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워터 호라이즌
Deepwater Horizon , 2016

제목 <딥워터 호라이즌>은 석유 시추선 이름이다.
정교한 설비 기계들과 경험과 경력이 다부진 전문 인력들로 이루어진 이 시추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앞바다에서 석유를 캐내고 이후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계속해서 시추 작업을 할 예정에 있다.
하지만 정밀 안전 점검에 따른 안전성 확보와 꼼꼼하게 작업해야 할 막바지 업무 때문에 일정보다 40여일 진도가 뒤처진 상태이다. 총책임자 지미(커트 러셀)은 영국 석유업체 BP의 관리 직원들의 종용과 비용 부담을 껴안고 무리한 시추 작업에 반대하지만 결국 시추선은 속절없이 폭발하고 만다. 사전 안전점검을 무시한 결과로 밖에 볼 수 없다.
자본의 힘 앞에서 안전이 뒤로 밀린 상황, 갑판 위에서 작업을 하던 작업자들은 사망 또는 실종된다. 거대한 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이 만든 철구조물 배는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영화는 폭발 전의 상황 설명에 절반의 러닝 타임을 할애하고 폭발 이후의 투철한 생존기에 절반을 할애한다. 즉, 시추선이 폭발하기 전까지의 다소 긴 시간이 무척 긴장되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 바다의 울부짖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조금 있으면 폭발할 그 다급한 상황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 폭발에는 자연적인 재해와 섞여 인재라는 점이 어쩔 수 없이 포함된다. 자본과 고용 구조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 구조를 설명하고 관찰할 수 있도록 영화는 전반부에 그토록 정성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시추선은 이렇게 트랜스라는 회사가 소유 하고 있는 산업 구조물이다. 이를 임대하여 수익을 발생하는데 임대하는 회사는 이 회사가 할 때도 있고 저 회사가 하는 경우도 있는, 철저한 임대차 계약 관계이다. 사건이 일어날 때에 임차 회사는 영국의 BP 라는 회사이다. 이 회사를 대표하는 간부 비드린은 빨리 석류를 캐내서 회사에 보고해야 하는 다급함이 있다. 한편 시추선의 안전을 담당하는 지미와 전기 설비에 전문가인 마이크는 안전하게 시추선이 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관리 책임을 맡고 있다. 비드린과 지미는 빨리 작업을 해야 하는 입장, 안전을 확보하고 작업을 하게 해야 하는 입장으로 극한의 대립을 이룬다.
다만 석유 시추에 대한 공통된 목표가 있긴 하지만 한쪽은 돈과 연관되어 있고 한쪽은 안전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에 합일을 찾기 어려울 뿐이다.

2017년인 지금으로부터 7년전, 2010년 실제 일어났던 이 재난 사고를 영화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우선 다행으로 여겨야한다. 먼 타국의 앞바다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커다란 지구의 한 구석의 작은 사고로 볼 수 있지만 사실 둥그런 지구를 70%이상 메우고 있는 해양 사고에 대해서 어느 나라도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폭발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과정을 스펙터클하게 보여주지만 실제로 폭발은 80일 이상 지속되었고 바다속에 있던 기름이 멕시코 앞바다에 흘러 한반도 면적과 비슷한 바다 면적이 두터운 기름띠로 덮였었다고 한다. 기름띠 두께도 두꺼운 부분은 1m까지 됐다고 하니 그 아래 숨쉬는 바다 생명들의 고난을 생각해보면 이것이 과연 지구 한 부분의 일일 뿐인가 생각하게 된다. 바다가 대륙처럼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해류와 바람에 의해서 지구를 돌아다닐 때 석유로 인한 악취와 희석된 물의 오염에 의하여 바다에 닿아 있는 지구 어느 나라도 무관할 수 없다.

폭발 사고 이후로 직원들이 탈출을 시도할 때 살아남은 자들 사이에 역시 진흙과 기름을 뒤짚어 쓴 비드린이 있었다. 이 모든 사건에 그가 최종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실적이 있어야 하는 고위 간부로서 그의 행동은 일정부분 납득이 가기도 하고, 그도 한 생명체인데 폭발에서 살아남은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출 이후에 지미가 직원들을 호명하며 생존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불러도 대답없는 직원의 호출은 사건을 처음부터 지켜본 관객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그들은 시추선 어딘가에서 죽었거나, 시추선 아래로 사라져 실종된 것일텐데 살아남은 자들은 그들의 죽음에서 앞으로 계속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영화의 전반부가 그렇게 길게 이어지면서 직원들의 일상, 평범한 대화,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당연한 이야기들로 채워진 이유는 그것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가볍지만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시간이고 일상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장치이다. 재난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침몰시킨다. 작은 주의, 철저한 안전 없이 그런 일상의 행복은 공기나 물처럼 당연하지만 가장 소중한 존재의 가치를 모르기에 가족을 다시 만나는 마이크의 해후는 보는 참 다행이라는 감정이 절로 들게 하는 것이다.

자연 재난 영화가 끝없이 나오고 다양한 종류로 선보이는 것은 오락 영화이기 이전에 인간이 가져야 할 안전에 대한 본능이 아닐까. 당연한 것을 지키고 가꾸는 과정, 그것은 모두 안전 점검에 있다는 것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보면 매일 매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인간의 탐욕과 자본의 욕심은 결국은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도 그 재난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도 끝없이 외치고 있다. 한국의 재난 영화들도 매년마다 출시되지만 헐리우드의 스펙터클한 재난 영화도 단순하지만 묵직하게 감상할 수 있으니 <딥워터 호라이즌>은 최근의 한국 재난 영화 <터널>이나 <판도라>같은 영화의 연장선에서 즐겨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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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 매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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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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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미국도 잔인한 4월을 경험했다. 멕시코만 해상에서 석유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가 폭발해 11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했다. 피터 버그 감독은 7억 리터 넘는 원유를 바다로 유출한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해양 사고를 영화로 만들었다. <딥워터 호라이즌>이다. 그런데 실제 사건의 무게감에 비해 재난물로 구현된 영화의 감흥은 지극히 평균적이다. 비용을 아끼고 이윤만 추구하다가 참사를 초래 하고야 마는 전형적 인재에 한국 관객이 이미 익숙해진 탓일 수도 있고, 사건 자체를 넘어서는 작품만의 킬링 포인트가 부족한 탓일 수도 있다. 1시간가량 참사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탓에 관객은 후반부를 보지 않고도 그 내용을 이미 예상한다. 강력한 선체 폭발과 바다를 뒤덮는 규모 있는 화염 시퀀스에도 불구, 당연히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는 느낌이다. 신파 없이 담백하지만 관객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 만한 구성이나 인물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이 참사를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영원히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2017년 1월 17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 (pgot@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