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햇빛 아래
西西里艳阳下 , Never Said Goodbye , 2016

3년간의 열애가 이어지고 있는 준호(이준기)와 샤오유(저우동위)는 사내 커플이면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협업을 하는 중요한 동료이다.
이 둘의 연애는 공개적이었고 그만큼 적극적이었으며 그만 결혼을 이야기할 때도 될 쯤이라고 보아도 좋을 때, 돌연 준호가 이탈리아로 떠난다. 하던 업무도 모두 샤오유에게 맡겨버리고 마치 모든 것일 잊고 새로운 곳에서 새 출발을 하겠다는 듯 이탈리아로 떠난 준호.

남겨진 샤오유의 생활은 망가져버린다. 느닷없는 이별은 익숙한 생활을 서걱거리게 만들고 준비없는 이별은 연인에 대한 배신감으로 번진다. 이탈리아로 떠난 이유는 이탈리아에서 오페라를 배우겠다는 것이었지만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그 거짓말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샤오유를 연인으로 만들기 위해서 준호가 노래를 부르고 어색한 연기를 하면서 심취한 모든 노력을 떠올려보면 준호의 이별은 미스터리다.
그리고, 곧 들려온 준호의 사망 소식. 샤오유는 이제 이별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이 이별의 시작과 끝을 분명히 알아야할 필요가 생겼다. 준호에게 이탈리아란 어떤 곳이기에. 그리고 준호의 사랑과 이별은 과연 샤오유와 어떻게 시작되었고 끝나게 된 것인지를 모두 밝혀야할 의무 같은 것이 생겼다. 준호와의 아름다웠던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면….

다가올 죽음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 죽음을 어떻게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삶을 정리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정작 본인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 죽음은 아직 현실이 아니기에 본인도 주변 사람도 모두 힘든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사랑하는 자식들을 남기고 죽음을 맞이해야하는 엄마는 어떤가. <사랑해, 말순씨>에서 엄마 김말순(문소리)는 본인의 죽음을 철저히 거부했다가 결국에 받아들인 케이스이다. 그리고 아들 광호에게 동생을 맡겨야 하는 의무도 자리를 마련한다. 유쾌하던 엄마는 끝까지 죽음에 대해서 위엄을 갖추고 남은 아이들을 위해 삶의 종착역을 최대한 마련한다.

위암 말기의 23살의 젊은 연희는 남은 시간을 모두 녹화한다. 끝이 정해졌기에 녹화되는 삶도 제한적이므로 기록으로 남기는 그 시간들은 한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때가 없다. 그리고 그녀를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 특히 민철의 사랑은 차라리 죽음을 외면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현실적 조언은 오히려 낭만적이다. 죽음이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오는데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준비하라는 말은 본인의 일이 아니기에 쉬운 말일 수 있다.
연희는 녹화되는 시간만큼 다시 그 시간을 복기하면서 삶의 연장을 우회적으로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죽음은 그렇게 시간을 끝마치게 하지만 기억과 기록을 남기면서 또다른 사람의 연장을 의미하기도 하다.

이 영화 <시칠리아 하늘 아래>는 죽음 앞에 행하는 인간의 또다른 의지를 보여준다. 준호가 샤오유를 떠날 때를 생각해보면 샤오유의 이별 후유증은 차라리 아무 것도 아닐 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은 준호의 고뇌와 슬픔과 고통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후로부터 이탈리아로 가기까지의 모든 시간에 결부되어 있다. 준비할 시간도, 인정할 여유도 없이 오직 준호는 샤오유만을 기억하고 위하고 걱정했을 것이다.
마지막 잎이 떨어지는 순간은 다시 새로운 풍경을 보는 시작이라는 준호의 말처럼 준호는 이별을 새로운 시작으로 만들고자 했던 것임을.

이준기의 중국 진출 영화라는 의미에서 영화는 이탈리아까지 배경으로하는 글로벌로 나가가는 노력을 보이지만 <레지던트 이블 : 파멸의 날>에 출연하면서 이미 헐리우드에 노크를 한 이력이 있기에 중국 진출은 제대로 안착했다고 보여진다.
<달의 연인>이나 <밤을 걷는 선비>같은 사극 환타지 로맨스처럼 이준기의 긴 눈매나 예리한 콧날 등은 충분히 환상적이고 분위기가 있다. 그런 이준기가 손발 오그라드는 고백 장면이나 인형 탈을 쓰고 연인을 위해 궂은 일을 하는 장면들은 눈물샘 자극보다는 이준기 이력에 또다른 획을 긋는 씬들이다.

의외로 화합이 잘맞고 이질적이지 않은 샤오유와의 로맨스는 여느 연인 영화들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화사하고 볼거리도 많지만 특히 열애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모습들은 저절로 웃음을 배어나오게 하는 예쁜 시간들이다.
그 예쁜 시간들에 종말을 알리며 점차로 죽음을 맞이하는 단계로 들어서면서 준호의 슬픈 과거와 이탈리아에서의 시간들을 들여다보는 가슴 아픈 순간들은 멜로 영화의 방점을 찍는 부분임을 인정하게 한다.
중국와 이탈리아의 절묘한 풍경 속에서 오래 기억나게 하는 영화의 장면들은 보너스처럼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이미지를 오래 각인시켜준다. 준호가 남긴 강아지의 얼굴도 슬퍼보이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준기의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할 영화로서 로맨스 영화의 달인 배우가 보여주는 달달한 열애 행각에 충분히 빠져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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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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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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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남자는 자신의 죽음 후 홀로 남겨질 연인이 걱정스러워 차라리 이별을 가장한다. 이렇듯 <시칠리아 햇빛아래>는 한 남자의 절절 끓는 순애보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거짓으로 이별을 고하고 죽음을 위장하여 슬픔을 달랠 시간을 만들어 준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다시 돌아와 자신을 숨긴 채 연인을 곁에서 몰래 보살핀다. 점점 깊어가는 병과 때때로 엄습하는 고통과 싸우면서 말이다. 얼마나 절절한지 끓어넘칠 지경이다. 서서히 슬픔에 젖어들고 싶은데 영화는 이미 서너 걸음 앞서나가 홀로 울고 있다. 한편으로 영화는 ‘준호’와 ‘샤오유’, 두 연인의 만남부터 사랑이 성숙해가는 과정을 풋풋하고 달달하게 그린다. 문제는 그 정도가 너무 과하다는 것. 이준기는 첫사랑에 빠진 20대 청년 ‘준호’를, ‘샤오유’는 중국배우 저우동위가 연기한다. 또, 유선은 ‘동생 바보’인 ‘준호’의 누나로 출연한다. 린유쉰 감독이 연출했다.
2017년 6월 22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