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스 플랜
Maggies Plan , 2015
영화 제목 <매기스 플랜>을 그대로 해석하면 ‘매기의 계획’이 된다. 마치 비즈니스 보고서 같은 느낌의 이 제목은 매기라는 여성 이름의 주인공이 세운 그야말로 계획일 뿐이다. 그 계획이라는 것이 크게 허황되지도 않고 엉뚱하지도 않지만 과연 계획이라는 용어로 쓸 만큼의 목표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매기는 그 계획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매기의 첫번째 계획.
30줄에 들어선 매기(그레타 거윅)는 연애를 하긴 했지만 깊고 길게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결국 본인이 결혼이라는 관문까지 가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다. 그런데 출산, 육아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수학을 잘하는 대학 동창생의 정자로(육체적 관계 없이) 임신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월급이 이중으로 입금된 것을 알고 대학 행정실에 찾아갔다가 유부남 교수 존(에단 호크)를 만나게 된다. 이 우연한 만남은 매기의 첫번째 계획을 근본적으로 흔든다.
그와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된 것.

매기의 두번째 계획.
존과 결혼하고 2년이 흘렀고 이제 결혼 생활의 실체를 알게 된다. 존은 조젯(줄리언 무어)와 이혼하고 매기와 결혼했지만 아이 양육은 매기의 몫이다. 게다가 매기가 기대했던 존의 소설은 완성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존과 매기의 관계는 권태를 너머서 서로에 대한 사랑의 의심까지 진행된다.
그래서 매기는 존을 다시 조젯에게 돌려보내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 두번째 계획 또한 매기의 인생에 변화를 주는 것이기에 매기의 계획은 그렇게 무가치하고 간과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하지만 두 계획을 각각 따로 떼어보면 매우 진귀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우선 스스로 미혼모가 되겠다는 자신감인데 이는 매기가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사회인이고 자신의 연애가 불안정한 것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주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고 출산은 거부하는 지금 세대에 출산과 육아를 추진하는 매기의 의도는 로맨스 영화의 진로에서 한층 더욱 진화된 세대 문화를 발의한다. 그것은 매기가 매우 착하고 남을 잘 도와주며 일상의 삶이 통통 튀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30대에 접어든 매기가 앞으로 어떻게 이 시절을 살아갈 것인지를 세대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에서 현재 소위 말하는 헬조선, 3포 세대 같은 경제적, 시대적 불운을 표현하는 용어를 뒤로하고 매기가 하고자 하는 계획의 표면에는 적극적이며 어떤 목표와 갈림길의 커다란 결정 앞에서 매우 당당하고 움츠러들지 않는 저돌성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매기가 그런 뜻을 품었고 잘 간직했지만 결혼 이후의 삶은 다시 지난 과거의 세대와 별로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매기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존으로 분한 애단 호크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한 몫 하지만 존의 결혼 생활은 보통의 남성들 문제로 대변되는 무관심, 결혼 이후의 무기력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매기에게 전했던 전처 조젯의 모습이 실제로는 그렇게 아줌마 이미지도 아니고 악처 이미지도 아니며 심지어 이기적인 커리어 우먼도 아닌 것이 매기로부터 밝혀질 때, 남자들이란… 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연애 때의 뜨거웠던 느낌이 일상 생활에서는 진부하고 지겹고 타부한 것으로 면모되는 것을 우리는 여러 영화에서 보아왔다. 사랑하고 헤어지는 모든 일들엔 결혼이나 출산, 육아라는 관문 외에 또 다른 감정의 걸림돌이 분명 있다는 사실도 직시하면서 말이다.

두번째 계획의 진위를 떠나서 매기와 조젯은 현처와 전처의 관계가 아닌 서로 상담하고 조언을 구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동반자의 관계로까지 보여진다.
한 차에 매기가 운전하고 옆에는 조젯이 타고 뒷자리에는 아이들이 타고 있는 광경은 모계사회의 도래를 짐작케 하는 어떤 분위기까지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조젯이 존을 만나 분쇄된 책, 실은 종이 더미가 된 것을 내던지는 장면은 남자에게 기대지 않는 여성성의 확립으로 의미를 확대해도 좋을 장면이다.
하지만 이렇게 끝나면 이 영화는 의미의 소통에 무기력하게 된다. 매기의 계획은 더 이상 필요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마지막 장면이 마무리되는지는 직접 확인해보면 영화의 재미를 배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어디선가 많이 보던 느낌, 장면, 캐릭터를 생각하게 하는데 매기 역의 그레타 거윅의 표정이나 존 역의 에단 호크가 매우 자연스럽고 귀여우며 호흡이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된다. 의외의 케미를 만드는 두 배우는 잘 캐스팅된 사례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곧 다가오는 봄날에 따뜻하고 포근한 멜로 로맨스 드라마 한편 보고 싶다면 편안하게 감상하고 마무리도 말끔한 이 영화 <매기스 플랜>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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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코믹스럽지 않은 멜로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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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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