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미워하는 나의 가족에게
단지 세상의 끝
Juste la fin du monde , Its Only the End of the World , 2016

가족이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는 떠올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눈물이 날 정도의 존재감을 갖고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엇보다 떠올리기 싫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기 사랑과 증오사이에 서있는 가족이 있다. 세상 누구보다도 가깝지만 누구보다도 먼 그들의 이야기, 오늘 리뷰 할 영화는 <단지 세상의 끝>이다.

가스파르 울리엘, 마리옹 꼬띠아르, 레아 세이두, 뱅상 카셀, 나탈리 베이 등 이름만 들어도 알 것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배우들이 이 감독과 만났다. 바로 자비에 돌란 감독이다. 이들의 조합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던 영화 <단지 세상의 끝>은 불치병에 걸린 유명한 작가 루이가 자신의 죽음을 가족들에게 알리기 위해 집을 떠난 지 12년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재회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가족 영화라고 한다면 가족 간의 사랑을 담아 애틋하고, 눈물 나고,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내용을 상상할지도 모른다. 만약 이런 상상을 가지고 영화 <단지 세상의 끝>을 본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른다. 루이가 만난 가족들은 앞서 말한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의 동생 쉬잔은 유명 작가인 오빠를 동경하지만 그만큼의 원망도 가지고 있다. 갑작스럽게 집을 떠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그가 못마땅한 형 앙투안도 있다. 또한 어머니는 가족의 화목을 바라지만 그런 그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12년 만에 다시 모인 가족들은 누구보다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마음을 다 털어놓기에는 이미 갈라진 균열이 커져있음을 느낀다.
어쩌면 가족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영화를 보면서 했다. 우리는 가족을 분명히 사랑하지만 그들을 위해 희생하거나 걱정하는 것 외에도 다른 여러 감정을 느낀다.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말하는 것보다 더 거친 말을 하는 경우도 있고, 가끔은 가족이기 때문에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배려심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도 자신을 잘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결국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던 루이는 애초에 하고자 했던 말은 하지도 못한채 다시 돌아오지만, 가족들은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미칠 만큼 밉지만 그래도 그리웠다는 그 말은 어머니인 나탈리 베이의 말로 다 표현이 된다.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사랑한다고. 그 마음만은 그 누구도 절대 빼앗을 수 없다고...
영화는 프랑스의 극작가인 장 뤽 라갸르스의 동명인 희곡을 바탕으로 재해석된 작품이다. 원작자인 장 뤽 라갸르스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연출가로도 상당한 필모그래피를 쌓은 사람으로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단지 세상의 끝>은 그의 대표작으로서 지문이 없는 실험적인 형식을 가진 희곡이다. 인물의 심리를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은 작품을 자비에 돌란 감독이 어떻게 재해석했을지 기대하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많은 대사량과 클로즈업에 집중해 조금 답답함이 느껴지는 화면 구성을 제외한다면, 영화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좋은 기회를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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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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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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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세 마디 인사로 쓰여진 편지로 안부를 전하던 ‘루이’(가스파르 울리엘)는 12년만에 집을 찾는다. 극 중 여동생 ‘쉬잔’(레아 세이두)의 말을 빌자면 크게 다투거나 엄청난 사건이 있던 것도 아닌데 그는 가족을, 집을 그토록 오랜 시간 떠나 있었다. 이제는 성인이 된 여동생은 그를 동경의 눈으로 쳐다보지만 어딘지 어려워하고, 열심히 음식 준비를 한 엄마는 이해는 할 수 없어도 언제까지나 사랑할 거라고 말한다. 조카가 두 명이나 있음에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형수는 두서 없는 말로 얘기를 건네면서 그에게 지지의 눈빛을 보낸다. 그리고 형은 가족 누군가에게 계속 시비를 걸며 화 내는 걸 멈추지 않는다. 이렇듯 가족들은 제각기 다른 감정으로 ‘루이’를 바라보지만 그 기저에는 섭섭함이라는 분노의 감정이 깔려있다. 자신을 향한 애증의 파편을 맞으며 ‘루이’는 12년 만에 만나는 가족과 3시간의 시간을 함께 하고 돌아선다. 끝을 준비하는 한 남자의 시작을 향한 여정을 담은 <단지 세상의 끝>은 가족의 존재에 대해 여운이 강하게 남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향취가 진한 작품이다. 프랑스 극작가 장 뤼 라갸르스의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지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다.
2017년 1월 11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