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열
Anarchist from Colony , 2017
나는 조선의 개새끼로소이다
영화 <사도>, <동주>는 특유의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연출 스타일로 국내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로 꼽힌다.
특히 영화 <사도>에서는 영조역을 맡은 송강호와 사도 세자 역의 유아인의 연기력이 크게 호평을 받았으며, 영화 <동주>에서는 흑백 화면을 통해 강하늘이 연기한 윤동주의 고뇌와 감성이 그대로 전달되었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여기 이준익 감독이 새로운 울림을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이번에 리뷰 할 영화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새로운 시대극, 영화 <박열>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안창호’, ‘김구’, ‘안중근’ 등 여러 독립 운동가들의 이름은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박열’이라는 이름은 아마도 어색하게 느껴질 것 같다.
이름마저 낯선 독립 운동가 ‘박열’은 1919년 3.1운동 당시에 고등학생의 신분이었다. 하지만 조선인들에게 행해지는 일제의 억압에 분노를 느껴서 일본의 도쿄로 넘어가게 된다. 독립투사로서 도쿄에서 적극적으로 투쟁한 청년, 박열의 이야기가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이준익 감독과 독립투사 박열의 만남은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준익 감독은 영화 <아나키스트>를 제작 중이었다. 영화 <아나키스트>는 무정부주의자를 가리키는 말으로 약산 김원봉이 1919년 중국에서 조직한 항일독립단체인 ‘의열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 <아나키스트>를 위한 자료 조사를 하던 중 독립투사 ‘박열’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이준익 감독이 말하는 ‘박열’이라는 인물은 그 자체로서 아나키스트라고 할 수 있다. 탈 국가적이고 탈 민족적이며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삶의 가치관을 온전히 추구하는 그의 모습은 이준익 감독을 매료시켰다. 이분법적으로 단순하게 ‘나쁜 일본인’과 ‘선량한 조선인’으로 나누기에는 그 당시의 사회와 사상은 혼란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이준익 감독은 ‘참혹한 역사를 묻으려는 일본 내각을 추궁하고, 적극적으로 항거했던 ‘박열’에 대해 우리가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스스로 부끄러웠다’고 밝히면서 영화로서라도 ‘박열’의 삶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암울하고 혼란스러웠던 일제강점기 속에서도 세상과 타협하거나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이념에 따라 행동하고 신념을 이야기 했던 박열과 그의 조력자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의 삶은 영화 <박열>을 통해서 유쾌하고 강렬하게 스크린에 전해진다. 그리고 이준익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해지게 될 것이다.
영화 <박열>은 1923년 벌어진 간토대학살 사건의 진실을 전세계에 알리고자 투쟁한 아나키스트 박열의 이야기를 다룬다.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의 내각은 민중들이 민란을 일으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고, 폭동을 일으킨다’라는 소문을 퍼뜨리게 된다. 이어서 선포된 계엄령을 계기로 무고한 조선인 약 6천여 명이 학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간토대학살 사건이다. 이 후, 국제사회에서 쏟아질 비난이 두려웠던 일본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서 당시 대표적인 불령선인인 박열을 지목하게 된다.
하지만 박열은 일본의 계략을 미리 눈치 채고 일본의 끔찍한 만행이 국제사회로 알려지도록 하기 위해 황태자 암살사건을 계획했음을 스스로 자백하게 된다. 그리고 사형까지 무릅쓴 박열의 재판이 시작하게 된다. 당시 박열과 후미코의 활약은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언론에 상세하게 다루어졌다.
이런 이유로 영화 <박열>의 제작진은 당시의 사건을 정확하게 영화에 담아내기 위해서 철저한 고증 과정을 거쳤다. 당시 신문 기사 내용을 모두 꼼꼼하게 검토했고, 영화적 재미가 아닌 철저한 실화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독립 운동가들도 있지만, ‘박열’처럼 우리가 아직 이름을 잘 알지 못하는 독립 운동가들도 역시 많을 것이다. 우리 후손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어두운 시절의 빛을 밝혀주신 여러 선조들을 위해서 영화 <박열>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의 삶의 가치를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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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의 삶이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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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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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2005) <라디오 스타>(2006) <사도>(2014) <동주>(2015) 등 대한민국 관객에게 수차례 감동을 선사한 명감독 이준익이 이번에는 불량조선인 ‘박열’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항일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인 그를 세상에 드러내는 동시에, 그와 수평적인 동지 관계로 일본 제국주의에 투항한 ‘가네코 후미코’를 비등한 분량으로 묘사한다. 정성껏 빚어진 두 사람의 투쟁로맨스가 <박열>의 핵심축이다. 만남, 항일 활동, 투옥, 재판 과정과 마무리까지 맥락이 크게 생략되는 곳 없이 물 흐르듯 매끄러운 흐름을 보여준다. 조선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이 끈끈한 동지애로 연대하는 구도를 통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유혹당하기 쉬운 ‘국뽕’의 함정을 피해 가는 점 역시 세련되다. 그럼에도 박열은 ‘아나키스트’보다는 ‘항일운동가’로 보이는 측면이 강하고, 시대적 특성상 민족감수성도 어느정도 탑재돼 있다고 보는 쪽이 적절할 듯하다. <암살>(2015) <밀정>(2016) 등 ‘항일’에 중심 서사를 둔 작품을 연달아 접해온 관객에게 어느정도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갈 가능성도 있다.
2017년 6월 22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 ( got.park@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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