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에르토
Desierto , 2015

최근 사막에서의 생존을 다루는 영화들이 몇 편 있었다. 마이클 더글라스의 <더 리치>는 극한으로 치닫는 추격과 사막이라는 뜨거운 공간의 공포속에서 돈 있는 자와 젊은이의 일방향적 스릴러로서 매우 긴박감 있는 영화였는데 밋밋한 결과가 좀 아쉬웠다. 마이클 더글라스에게 쫓기던 젊은이 제레미 어바인은 작렬하는 태양빛 아래에서 온 피부가 다 벌겋게 화상을 입고 물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지쳐가는 모습이 생동감있었다.
그 이전에 나온 영화 <히트 스트로크>는 아예 아프리카 초원으로 장소를 옮긴다. 사막은 아니지만 끝없는 초원에서 벌어지는 거친 추격과 도망에서 주인공들은 성인 여자와 10대 소녀라는 점에서 좀더 위태로운 생존 본능을 드러낸다. 이런 영화들이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을 배경으로 하는 이유는, 극한으로 몰릴 수 밖에 없는 공간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능력은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을 적시하게 만드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춥거나 덥거나 반드시 옷을 입어야 하고, 물을 먹어야 하며, 피부는 약하다.

반면 동물은 그 자체로 털로 보호되어 있고 추위와 더위에 내성을 가지고 있기에 인간보다는 더 생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사막과 동물들보다 더 큰 위협은 바로 악인으로 둔갑한 인간이다. 무기와 자동차를 가진 인간에게 유약한 인간은 동물을 죽이는 것보다 더 쉬운 사냥감이다. 여기서 바로 그 비극과 추격과 반전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 영화 <디시에르토>는 위에 열거한 사항들을 고스란히 가져오면서 악인 캐릭터에 대한 능력치를 더 배가시켰다. 그 점이 바로 <디시에르토>의 독특한 구분점이다.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 미국으로 몇몇 사람들과 밀입국을 하던 모세(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음산하고 무언가 튀어나올 듯한 국경 근처에서 어디선가 날아오는 총알로 일행들이 하나씩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다. 무엇 때문인지 정확하게 영화 속에서 표현되지는 않지만 밀입국자에 대한 증오와 분노로 사로잡혀 있는 샘(제프리 딘 모건)은 아무런 망설임없이 밀입국자들을 쏴죽이는 일에 몰두하는 킬러이다. 사냥개와 장총으로 중무장한 샘에게 민간인들은 같은 인간이 아니라 반드시 죽여야 할 대상물일 뿐이다.
그렇게 사막 속으로 자꾸만 쫓기게 된 모세는 쫓기는 것도 쫓기는 것이지만 이제부턴 사막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아들에게 줄 인형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게 될 지경이다.
보는 내내 헉헉 목이 마르는 갈증을 느끼게 만드는 사막과 묵묵하게 뒤쫓는 킬러들 사이에서 모세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미국 대선주자인 트럼프는 밀입국자들에 대한 공공연한 비난과 증오심을 표출했는데 그런 감정이 미국인들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밀입국자들에 대한 감정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이 대선주자의 입에서 표현되고 그리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반감정에 대한 통제는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국경을 넘어 목숨을 담보로 하는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넘어오는 것이고 어디서든 죽게 될 거라면 한번의 시도는 해볼 것이라는 용기로 미국으로의 잠입을 꾸준하게 시도하게 된다.
영화는 밀입국자에 대한 시선으로 출발하지만 사실 그런 비중은 크지 않다. 감독 조나스 쿠아론도 그렇고 주연인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도 역시 밀입국자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영화 자체로는 추격 생존 영화로만 보아도 무관하다. 그래서 영화의 마케팅 용어는 <그래비티> 제작진이 만든 생존 영화라고 내세우는데, 그 정도도 접근하는 것도 재밌게 볼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다만 킬러 샘이 어떤 사연으로 그렇게 밀입국자에 대한 차가운 자세를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부연 설명이 부족한 탓에 무지막지 하긴 하지만 샘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가 진행된다. 다만 그의 무감정한 표정과 본인도 지쳐가면서도 어떤 맹세에 대한 신의를 지키기 위한 것 같은 불편한 성실함으로 끝끝내 추격하는 모양새는 사막의 공포에 더하여 인간의 공포를 가져다 준다.
<더 리치>에서 악인 매덕이 고가의 벤츠 트럭에서 멋지게 커피를 내려 마시고 식사를 하며 캠핑을 이어가는 모습은 졸부들에 대한 반감을 단박에 가져다 주지만 <디시에르토>에서의 킬러에 대한 느낌은 그냥 그런 나쁜놈 정도에서 머무르면서 어서 빨리 반전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들게 한다.

한편 동적인 생존기에 비해서 정적인 생존기는 그 유명한 <127시간>이 있는데 <127시간>의 주인공 제임스 프랭코와 이 영화 <디시에르토>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캐릭터가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은 극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목표의식과 본연의 본능이 동일감을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유약한 인간이 역경을 헤치고 결국은 살아남는다는 위대한 승전보 스타일에서 잃어버리지 않는 불굴의 의지야 말로 최종적인 인간의 덕목이라는 점을 다시한번 새기게 되는 영화이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가 서늘하다면 사막에서 달리는 인간의 생존기를 간접 경험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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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영화 매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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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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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에르토>는 <그래비티>를 만든 멕시코 대표감독 알폰소 쿠아론이 제작하고, 그의 아들 조나스 쿠아론이 연출해 주목 받은 작품이다. 사막이라는 극한환경 속에서의 생존기라는 점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생존드라마인 <그래비티>가 떠오를 수 밖에 없다. 감독은 배경과 인물에 대한 설명, 그리고 대사를 최소화한다. 대신 암석과 흙뿐인 광활하고 척박한 사막에서 벌어지는 추격에 집중한다. 여기에 ‘내 집’에 들어오려는 불법 이민자들을 가축대하듯 죽이는 원주민의 배타성, 시간이 지날수록 전복되는 사냥꾼과 이민자의 상황을 통해 최근 미국사회의 사회적인 이슈를 담아낸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가 와 닿기에는, 영화적 매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이 아쉽다. 추격전의 긴장감이 생각보다 높지 않고,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데 인색한 탓에 영화 속 이야기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 결국 남는 것은 황량한 사막의 이미지와 그 속의 허무한 추격이다. <디시에르토>는 강렬한 영화적 체험을 통해 주제의식을 은유적이면서도 탁월하게 구현했던 <그래비티>에 비하면 아쉬운 작품이다.
2016년 9월 30일 금요일 | 글_류지연 기자 (jiyeon88@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