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릴랜드

뱅상(마티아스 쇼에나에츠)은 아프가니스탄 전투에 참전했던 용병으로 지금은 보안 업체에 있는 친구를 통해 일감을 얻어 생활을 하고 있다. 전쟁 후유증으로 인해서 스트레스성 장애 때문에 약을 먹고 있는 처지의 그는 과묵하면서 진지한 스타일이다. 친구는 매릴랜드라는 대저택에서 열리는 파티 행사에 경호일 을 하루 맡아달라는 부탁으로 다른 조직들과 함께 경호에 충실한다.
한편 대저택의 파티 이후 1주일간 이 집 주인의 부인과 아들을 경호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대로 더 저택에 머무르게 된다. 집을 비운 남편을 대신해서 부인과 어린 아들을 경호하게 된 뱅상은 남편의 일로 인해서 이들 가족이 위협에 처해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꼼꼼하게 집안의 보안을 점검하고 CCTV를 들여다보며 매순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뱅상.

근처 해변에 나들이를 간이들을 납치하려는 무리들로부터 안전하게 구해낸 뱅상은 이제 집으로 쳐들어올 이들을 대비하여 친구를 부르고 이들은 다른 안전한 곳으로 떠날 것을 준비한다. 그 와중에 뱅상의 마음에는 부인과 아들을 단순히 경호하려는 마음보다 더 큰 감정이 일고 있음을 감지한다. 대저택을 위주로 보이지 않는 위협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미혹의 애정은 과연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이 영화를 보디가드가 나오는 액션 영화일 줄 알고 접근했다면 큰 실망을 할 것이다. 영화 중반을 지나서도 어떤 액션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뱅상의 실력을 엿볼 수 있는 납치 장면에서도 매우 투박하고 건조하게 총격이 이뤄진다.
즉, 영화는 액션을 보여줄 듯 하면서도 끝내 뒤로 감추면서 액션보다 더한 스릴을 제시한다. 감정 선을 두드리는 음악과 함께 주인공들의 긴장된 표정, 대저택이라는 답답한 배경을 사이로 영화는 뜻밖의 스릴러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 스릴러를 지탱하는 힘은 의외로 서서히 피어나는 뱅상의 애정이다. 서로 이름도 모르고 그저 집주인과 고용된 경호원이라는 신분 간극만으로 거리를 유지하던 이들이 납치사건을 계기로 통성명을 하고 이제는 서로 보호하고 보호해줄 것으로 믿어야 하는 관계로 발전해간다. 1주일만 지나면 끝날 계약관계가 좀더 길어질 것을 예감하면서 이들은 적들의 위협을 온몸으로 느끼는데 그 과정이 매우 긴장된다. 게다가 전쟁 이후에 군인들이 겪는 외상 후 장애를 겪는 뱅상의 증상은 이 상황이 매우 유리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지경임을 말해준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쥐고 흔들리는 뱅상을 본 부인 제시는 보호받는 역에서 역으로 보호해주어야 할 것 같은 동등한 입장으로 변모하게 되는 계기를 맞는다.

뛰어난 실력으로 적들을 제압하면서 안전하게 의뢰인을 지켜내는 보디가드 영화는 널려 있지만 보디가드가 무언가 힘들어 하면서 어렵게 지탱해나가는 걸 보여주는 영화는 많지 않다. 주인공 뱅상역을 한 마티아스 쇼에나에츠는 그런 면에서 매우 뛰어난 표정 연기를 보여준다. 눈치를 보면서 식사를 하고 좁은 방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꼼꼼하게 보안을 체크하는 그의 듬직한 모습은 믿음이 가지만 어딘가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게 하는 이중 감정도 만들어낸다. 바로 그의 우직한 눈빛 덕분이다.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에서 스파이 여군으로 매력을 뽑냈던 다니엘 크루거를 기억하는 관객은 여주인공 제시가 바로 그 다니엘 크루거임을 알아채는데는 꽤 오래 걸릴 것이다. 아이 엄마로 나온 그녀의 자태는 매우 자연스럽고 연륜이 보인다. 하지만 불안감 때문인지 잠을 자지 못하고 줄담배를 피워대는 장면에서는 여지없이 <바즈터즈 : 거친 녀석들>에서 보여준 담배를 피며 게임을 하던 그녀의 모습을 재연해준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우아하고 강직한 여주인공 모습이다. 영화 중간에 독일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부분에 이르면 <바즈터즈 : 거친 녀석들>의 그 장면들이 더욱 생생하게 떠오를 것이다. 독일어 유창하게 말할 수 있나요? 묻는 뱅상의 친구의 질문에 그렇다, 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귀여울 지경이다.
그리고, 결국 집안에 들어온 적들을 제압하는 뱅상의 활약은 위에서 말했듯이 건조하고 무뚝뚝한 액션이다. 아니 액션이라고 하기엔 몸싸움에 불과하며 뱅상의 우직한 행동과 잘 어울리는 경호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니 영화는 처음부터 액션이 아니었고, 영화는 흐름은 그 과정 속에서 긴장을 주는데 힘을 쏟는다.

의외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가슴이 답답하면서도 수긍이 가기도 하다. 그게 무엇인지는 영화를 다 보고 말해야 이해가 될 것이다.
영화는 그렇게 상냥하지 않지만 수다스럽지도 않다. 뱅상의 시선으로서만 진행되고 제시의 마음은 그리 많이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시의 마음을 감지해낼 수 있는 어떠한 단서도 보이지 않았으니 당연한 말일 것이다.
큰 액션없이 이렇게 말끔하게 스릴러 한 편을 만들어내는 것도 재능이다. 여성 감독 앨리스 위노코는 익숙치 않은 이름이지만 각본상을 받은 이력으로 보아 시나리오에 보다 힘을 쏟는 스타일임을 짐작케 한다. 그래서 이 영화 <매릴랜드>는 상영 내내 가슴을 무겁게 하는 음악과 불안감 사이에서 차라리 어서 적들이 쳐들어오기를 바라게 만드는 반대 심리도 만들어낸다.
그게 감독이 의도했던 시나리오의 목표였다면 거의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느낌이 어떤 것인 것 궁금하다면 한번 천천히 영화를 관람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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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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