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긴 변명
永い言い訳, The Long Excuse

<아주 긴 변명>은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영화 감독 니시카와 미와의 5번째 장편영화이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철없는 남편이 새로운 인연을 통해 성숙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그린 영화로 감독 자신이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였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영화계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하여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었다. 부산 국제영화제를 비롯 로마 국제영화제, 토론토 국제영화제 등에도 초청을 받으며 그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기누가사 사치오(모토키 마사히로)는 유명 작가임에도 자존감이 너무도 낮은 인물이다. 업계에서도 나름 유명한 위치에 있음에도 동명의 유명 야구 선수와 비교하며 자신의 인생을 비관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지 않기 위해 더 깔치해지고 거만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을 감추고 있다.
그때문인지 몰라도 사치오는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오직 미용사인 아내 기누가사 나츠코(후카츠 에리)에게만 맡긴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사치오의 머리 만져주고 나서야 절친한 친구인 유키와 함께 여행길에 오르는 나츠코이다.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 사치오는 대담하게 내연녀를 집으로 불러들인다. 그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사치오에게 갑작스러운 아내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는데, 누구 보다 슬픔에 빠져 있어야 할 사치오는 어쩐지 눈물 한 방울 흐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지켜보고 있을 주변 사람들과 언론만 신경 쓸 따름이다.
자신의 불평, 불만과 온갖 수발을 다 들어주던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내연녀마저 죄책감에 사치오를 떠나면서 어떤 것도 손을 댈 수 없는 깊은 슬럼프에 빠지고 만다. 그때 불연듯 떠오른 나츠코의 친구 유키의 남편이 거낸 전화번호. 자신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며 건낸 말을 떠올리며 사치오는 용기를 내보기로 결심을 하는데...

연출을 맡은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제작자이자 스승인 고레에다 감독의 영향을 받아 가족에 관한 내용의 영화가 많다. 영화 <아주 긴 변명>은 지난 2011년에 일어났던 동일본대지진 당시 갑작스러운 이별을 한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접한 후 착안 했다고 한다.
수 많은 이별 가운데 나쁜 기억을 마지막으로 안고 이별한 사람들의 모습 그것이 이 영화의 시작이다. 사고로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요이치와 달리 사치오는 너무도 담담한 모습이다. 아내의 죽음이 슬프지 않다는 것 보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양심의 가책을 느껴 진실한 속마음을 털어 놓지 못한 것은 아닐까?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아내를 생각하기는 커녕 자신의 체면만을 중시하던 사치오가 변화하는 계기가 마련이 되는데, 아내를 잃고 내연녀마저 떠나 헛헛해진 마음 속으로 요이치 가족이 들어온다. 그들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같은 사소해 보이지만 가까이 있어 그 소중함을 몰랐던 존재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전환점을 맞는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수많은 인연들. 영원이라는 것은 없기에 만남 뒤에는 늘 이별이 뒤따른다. 사치오와 요이치의 경우처럼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 인생사이기에 주변들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누군가의 공백 뒤에야 고마움을 느끼는 뒤늦은 후회, 가까운 곳에서 부터 그 고마움을 깨달으면 좋지 않을까?

영화를 통해 사소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는 한편, 자기 성찰을 갖게 하는 것이 이 영화의 포인트이다. 새로운 경험들을 사치오가 느꼈던 그 말 '인생은 타인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다.
자존감이 낮고 늘 불평, 불만이 가득했던 사치오가 변화 할 수 있었던 것은 요이치 가족과 함께 하면서 부터이다. 아이들을 돌보고 요이치와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치 그들의 가족이 된 듯이 자신의 역할을 생김으로서 자존감이 높아진 것이다.

아내가 떠난 뒤에도 늘 혼자였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들. 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만 몰두한 나머지 놓치고 살았던 것들.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누군가의 남편이자 유명 작가라는 사치오의 존재감은 타인과 함께 있을때 비로소 빛을 발휘 하였다.
자존심을 치켜 세워주는건 자신의 배경이 다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자기 자신만의 위치가 그 사람의 존재감과 자존심을 높여주는 방법, 영화를 통해 우리는 하나씩 주변을 살펴 볼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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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싶은 사람?
자신의 자존감을 높히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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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쿠로쿠마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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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변명>은 갑작스럽게 아내를 떠나보낸 한 남자의 후회와 그리움의 시간을 담는다.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무명의 시기를 보내고 현재는 잘 나가는 작가가 된 소설가, 아내가 사고를 당하던 순간 그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영화는 아내를 잃은 겨울을 시작으로 그와 같은 상실을 겪은 가족과 함께하는 여름, 우연히 유품을 통해 알게된 아내의 진심에 분노하고 질투하는 가을, 그리고 마침내 변명을 할 수 있기까지의 시간을 차분히 응시한다. 아내의 죽음에도 눈물 한 방울 못 흘리는 남자 ‘사치오’는 모토키 마사히로가, 목놓아 울며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 ‘요이치’는 타케하라 피스톨이, 각각 슬픔의 여러 모습을 선보인다. <아주 긴 변명>은 자신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극본과 연출을 맡은 니시카와 미와의 차분한 시선과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하지만 내 곁에 있던 존재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는 한 남자가 새롭다기보다는 어디서 본 듯한 모습인 점이 아쉽다.
2017년 2월 8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