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없다
Analog Human , 2016
'의리의 사나이' 김보성, 27년차 배우로 1989년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데뷔한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방송인으로 활약보다 다양한 기부활동을 통해 사회에 공헌한바가 큰 배우로 잘 알려져있다. 최근에는 종합격투기에 도전하여 승리는 하지 못했지만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만큼은 정말 높이 평가해줄만 하였다.
20대 때, 위험에 처한 친구를 구하기 위해 싸우다 왼쪽 눈을 다쳐 한쪽 눈으로 생활하던 그가 일본인 '콘도 테츠오' 와의 데뷔전에서 나머지 한 쪽 눈까지 부상을 당해 시력을 잃을수도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이처럼 무모한 도전을 한 이유는 이종 격투기의 붐을 일으켜 보자는 취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소아암 환자를 돕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물론 로드 FC를 통해 창출된 모든 수익금은 소아암 환자들에게 기부되었다.
장황하게 김보성 이라는 배우의 이력을 살펴본 이유는 소개할 영화 <사랑은 없다>가 어쩌면 그의 자전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상황이나 설정이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동하(김보성)는 한때는 잘나가던 액션배우였지만 지금은 마땅한 배역이 없어 대리기사 일을 하며 근근이 가정을 꾸려나가는 인물이다. 의리를 내세우고 자신감만큼은 대한민국 최고라 할 만큼 다부진데 막상 가정에 들어가면 궁핍한 생활에 지친 아내 수영(정소영)에게 잔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대한민국 중년가장의 모습 그대로 이다.
기존 멜로영화에서 수 없이 보아왔던 진부한 스토리와 밋밋한 극의 전개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관심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김보성 이라는 배우를 전면에 내세워 대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보이라고 판을 깔아준 장훈 감독이 영화를 통해서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일지도 모른다. 의리의 사나이답게 영화속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래서 인지 상황에 맞지 않는 과도한 오버액션으로 극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조연배우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미흡한 부분을 채워 나간다.
천상병 시인이 그랬다. "인생은 소풍이다"라고... 소풍과도 같은 찬란한 시절을 보내고 예상할수 없는 슬럼프가 찾아온지 10년, 사람 사는것이 다 똑같을진데 재미가 없다.
왜 살아가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겠고 하루하루가 감옥과 같은 생활이다. 한때는 잘나가는 액션배우로 이름을 날리던 동하는 대리기사 일을 하며 아내와 아들과 함께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한물간 배우라고 손가락질을 해도 상관 없다. 단 한번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는 동하는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책임만 질수 있다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배역에 캐스팅 되지 않는 이유는 괴팍한 그의 성격을 감당할수 없는 상대배우들의 거절탓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고집스러운 성격 때문이었다.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던 어느날 초등학교 동창생중 한 명이 모친상을 당해 빈소를 찾게 되는데 그 곳에서 어릴적 첫사랑 은정을 만나게 된다.
휴대폰을 그저 통화만 하는 용도로 사용하던 동하가 은정을 만나면서 SNS도 하게 되고 주말산행을 계기로 둘 사이는 급속도로 발전해 나간다. 동하와 달리 풍족한 생활을 하면서도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은정은 동하를 만나면서 활력을 찾아가지만 이를 의심한 남편과 마찰을 빚는다.
가정이 있는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고 그 관계를 지속해 나간다면 결과는 불보듯 뻔할수 밖에 없다. 동하와 은정도 결국엔 부인과 남편이 알게되 은정의 남편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고 동하도 부인과 결혼생활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로 주인공 동하와 은정이 이루지못한 사랑을 다시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에 가정이라는 거대한 장벽과 현실적인 문제들과 부딪치며 좌절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의리맨 김보성을 내세워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큰 모험이라고 할수 있는데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멜로물에도 김보성 특유의 캐릭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남성미 물씬 풍기는 영화로 완성된듯 하다.
사랑, 그 달콤하면서도 불안한 감정들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문제들과 부딪칠수 밖에 없다. 남편을 잃고 동하를 떠날수 밖에 없었던 은정의 선택이 어쩌면 가장 현명한 방법 이었는지도 모른다. 동하의 아내 수영 또한 남편의 외도를 다그치지 않고 감정에 호소하며 동하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오지랖 넓게 다른사람들 일은 적극적으로 도와주면서 정작 가정에서는 아이를 돌보는것 조차 귀찮아하는 동하를 보면 많은 분들이 "내 남편도 저러는데" 라며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 가족에게 먼저 최고의 사람으로 인정받고, 그 뒤 주변을 돌아보는것도 현명한 삶이 아닐까 싶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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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가장의 외로움을 느껴볼수 있는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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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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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가장의 외로움을 느껴볼수 있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