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인 더스트
Hell or High Water , 2016

제프 브리지스를 좋아해서 그냥 무작정 본 영화였다. 영화 '더 브레이브'를 가장 좋아하는 나로서 서부의 제프를 다시 본다는 것은 선택지가 없었다. 무조건 봐야 할 영화였다. 포스터를 보는 순간 일을 마치고 미친듯이 뛰어가 겨우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상영관이 많지 않기에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보고 난 후, 한해 최고의 영화는 이렇게 아무 정보 없이 마주해야 볼 수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늑대아이'를 봤을 때도, '멜랑꼴리아'를 봤을 때도, '빅쇼트'를 봤을때도 그랬듯.
일단 이 영화는 정통적인 고전 할리우드 영화들을 생각나게 한다. 개인적으론 서부극 보다는 70~80년대 유명했던 범죄 영화들이 자꾸 생각난다. 딱히, 하나를 뽑을 순 없고 그냥 그것들 사이에 있는 느낌이다. 물론 텍사스라는 고장 자체의 특성과 총질을 하는 장면들 때문에 서부극의 느낌도 물씬 풍긴다.

플롯의 구조는 굉장히 단순하다.
쉽게 말해 두 형제가 빚을 갚기 위해 은행을 터는 내용이다. 이건 영화에서 장,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플롯이 단순하면 스토리가 명확해지는 반면 지루하거나 진부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영화는 곳곳에 숨어 있는 블랙 코미디 적 요소로 장점으로 극대화 시킨다. 특히 캐릭터 모두 대사가 매우 좋다.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그 고급진 비꼼의 정수란!
이야기 인물들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뉜다. 한 부류는 주로 등장하는 주인공 형제들. 도둑질을 하고 형사로부터 달아나는 그들이다. 또 한 부류는 그들을 쫒는 경찰 2명. 재미있는 것은 이들은 카우보이 경찰이며 똑똑하거나 실력이 좋은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것이다. 되려 조금은 우둔해보이고 혹은 지루해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경찰들이 가진 매력은 그 어리바리함에도 도둑을 잡기 위해 멈추지 않는 일에 대한 열정과 사소한 농담 따위로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누구보다 캐릭터를 잘 살린다고 생각하는 제프 브리지스라고 생각되는데, 이 영화에서는 인디언 인으로 나오는 다른 경찰인 캐빈 랜킨의 연기력도 굉장히 좋다.
도둑 형제로 나오는 인물인, 스타트렉의 스타 크리스 파인의 변신도 눈여겨 볼만 하다. 늘 보는 선한 영웅의 이미지에서 깊으면서도 거친 남자의 이미지 전환도 매우 놀랍다. 형인 하워드 역의 벤 포스터는 말할 것도 없이 매력적이다.
이처럼 단순하면서도 재밌는 플롯, 스타 배우들의 새로운 변신, 매력적인 캐릭터 등을 모두 갖춘 영화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느끼는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다른 것에 있다.

그것은 바로 영화의 전체 철학이라고도 볼 수 있는 '아이러니'다.
일단 영화의 시작,(그러니까 주인공들이 은행을 터는 일) 그 행적을 쫒아가보면 그형제들이 강도짓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빚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의 대사와 행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전에 봤던 영화들과는 격이 다르다. 그들의 빚은 조금 다르다. 그들은 미국의 최대 금융부도 사태인 리먼 사태의 피해자들이다. 은행이 만든 악마의 속삭임으로 대출을 받았으나 그것이 곧 허상이었고, 후회 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거지가 된 그 사태, 그 속에 포함되어 있던 형제다.
결국 그들이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그 돈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완전 빈털털이가 되어 현실적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 강도짓은 그렇게 시작 되었고 결국 형제는 범죄자가 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그들을 강도가 되게 한 것은 정부와 은행들이다. 알다시피 리먼 사태를 만든 정부는 방관, 아니 심지어는 모기지 같은 상품에 등급에 A이상을 주며 추천까지 했다.
2008 미국 금융 부도사태에 대하여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은행이라는 곳은 사람들의 대출이 늘어 날 수록 돈을 버는 곳이다.(늘어나는 이자) 이 때문에 은행은 늘 새로운 대출 상품을 만들려고 혈안이다. 여튼 그 상품 중 하나가 모기지라는 것인데, 이것은 사지도 않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뒤 그 집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 집을 완전히 갖게 되는 것은 20년이나 그 후가 될 수도 있다. 그냥 이론적으로만 봐도 뭔가 불안한 것처럼- 결국 보이지 않는 돈이 불고 불어, 거품이 펑 하고 터지게 된 사건이다. 이 영화에서는 이 모기지론을 역으로 하는 상품인 역모기지론(반대로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에 가입한 어머니 때문에 그 돈을 상환해야 하는 형제들이 주인공이다.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고 함께 잘 살기 위해 있는 정의로운 기관이 되어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지 못하다. 결국 궁지에 몰린 인물들이 할 수 있는 정부가 만든 법을 위반하는 일. 또 그 일을 해야만, 빚을 갚고 국민으로 제대로 살 수 있는 이 아이러니. 이 영화의 빛나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고 슬프고 아련했다는 평이 많다. 물론 영화가 가진 이야기 분위기 때문 일 수도 있지만, 이런 배경지식을 알거나 모르거나 대부분 사람들은 아마 느낄 것이다. 그들이 왜 강도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그들을 보고도, 알고도 묵인한 사람들은 왜 그렇게 했는지를.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끝나자, 최근 일어나는 대한민국의 정세가 떠올랐다. 정부는 왜 있는 걸까. 그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청와대는, 대통령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엄청난 아이러니의 한 가운데 살고 있다.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하는 정부와 대통령이 그 반대에 위치하고 있는 이 슬프고 우울한... 아이러니, 그것을 매우 잘 보여주고 있는 올해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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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극을 좋아하는 사람들
깊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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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sung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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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더스트>는 텍사스를 배경으로 은행 절도행각을 벌이는 두 형제를 통해, 땅 위에서 이어져온 시대와 역사의 비극을 담은 작품이다.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에서 치밀한 전개로 긴장감을 선사했던 각본가 테일러 쉐리던이 이번에는 절제된 범죄 스릴러를 선보인다. 두 형제는 생활고로 인해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농장까지 빼앗길 처지가 되자 연쇄 은행강도를 기획한다. 은퇴를 앞둔 베테랑 보안관과 인디언 출신의 신예 보안관은 이들을 추적한다. 영화는 150년전에는 자신의 것이었던 땅을 빼앗긴 인디언과 가난의 고리를 끊을 수 없는 형제를 통해, 총과 자본으로 이어져 온 수탈의 역사를 담아낸다. 영화 속 널따란 텍사스의 황량한 평원은 그 자체로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역사의 비극을 내내 환기시킨다. 낡은 식당과 텅 빈 거리들 역시 지나간 것들에 대한 상념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로 쓰인다. 현대의 서부극으로서 절제된 작법이 돋보이지만 텍사스의 지평선과 석양을 담는 영상, 음악들은 낭만적일 만큼 감성적이다. 제프 브리지스의 연기가 명불허전이고, 크리스 파인은 외모보다 돋보이는 생에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2016년 11월 1일 화요일 | 글_류지연 기자 (jiyeon88@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