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자
The Conspirator , 2010

<음모자>는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하였지만, 전쟁이나 정치적 문제를 다뤘다기보단 법정에서 자행됐던 어두운 이면을 끌어올린 법정영화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변호인>쯤 되겠다. 누구 앞에서든 감정을 배재하고 공정해야할 재판관 및 의원들이 남북간의 이념차이로 인해 뜨겁게 불타오르며 무고한 시민을 법 앞에 세운다. 우리는 <음모자>를 통해 불합리함에 대해 분노하고 공감하게 된다.

미국은 1861년부터 4년에 걸쳐 내전이 일어났다. 남북전쟁의 원인은 매우 복잡하고 그 배경도 극히 광범위하다. 그러나 전쟁의 직접적인 동기는 주(州)가 연방으로부터 분리·탈퇴한다는 것이 헌법에서 인정되고 있는가의 여부에 관한 헌법해석의 문제였다. 이 밖에 이 문제를 유발시킨 노예제도 시비, 그리고 이와 관련된 동서남북 각 지역간의 이해 대립 등 실로 많은 문제가 얽혀 전쟁의 원인을 이루었다. 그와중에 대통령은 북쪽에 힘을 보탰고 전쟁의 승패도 북쪽으로 기울었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전쟁이 남쪽에게 불리하게 되자 남쪽의 청년들이 모여 대통령을 암살한 것이다. 범인들은 잡혔지만 어째선지 법정에는 한 사람이 더 불려온다. 바로 이 청년들을 자신의 하숙집에 묵게 해준 남쪽출신 여관주인이다. 남쪽의 청년들이 암살을 모의할 장소를 제공했으니 공범이라고 지목당한 것이다.

북쪽 위원들로 구성된 군사재판, 분노한 북쪽 민심으로 인해 편파적인 재판이 거행된다. 주인공 에이큰은 북쪽의 편에서 전쟁에 뛰어들었던, 뜨거운 충심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전쟁이 끝나가자 본직업인 변호사로 돌아와 있었다. 그가 여관주인 변호를 억지로 떠맡게 되면서 진실을 맞이하고 부정한 현실을 인지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배우들의 연기력이 빛을 발했던 것같다. 인터넷에서 ‘나치가 유태인을 보는 표정’이 떠돌아다녔는데 제임스 맥어보이가 그 표정만큼이나 리얼하게 재현했던 것 같다. 군사재판을 이끌던 북쪽위원들도 마찬가지다. 북쪽사람과 남쪽사람이 서로 이념대립으로 감정의 응어리가 진 상태였는데 그런 감정적이고 비소모적인 행태가 표정하나로 잘 담겨진다. 뛰어난 연기력이 영화의 흡입력을 높여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주인공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에 변화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과 후반의 차이가 더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여관주인의 딸이 등장하면서 쓸데없는 러브라인이 나오지 않을까, 혹시 변화 계기가 이런거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것이라 그런지 그렇진 않았다. 주인공이 오로지 정의를 택하므로 인해 변화하기 때문에 오히려 납득할만했고 응원하게 됐다.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진행이 마음에 든다.

영화의 주제가 불공정한 과거의 재판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링컨대통령의 암살이나 그 밖의 배경들에 대해서는 첨예하지 못하다. 이러한 배경을 기대하고 보는 사람에게는 실망할 것이다. 대신 정적인 재판에서도 긴장감이 감도는 법정영화, 잔잔하게 가슴을 울리는 드라마로써는 합격점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깊은 여운이 돌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언제나 법이 공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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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세모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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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이 연출한 <음모자>는 링컨 대통령 암살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는 다수의 이기심에 희생되는 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북전쟁이 끝난 후 1865년 어느 밤, 한 발의 총성과 함께 링컨 대통령이 암살된다. 암살공모 혐의로 체포된 8명 중에는 유일한 여성, 메리 서랏(로빈 라이트)이 있다. 여관을 운영하는 메리 서랏의 혐의는 암살 공모 장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분노와 슬픔을 하루빨리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으로, 민간인 메리서랏을 군사재판에 세우고 일방적인 재판을 진행한다. 그녀의 변호를 맡은 프레데릭 에이컨(제임스 맥어보이)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북군의 전쟁영웅이자 신참변호사다. 메리 서랏의 변호를 억지로 떠맡은 에이컨은, 결국 그녀의 인권과 정의를 위해 권력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간다. <음모자>는 ‘링컨 대통령 암살 사건’이라는 사건 뒤, 잘 알려지지 않은 개인에게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변호사 에이컨과 메리 서랏이 각기 북군 전쟁영웅과 남군 지지자로 대립적인 입장이라는 것은 흥미로운 설정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에이컨의 입장 자체만 봐도 그렇다. 에이컨은 의뢰인이 유죄판정을 받을 경우엔 실력이 모자라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승소하더라도 사회에서 반역자로 찍힐 가능성이 크다. 영화는 ‘대의’와 ‘정의’를 대립적인 상황으로 양분하고 그 사이 딜레마에 빠진 에이컨의 갈등을 잘 보여준다. 그 잘난 ‘대의’로 말미암은 희생양, 메리 서랏의 출구 없는 상황도 함께 말이다. <음모자>는 시대를 막론한 냉정한 진실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우리가 흔히 공정하다고 여기는 ‘다수결 원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로 인해 집단사회 속 개인이 얼마나 가벼이 취급되고 공격당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 하며, 인간사회를 비판한다. 비판은 좋으나, 관람객은 마치 법정의 참고인이 된 마냥 힘겨운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물론, 영화가 공정치 못한 재판과정을 담은 이야기이기에, 이는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영화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니었을까. 영화 말미, 내레이션으로 드러나는 재판 이후의 상황묘사까지 그 힘겨운 느낌은 이어진다.
2011년 6월 27일 월요일 | 글_유다연 기자 (celine327@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