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욕망하는가
불온한 청춘의
잔혹한 자화상
인디그네이션
Indignation
누군가는 청춘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찬란하게 빛나는 세상과 원하는 것은 뭐든 이룰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누군가는 청춘만큼 불안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선택의 연속인 인생 속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지 못하고 어느 새 눈을 떠 보면 멀리 흘러와 버린 것처럼 말이다. 오늘 소개 할 영화는 아름답고도 불안한 청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인디그네이션>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인디그네이션은 분개, 분함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제목부터 마치 청춘을 표현한 것과 같은 이 영화는 미국의 작가 필립 로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울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 작품을 집필한 필립 로스는 작년에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70세가 넘는 나이에도 소설을 집필하는 열정을 가진 작가였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들은 중년의 시기에 가장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그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꼽을 수 있는 작품들도 이 시기에 많이 발표된다. 하지만 필립 로스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했고, 또한 그 결과물 역시 점점 깊어지면서 현재 쓰고 있는 작품이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열정을 잃지 않았던 작가였다. 그리고 전미도서상, 퓰리처상 등 여러 상을 수상하며 생전에 유명세를 떨쳤던 그였지만 노벨문학상은 세상을 떠나기 전 수상하지 못했다.
그의 작품은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되어왔다. 특히 할리우드에서 필립 로스의 소설을 많이 영화화했었는데, <안녕 콜럼버스>, <미국의 목가> 그리고 오늘 소개 할 영화인 <인디그네이션>이다. 소설 <인디그네이션>은 주인공인 마커스의 1인칭으로 진행되며 독백으로 쓰여진 작품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사랑한 독자들도 어떻게 영화화했을지 많은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영화 <인디그네이션>의 주인공인 마커스는 유대계 미국인이다. 정육점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도울 정도로 착하고 학교생활도 성실히 해내는 학생이기도하다. 그러던 중 한국 전쟁에 참전한 그의 사촌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계속되자 마커스의 아버지는 그의 일상에 집착하게 된다. 결국 마커스는 아버지의 눈을 피해 대학 진학을 핑계로 집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학교에서 우연히 만난 올리비아라는 여학생과 데이트를 하게 된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건실하고 순수한 청년인 마커스에 대한 관심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여자였다. 그리고 올리비아의 이런 행동으로 인해 마커스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신경 쇠약을 앓으며 여러 사건에 얽혀있던 그녀에 대해서 알게 된 마커스의 엄마가 둘 사이를 반대하게 된다. 마커스 또한 올리비아와 엮일수록 불운해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지만 그녀에게 끌리는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영화 속 마커스는 외부적으로도 내부적으로도 갈등의 한 가운데 서있는 느낌이다. 당시 미국은 대학생의 경우 전쟁에 징집되는 것을 막았기 때문에 마커스는 전쟁과 가정의 압박을 피해 대학 진학을 하게 된다. 그리고 올리비아와의 관계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우려 또한 마커스가 견뎌내야 하는 것들 중 하나였다.
외적으로 이런 요인들이 있다면 내적으로 마커스는 어떤 갈등에 빠져있었을까? 전쟁에 징집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올리비아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마음, 그리고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성실함. 하지만 그의 마음도 그 생각대로는 되지 않듯이 마커스 역시 불안하고 흔들리는 청춘의 한 가운데를 지나가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영화 <인디그네이션>은 확실히 원작 소설보다는 인과성, 사건, 인물들 사이의 갈등과 관계 들이 간략하고 명확하게 그려진다.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들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말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유대계 미국인들의 정체성과 미국인으로서 그들의 삶에 대해 비교적 잘 다루어냈으며 그 속에서 개인의 존재성에 대해 잘 그려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잘 감상했다면 원작 소설로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아름답지만 잔혹하고, 앞을 향해 달려가지만 상처받기 쉬운 청춘을 다룬 영화 <인디그네이션>을 감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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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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