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라이프
桃姐 , A Simple Life , 2011

피를 나눈 부모 형제간에도 등을 돌리는 세상에 40년 동안 한 가정을 보살핀 하녀와 자신의 삶을 마무리 하는 한 여성의 곁에서 친 아들처럼 그의 곁을 지켜주는 남자의 이야기가 훈훈하게 다가온다.
소개할 영화 <심플 라이프>는 '황비홍'과 '천녀유혼'등을 제작한 홍콩의 유명 프로듀서 '로저 리'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성감독이자 홍콩영화의 황금기를 주도적으로 개척한 '허안화' 감독의 연출로 완성되었다. '황금시대'나 '반생연' '남인사십'등 많은 작품들 속에 여성의 삶을 주로 다뤄왔던 경력이 영화 <심플 라이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실화를 다룬 대부분의 영화들이 재미를 위해서 줄거리를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굉장히 단순한 스토리로 이어나가며 주인공의 지극히 평범한 삶을 담백하게 그려낸다는 점에서 편하게 감상할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의 제목과도 딱 맞아 떨어지는 주인공 아타오(엽덕한)의 삶 속에는 욕심이 하나도 없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맡은 일을 수행하고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전부이다. 심플하고 담백한 영화, 하지만 그속에는 인생의 깊은 맛과 삶의 의미가 담겨져있고 초연하게 인생의 마지막순간을 맞이하는 한 여인의 고독과 쓸쓸함이 묻어난다.

홍콩의 유명한 프로듀서 로저의 집에는 60년 동안 집안일을 책임져왔던 가정부 아타오가 있다. 로저가 태어나고 자라온 모든과정을 지켜보고 돌봐준 그녀는 배불러 낳지는 않았지만 친 아들이라고 해도 무방할만큼 정성을 다해 키웠고 로저 또한 부모님과 같이 지낸 시간보다 로저와 함께한 시간이 많아서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고있는지 알만한 정도이다. 소 혓바닥 요리를 해달라는 로저에게 건강을 생각하라며 꾸짖는 모습을보면 여느 가정집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해주는 말과 꼭 닮아있다.

가족들이 모두 미국으로 떠난 후 혼자 남겨진 로저는 외로울법도 하건만 바쁜일과를 마치고 집에 올때면 언제나 좋아하는 음식들로 식탁을 가득채워주는 아타오가 있어서 든든하기만 한데 정작 맛있게 음식을 준비한 아타오는 주방의 한쪽 귀퉁이에서 남은 반찬으로 끼니를 때우곤 한다.
수 십년의 세월을 그랬듯이 언제나 곁을 지켜줄것 같던 아타오도 나이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중풍으로 쓰러지면서 요양원에 입원하게 되자 로저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곁에 있을때 느껴보지 못했던 소중함과 그동안 아타오가 얼마나 많은것을 베풀고 살아왔는지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이다.

로저에게 짐이 되기 싫어 요양병원을 자처해 찾아간 아타오는 자신이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결국엔 현실에 받아들이고 점차 적응해 나간다. 물론 양아들을 자처한 로저의 보살핌이 큰 힘이 됬지만 자신보다 더 심한 고통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연명해 나가는 환자들을 보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상쇄 시킬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속에서 보여주고자 하는것은 로저와 아타오의 애틋한 관계뿐 아니라 병원에 입원중인 여러 환자들의 상황을 보여주며 전 세계적으로 사회문제가 되고있는 노인 복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자식들에게 외면받고 남은 여생의 하루하루를 작은방에서 부데끼며 살아야하는 노인들의 모습은 이제 결코 남의일로만 치부할수 없을만큼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서 있다. 바로 나의 할머니의 모습일수도 있고 자식들 걱정에 한 평생을 허비한 부모님의 모습일수도 있다. 이미 이러한 변화들은 시작되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는 사람들을 쉽게 접할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시설이 좋은 병원에서 보살펴준다고 한들 가족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를 어떻게 위안 받을수 있겠는가. 영화 <심플 라이프>에서는 외롭고 힘든 상황속에서도 가족처럼 보살펴주는 로저가 있어 행복하게 생을 마감하는 아타오의 모습을 보여주며 무관심속에 지나쳐버렸던 주위사람들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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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의미가 담겨져있는 따뜻한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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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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