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めがね , Glasses , 2007

인터넷과 스마트폰, TV가 없는 세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식사하는 시간까지도 빨리빨리를 외치는 우리에게 이 문명의 이기들 없이 살아간다는 일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늘 가장 빠른 속도까지 갖춰야 우리는 안심하고 만족할 수 있다.

영화 <안경>은 늘 “빨리빨리”를 외치며 조급한 사회에 살고 있는 관객들로 하여금 느림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는 안경 뿐만 아니라 카모메 식당, 토일렛 등으로 느림의 미학을 일깨워주는 감독이다. 감독은 느린 세상, 천천히 사는 것, 내면을 깊이 살펴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소박하고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미장센의 연출과 결코 수다스럽지 않은 스토리로 제공한다.

묵직한 첼로의 연주와 함께 시작하는 영화는 어느 외딴섬에 휴가를 즐기러 온 중년 여성 타에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곳에서 타에코는 하마다라는 소박한 펜션에 묵게 되는데, 그녀가 하마다의 유일한 투숙객이다.
주인장인 유지와 코지라고 불리는개, 그리고 해마다 봄이면 달랑 핸드백 하나 들고 와서 팥빙수를 만드는 사쿠라라는 나이가 지긋한 여성, 그리고 하루나라는 젊은 선생님이 하마다에 거주하거나 혹은 그 주변을 맴도는 인물들이다.

타에코에게 그들의 삶은 낯설기만 하다. 게다가 그녀를 불편하게까지 한다. 이른 아침 타에코의 방에 들어와 그녀의 잠을 깨우는 사쿠라. 아침마다 바닷가에서 메르시라는 체조를 함께 하고 식사도 함께 할 것을 권하는 유지. 이런 것들이 여행객 타에코에게는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일상은 그저 체조 후에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팥빙수를 먹고, 바다를 바라보고, 만돌린을 연주하고, 장기를 두는 것이다.
결국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관광할 곳을 묻는 타에코에게 하루나는 “젖어들기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이곳에 왔느냐”고 묻는다. 타에코는 젖어든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곳이 필요했을 뿐”이라 답한다. 결국 다음 날 타에코는 하마다를 떠나 다른 숙소를 옮기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곳에 뛰쳐나온다. 무거운 가방을 끌고 길 한가운데에서 헤메는 타에코앞에 나타난 것은 너무도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쿠라이다.

영화는 빨리를 외치는 우리에게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말한다. 아니 오히려 느려서 더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느리게 산다는 것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고 속삭이면서...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타에코는 그녀의 안경이 바람에 날아가 버리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불어오는 바람과 섬의 풍광에 젖어 들뿐이다. 삶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마음의 안경이 그녀에게 생겼으니 예전의 제 눈에만 맞았던 안경은 이제 필요 없게 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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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여행의 묘미를 즐기고픈 분
삶에 지쳐 일상의 힐링을 찾고 싶을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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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동이크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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