과 같은 생활을 강요한 셈이다.

영화라는 창으로 세상을 보다 이런 아이들에게 있어 유일한 탈출구는 ‘영화’ 이었다. 거의 5000편에 달하는 영화들을 섭렵해온 아이들은 영화 속에서 세상과 삶을 배웠고,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으며, 구속되어있는 지루한 삶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 영화를 재창조 해왔다. 이들은 영화 대본을 오래된 타자기로 모두 받아 적고 각자 영화 속의 특정 캐릭터들을 맡아 연기를 하고, 영화 소품과 의상 또한 만들어 촬영을 하기도 하고, 나아가 스스로 대본을 만들기도 했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허용 되었던 것은 상상과 생각의 자유뿐이었고 아이들은 영화와 함께 그 정신적 자유를 백분 활용해 온 것이다.

한편 어머니 수잔은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숨 쉬고 뛰놀며 살기를 바랐지만, 일을 하지 않는 오스카 대신 홈스쿨링을 하며 정부 보조금을 받는 형편이기에 현재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불만은 계속 쌓여가던 중이었고, 아이들 또한 점차 자라면서 아버지의 방침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날 형제 중에 셋째인 ‘무쿤다’는 한 영화를 본 뒤 자신의 세계에서의 탈출을 결심하게 된다. 그는 아버지가 집을 비운 사이 마스크를 쓰고 충동적으로 집밖에 나가고, 집에 돌아온 뒤에는 아버지에게 다시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크리스탈 모셀'감독과의 영화 같은 만남 그리고 형제들과 함께 <저수지의 개들>의 캐릭터들처럼 양복에 선글라스를 끼고 뉴욕거리를 내달린다. 그 역사적인 집단 탈출의 날, 감독 ‘크리스탈 모셀’은 독특한 차림새의 이 아이들이 자신을 달려 지나치는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이들을 뒤쫓는다. 신호등에서 이들을 따라잡은 모설은, “안녕”하고 말을 건 뒤 어디서 왔냐고 물으며 대화를 시작했고, 형제들 중 고빈다가 그녀에게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냐고 묻자 영화감독이라고 대답한다. 영화로만 세상을 배워온 형제들의 첫 집단외출 날, 처음으로 이들에게 말을 건 사람이 영화감독이라니 참으로 영화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모셀은 영화에 대한 공통된 관심을 토대로 이들과 친구가 되었고, 여름 동안 이들과 함께 뉴욕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카메라로 일상적인 모습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중엔 이들의 아파트에 초대 되면서 이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게 되고 이를 다큐멘터리로 담는 것을 허락 받는다. 다큐멘터리에는 이런 모든 사연들과 함께 아이들이 아버지의 세상에 대한 왜곡된 관점 때문에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그 부자유한 삶 속에서 어떻게 고통 받아왔고, 어떻게 그 부자유를 달려왔는지가 기록 되어있다. 또한 오스카가 그런 선택을 했던 이유, 수질이 아버지와 아이들의 중간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해왔던 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을 때 진정으로 자유롭다 이로써 다큐멘터리가 전하려는 것은 그저 단순히 ‘세상의 이런 일이’에 나올법한 별난 가족이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들이 아버지의 강제적 방침을 어쩔 수 없이 따르면서도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일을 멈추지 않아온 점은, 아무리 몸이 갇혀있거나 물리적 강압 속에서 살아가야 할지라도 정신만큼은 외부적 억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그런 자유로운 정신은 결국 억압과 강제로부터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또한 인간 본성에 내재한 불확실한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다는 사실도 드러나 있다. 이 형제들처럼 아파트에 갇혀 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간다 한들, 세상에 발을 딛고 섰을 때 일어날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두려워 자신의 방안에만 머문다면 감옥에 갇힌 듯 사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 두렵다거나 상처받기 싫다는 이유로 자신의 가능성과 자아를, 인간관계와 세상을 스스로 제한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두려움이란 위험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생존에 필수 불가결한 본성이기 때문에 그것을 완전히 떨쳐 낼 수는 없다. 하지만 두려움을 줄이는 방향으로만 인생의 중요한 일들을 선택한다면, 즉 안정과 확실성에만 머문다면, 시도 되지 않은 가능성들이 우리를 이끌어 도달하게 했을 자아의 확장과 무수히 많은 성취, 기쁨을 놓치게 된다. 진정한 의미의 자유란, 자유국가에서 태어나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런 두려움의 손쉬운 유혹에 저항하며 세상과 인생의 탐험해 나갈 때 비로소 가능하다.
<더 울프팩>은 오스카를 통해 인간의 근본적 특성인 ‘두려움’을 드러내고, 아이들을 통해서는 그 두려움을 극복해내고 마는 인간의 자유를 향한 의지와 그것이 가진 힘을 보여주며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 그렇기에 이 다큐는 그저 영화같이 독특한 이야기를 넘어서, 인간 본성의 나약함과 강인함에 대한 고백이며, 무기력해 보였던 인간들이 그 나약함에 저항하고 자신의 세상을 넓혀가며 성장과 자유를 성취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감동적인 초상화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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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실화를 좋아하는 사람
어떤 일을 할 때 두려움, 걱정이 많은 사람
영화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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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소로우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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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명의 형제가 영화 <대부>와 <저수지의 개들>의 대사를 줄줄 왼다. 아직 어린 여동생은 구경하고, 소년들이 각자 하나씩 역할을 맡아 합이 착착 맞아 떨어지는 연기도 선보인다. 그들은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1년에 세네 번, 적게는 한 번 밖에 외출하지 않고 십 수년을 살았다. 5천여 편이 넘는 영화 DVD를 몇 번이고 돌려보는 일이 유일한 취미였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들의 삶은 외부 세계에 대한 강한 경계와, 자기 스스로에 대한 과장된 믿음을 품고 있는 아버지에 의해 조종된 것이다. 영화는 그러나 때로 아내를 폭행하고 줄곧 아이들을 집에 가둬놓은 아버지의 만행에 집중하는 고발식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뒤늦게 세상과 마주하게 된 형제가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담아낸 드라마다. 워낙 특이한 사건을 다루기에 이야기는 그 자체로 힘이 있는 편이다. 다만 한정돼있는 형제들의 일상이 조금씩 확장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영화 전반의 흐름이 길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크리스탈 모셀 감독의 데뷔작이며, 제31회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2016년 9월 18일 일요일 | 글_박꽃 기자 (pgot@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