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트릿
Retreat , 2011

<리트릿>은 무인도에 놀러온 서먹한 부부가 의문의 남자 ‘잭’의 등장이후로 섬에 고립되는 내용이다. 이미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지만, 무인도 내에서도 별장으로 한정된 공간에 갇히게 된다. 잭은 지금 전염병이 돌고있기 때문에 밖에 나가선 안된다고 말하며 총으로 부부를 위협한다. 이 세상에 살아남은 인간은 우리 셋 뿐이라며. 하지만 부부는 간절하게 밖으로 나가고 싶어한다. 육지에 두고 온 가족들이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총을 소지한 잭이 훨씬 더 위험한 것 같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잭은 미친 것 같다.

<리트릿>의 심리전을 보고있으면 <클로버필드 10번지>가 떠오른다. 바깥에 뭔가 일이 터졌기 때문에 지하벙커에 있어야만 한다는 할아버지,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두 젊은이 간에 총이라는 무기가 껴서 상하관계가 정립된 상황이 비슷하다. 게다가 누구의 말이 맞는지 알 수 없다. 주인공들이야 밖이 위험하다는 사람의 말을 믿지 않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지만 영화의 관람객인 우리들은 이 말도 맞는 것 같고 저 말도 그럴듯하게 느낀다. 그래서 묘한 심리전이 펼쳐진다. 보고있자면 힘이 바짝 들어간다.
하지만 <클로버필드 10번지>가 훨씬 다채로운 심리전이 펼쳐진다. 상황이 몇 번은 엎치락뒤치락하고 탈출의 시도가 꽤 다채롭다. 각각의 캐릭터들도 생동감이 있다. <리트릿>의 경우엔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이 뒤바뀌지 않는다. 아내는 나가고 싶어하고 남편은 우유부단한 상황이지만 잭을 누르지 못하는 상황이 일관되게 이어진다. 중간에 바깥에 상황이 어떤지 확인하는 장면도 없기 때문에 단조롭다. 하지만 <리트릿>은 훨씬 현실감있는 영화다. 반전이 등장하는 순간에도 <클로버필드 10번지>처럼 장르가 넘나드는 당혹감은 없다. 꽤 그럴듯한 이야기라 반전이 주는 여운이 묵직하다.

이제 반전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한다. 바이러스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첫 번째 반전이고, 두 번째 반전은 바이러스가 ‘어디에’있냐는 것이었다. 외부의 위험에 대비하여 집을 꽁꽁 싸맸던 지난날의 행동이 반전 하나로 무너진다. 그것은 외부의 위험을 막고자 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위험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잠복기가 없는 바이러스 때문에 증상은 곧바로 나타난다고 한다. 남편이 전날 밤에 외부로 나가보았지만 아침에 증상이 시작된 것은, 외부가 문제가 아니었음을 나타낸다.

외부에 나타난 남자는 일관되게 진실만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가 숨겼던 한가지의 비밀 때문에 그의 말은 부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외부의 위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의 시체를 본 적이 없으니 잭이 미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잭은 손쉽게 증명할 길이 없었고, 그래서 부부는 잭은 불신하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잭의 행동은 올바른 행동이었을까? 군에 속아 생체실험쥐 신세가 되었고, 본의아니게 사랑하던 아내를 감염시켰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바이러스가 외부에 새어나가지 않도록 노력했다. 어쩌다보니 쓰러진 자신을 구해준 부부가 바이러스와 접촉했기 때문에 그들을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설득시켰다. 거짓말을 하면서 말이다. 부부는 아무 잘못도 없이 선의로 한 행동 때문에 바이러스에 휘말리게 된다. 부부의 입장에선 기가 막힌 일이다. 하지만 잭도 마찬가지로 의지와 상관없이 생체실험을 당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잭의 언행과 부부를 향한 노골적인 폭언, 성희롱이 감싸지진 않을 것이다. 잭이 친절하고 차분하게 설득하고자 했으면 설득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잭은 무기를 이용하여 상하관계를 정립하려고 했고, 반발이 일어나면 무기로 짓눌렀다. 그의 행동이 부부에게 불신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 신체적 위협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세상에 완전한 악과 완전한 선이 없듯이 잭 역시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도 아니었음이 나타난다.
무인도와 무인도 속의 별장으로 한정된 배경이라서 눈을 사로잡는 화려함은 없다. 지하벙커처럼 눈이 휘둥그레지는 문화충격도 없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으로도 스토리를 잘 이끈다. 아마도 부부가 감금된 상황에서 느끼는 갑갑함을 그대로 이입시킨듯하다.

<리트릿>은 특히나 의심에 대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고 전개한 것이 흥미롭다. 세번째 반전이 일어날때까지 우리는 의심 속에서 세 사람을 보게 된다. 정적인 영화치고는 꽤 스릴감있게 잘 연출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게다가 세 주인공이 누구하나 빠지지 않고 내면감정연기를 잘 표현해준 덕분에 훌륭한 스릴러 영화가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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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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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세모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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