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
Bluebeard, 2017
2003년 <4인용 식탁>으로 이름을 알린 이수연 감독의 새로운 심리스릴러 작품인 <해빙>은 기존의 스릴러물과는 결을 달리한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면서 리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강렬한 남성상의 배우 조진웅이 여태까지 보여주었던 감초조연의 이미지를 벗고 원톱 주연으로서 심리스릴러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거기에 더해 돼지고기를 날로 먹는 신구, 지나치게 친절해 오히려 더 수상쩍은 집주인 김대명,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는 간호조무사 이청아 등 조진웅을 제외한 모두가 한결같이 비정상적으로 보이지만 과연 결말은 어떨까요?
한 변두리 도시에서 내시경을 주로 담당하는 의사 변승훈(조진웅 분)은 한때 강남에서 잘 나가는 병원을 운영했다지만 현재 이혼 후 선배의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승훈이 이사한 집의 주인은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육점의 간판 배경색이 모두 붉은색인 점도 관객에게 심적 긴장감을 전달해 주려고 하려나 봅니다. 어느날 수면내시경을 하러 온 주인집 어른인 정노인(신구 분) 가수면 상태에서 살인 고백을 하게 되고 이를 듣고 의심을 품게 되는 승훈...
이때부터 승훈의 의심과 집착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도적으로 승훈에게 접근하는 집주인 성근(김대명 분)은 과도할 정도로 친절함을 나타냅니다. 여담이지만 오래전 ‘귀곡’산장‘이라는 개그+공포 예능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섬뜩함을 보여주었던 개그맨 이홍렬씨의
“뭐 필요한거 있수? 없음 말구~”
라는 장면이 생각이 났었습니다. 물론 성근의 경우 유머러스한 분위기는 배제된 채 섬뜩함만이 남아있긴 하지만요~! 아무튼 승훈을 찾아온 아내가 다음날 목없는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에 승훈은 정육점 부자를 사건의 범인으로 확신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긴장감있게 흘러가는 구조입니다. 결국 진범은 누구인가가 이 영화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제가 <해빙>을 보면서 느꼈던 감상 포인트는 몇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두 배우 조진웅과 김대명의 만남을 첫 번째로 꼽고 싶습니다. 이 두 배우는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당당히 만났으며 두 사람의 진지한 연기는 스크린을 꽉 차게 만들기 때문에 다른 신은 몰라도 이 두 배우가 등장하는 신에서는 화장실에도 못 갈 정도로 긴장감이 철철 넘쳤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감상 포인트는 이 영화의 결말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보통 반전영화의 결말에서는 굵직한 한번의 반전이 있는 것이 보통인데, <해빙>에서는 관객들을 혼란시키기라도 하려는 의도인지 반전에 다시 반전을 주어 원점으로 돌아오는 형태로 설정되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영화의 핵심은 살인범이 누구이냐인데, 이 부분에 대해 거듭 반전을 주었다는 의미이며, 한편 반전의 결말까지 가는 동안 지루함 또한 없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참고하시고 감상에 임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누적 관객 120만을 달성한 <해빙>은 색다른 스릴러물을 찾고 계신 분들에게 충분히 흥미를 불러일으킬 작품이라 생각됩니다만, 심장을 콩닥거리게 만드는 스릴러의 요소를 가진 영화라기 보다는 심장을 꾸욱 압박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이상으로 <4인용 식탁>이후 오랜만에 접한 이수연 감독의 스릴러물인 <해빙>에 대한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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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까지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심리스릴러물이 보고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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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정도교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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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은 한 남성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 보는 심리스릴러다. 스릴러의 전형적인 패턴을 실험적인 연출로 독특하게 포장한다. 초중반, 만취한 승훈이 집 안에서 시체를 발견하고 두려움에 떨다가 이내 꿈이었다는 것을 알고 안심하는 식의 시퀀스가 여러 번 반복돼 절정으로 갈수록 권태로움을 부른다. 전반적으로 기묘한 상황을 통해 빚어지는 긴장감은 부재하고 시체의 형상, 음향 효과, 배우의 표정과 같은 전형적인 요소로 불안감을 조성한다. 가수면 상태에서의 살인고백, 명품백을 들고 다니는 간호사 등 의문 가득한 설정들로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이내 의도를 낱낱이 들켜버리고 관객들로 하여금 반전을 예상케 한다. 물론 결말부에서 모든 궁금증이 해소된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억지스러운 요소도 있지만 설득력이 없진 않다. 잔잔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 조진웅과 김대명의 호연도 돋보인다. 오늘 날 한국의 몰락하는 중산층의 모습,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락하는 인간 군상을 담아낸 점도 인상 깊다. <4인용 식탁>(2003)을 연출한 이수연 감독의 신작이다.
2017년 2월 23일 목요일 | 글_김수진 기자 ( sooj610@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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