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수잔
Love & Friendship , 2016

<오만과 편견>을 쓴 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은 마흔 두 해의 짧은 생애동안 총 여섯편의 소설을 남겼다. 담담한 필치로 인생을 이야기하면서 그 속에 은근한 유머까지 담아 세계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그녀는 소설속에 하나같이 퇴락한 명문귀족 출신의 여자들을 등장시켜 연애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전쟁 등 혼란스러운 격변기를 경험하던 시기에도 시골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연애와 결혼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아냈는데 이로 인해 역사의식과 사회인식이 결핍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오스틴은 몇 번의 결혼기회가 있었지만 부와 명예를 위해 애정없는 결혼을 선택하기보다 애정이 동반된 결혼을 옹호하는 신념 때문에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다 생을 마감하였다. 이런 그녀가 소개할 영화 <레이디 수잔>에서는 자신의 생각과는 정 반대되는 캐릭터 레이디 수잔(케이트 베킨세일)을 내세워 물질적 풍요와 유복함을 택하는 여성들을 익살스럽게 풍자 한다.
이 영화는 제인 오스틴이 1793년 집필한 <레이디 수잔>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이후 오스틴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여주인공과는 달리 사랑을 우습게 여기고 여자의 가치는 남자의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는 색다른 캐릭터를 등장시켰다는 점이 다른 작품과는 차별성을 띄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타고난 미모로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까지도 마음대로 조정하는 마성의 여인 '레이디 수잔', 그녀가 사람들을 유혹하고 조종하는 과정들이 제인 오스틴의 광팬이라는 여류 감독 '위트 스틸먼'에 의해 흥미롭게 그려진다.

남편과 사별한뒤 맨워링의 집에서 머물던 수잔은 맨워링과 수잔의 사이를 의심한 루시 맨워링 부인의 질투로 시동생 찰스가 살고 있는 처칠가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지루하게 사는 것보다 자신의 타고난 미모를 이용하여 남자들을 유혹하고 그로인해 실리를 챙기는 악녀가 되고 싶은 그녀이다.
시동생의 집에서도 그녀의 남성편력은 여지없이 드러나는데 찰스의 부인, 즉, 수잔과 동서관계인 캐서린 부인의 젊고 잘난 남동생 레지널드 드코시도 연상녀인 수잔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수려한 언변에 녹아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남, 녀 가릴것 없이 주위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수잔이 인생을 살아가는 즐거움이자 상대는 자신의 욕심을 충족시켜주는 도구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수잔이 이사할때 마다 곁에서 짐꾼 역할을 해주는 크로스 부인도 그중에 한명이고 가장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라면 미국인 망명자 알리시아 존슨 부인을 꼽을수 있다. 돈 많고 늙은 남편 존슨을 만나 여유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마음속에는 항상 존슨이 병으로 쓰러지기만 바라고 있는 전형적인 쇼윈도우 부부의 모습이다.
이런 알리시아와 도움으로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맨워링과의 아슬아슬한 관계도 유지되고 딸 프레데리카에게 구혼중인 부자 청년 제임스 마틴과의 은밀한 만남도, 케서린 부인의 남동생 레지널드와 관계도 이어 나갈 수 있게 된다.

'레이디 수잔'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중 유일하게 악녀캐릭터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범죄행위라고 생각할만큼 나쁜짓을 하는것은 아니고 단지 시대를 앞서가는 여인 이라고 생각하면 그녀의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될듯도 하다. 자기 주장이 확실하고 진취적이며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남자들의 단순한 심리를 철저히 이용하여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도 교묘하게 자신을 방어할수 있는 영악한 사랑꾼 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수잔의 딸 프레데리카가 캐서린 부인의 남동생 레지널드와 결혼을 하고, 수잔은 프레데리카에게 공개구혼한 제임스 마틴과 결혼함으로써 그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았고, 딸은 수잔으로 인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으니 이 또한 그녀의 능력이 만들어낸 최선의 결과물 이 아닐 수 없다.

레이디 수잔, 그녀의 행동과 대사속에는 현실속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 여성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 재력과 능력을 겸비한 남자를 이용해 동등한 사회적 지위를 얻으려 했던 것이다. 수잔은 딸에게 청혼했던 남자 마틴과, 딸은 엄마와 한때 연인관계였던 레지널드와 결혼한다는 스토리는 막장드라마 에서도 쉽게 다루지 못할 파격적인 관계도 이다.
또 이 영화에서는 여성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기존의 영화들에서 쉽게 드러내지 못했던 남성들의 치부를 낱낱이 밝히는 것 같아 속이 시원할정도로 통쾌함까지 안겨주고, 도덕과 자부심을 위해 사랑과 결혼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 여성의 이중적인 모습까지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유쾌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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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한 음악과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
독특하고 신선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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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KANG ME JU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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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수잔>은 제인 오스틴의 첫 작품인 동명의 소설을 처음으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기존의 제인 오스틴 소설 속에서 볼 수 있던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하던 여주인공과는 달리 ‘사랑 따위!’ 라며 가볍게 코웃음 쳐주는 색다른 캐릭터를 접하게 된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유혹하고 뜻대로 조정하는 마성을 갖춘 ‘레이디 수잔’. 그녀와 그녀의 절친인 ‘존슨 부인’의 대사를 듣고 있노라면 ‘아전인수’대가의 품격이 느껴진다. <언더월드> 시리즈의 강인한 여전사 케이트 베켄세일과 클로에 세비니의 진지하면서 찰진 대사와 촌철살인같은 인물에 대한 코멘트가 영화의 백미다. 또, 19세기 영국을 재현한 엔티크한 배경과 의상 그리고 클래식 선율까지 고전시대극의 미덕을 모두 갖추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광팬이라는 여류 감독 위트 스틸먼의 작품이다. 혹 ‘레이디 수잔’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폐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녀가 200년 전 창작되었음을 잊지 말기를.
2016년 11월 17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