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코드
Dancing with Jikji , 2017

이 다큐 영화를 재밌게 보려면 우선 약간의 사전 지식이 좀 필요하다.
바로 직지와 금속활자가 그것이다.
먼저 직지에 대해서 조금 알 필요가 있는데, 직지는 직지심체요철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은 금속활자를 사용한 인쇄본으로서 1377년에 인쇄되었다. 현재 이 책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데 한말 프랑스 공사가 구매해서 프랑스로 가져간 것이다.
금속활자는 책을 찍어내기 위한 합금 활자를 말하는데 금속활자로 책을 만들기 이전에는 책을 만들고 소장하는 일이 너무 힘들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라서 책 자체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금속활자를 통해서 보다 쉽게 책을 만들게 되고 책이 담고 있는 지식의 체계는 널리 퍼져나가게 되니 금속활자의 발명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가장 위대한 일이 되는 것이다.

이 영화 <직지 코드>는 바로 이 직지와 금속활자라는 두가지 의미를 되새기면서 정작 발명국인 한국에 없고 프랑스에 있는 직지를 찾아 유럽 일대를 추적하는 소위 현장 추적 다큐멘터리이다. 다큐멘터리가 리얼리티를 기본으로 현상성을 추구하지만 이 영화는 그에 더해서 역사를 추적하는 과정을 매우 흥미롭고 유쾌하게 그렸기에 역사적으로, 교육적으로 매우 유용한 영화라 할 수 있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최초로 발명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 와서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든 나라는 고려라는 것이 세계 사학계에서는 정설로 굳혀지고 있다. 인류의 문화 역사를 바꾼 이 거대한 사건 앞에서 최초를 찾아가는 일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소명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는 직지가 만들어진 당시의 상황에서 어떻게 금속활자가 퍼져나가게 되었는지를 살펴볼 요량으로 유럽, 원나라, 고려의 교역 자료를 찾아 유럽의 유명 박물관을 찾아보게 된다.

그런데 이 때, 의외의 복병이 나타나는데, 바로 직지를 보관하고 있는 프랑스이다. 선진국이면서 이상하게 폐쇄적이고 비협조적인 프랑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무언가 많이 숨기고 있다는 것을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조선시대 때 유럽의 한 신부가 최초로 들어왔다고 하지만 영화에서 밝혀내는 바로는 고려시대에 유럽의 성직자들이 고려 땅에서 거주했다는 것을 오랜 자료로 밝혀낸다. 당시의 교황이 고려에 보낸 서신이 바로 그것이다.
명확한 역사적 진실 앞에서 영화는 점점 더 깊게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심지어 위에서 말한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최조로 만든 사람이라는 어떠한 자료나 근거, 또는 남긴 흔적도 없다는 것은 이 영화가 성취한 내용들 중에서 매우 흥미롭고 재밌는 부분이다.

직지의 진실을 찾아가는 주인공 데이빗과 아네스는 혼혈이라해도 이들의 보여주는 진지함과 명석한 시선은 한국의 역사에 대한 자세를 다시한번 반성하게 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역사적 진실이 남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한민족의 것임을 영화를 보면서 가슴 속에서 뜨겁게 올라오는 무언가를 마주하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제작과 지원은 한국이지만 꾸려진 추적팀이 외국인라는 것은 또한번 직지에 대해서 파고들어가야할 한국인의 숙제처럼 느껴진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있다고 쳐도, 약 80년 전의 금속활자로 인쇄한 직지가 존재하는데 왜 어떻게 구텐베르크가 최초가 되는가, 하는 학구적 의구심과 학자의 시각에서 출발하는 이들의 자세는 오래전부터 탐구해온 탐사 정신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 순수한 학자적 탐구심은 그러나 현실의 문앞에서 무너진다. 우선 프랑스 박물관의 고압적이고 나태한 응답은 꽤나 열불나게 하는데 그들의 의도가 어떻든 역사 앞에서 숨기고 진실을 감추려는 태도는 학문적 탐사의 끝을 보게 하고, 이미 저변화된 구텐베르크 상품들과 개념은 바꾸기 어려운 상황으로 유럽에 내려앉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영화는 결론을 내지 않는다. 아니, 결론을 낼 수가 없다.
형식은 영화이지만 내실은 이것들의 내용이 실상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해줄 무엇인가가 있을 법도 한데 영화는 열린 결말을 지향한다. 오히려 결말을 열어놓고 언젠간 다시 시작해야할 숙제를 앞에 뿌려놓은 듯도 하다. 공을 던져줬으니 받아치던지 계속 모르는 척 하던지 선택하라는 뜻처럼 보인다.

영화라는 포맷이 2시간 동안의 환상과 볼거리와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이렇게 압축된 진실과 공개된 사실을 집중해서 보여주는 교훈적 순기능도 포함한다.
그런 기능을 충분히 활용해서 이 영화 <직지 코드>는 영화적 반전과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를 여러가지 시각으로 펼쳐보이고 있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고 진실을 추구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이다.
<다빈치 코드>만 재밌는 게 아니다. 사실에 근거한 <직지 코드>는 묵직하게 재밌고 과감하게 추적하는 추진력을 더 세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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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탐방 영화를 좋아하는 분
다큐멘타리 영화를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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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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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같은 추적 다큐를 좋아하는 관객에게 특히 흥미진진할 것 같다. <직지코드>는 14세기에 발명된 고려의 금속활자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해 나가는 추적 다큐멘터리다. 유럽중심적 역사 해석에 반기를 드는 작품으로 발로 뛰는 양이 상당하다. 병인양요 때 약탈당한 직지를 보기 위해 프랑스국립도서관을 찾아가고, 미국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가 2005년 방한 당시 ‘구텐베르크가 한국 금속활자 기술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스위스 인쇄박물관 관계자 ‘추친 박사’를 찾는다. 복잡한 역사적 사실을 보다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그래픽 효과도 직관적이다. 바티칸 비밀문서고에서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왕에게 쓴 편지를 발견한 건 특히 큰 성과다. 한국에 온 최초의 유럽인이 1594년 세스페데스 신부가 아니라, 적어도 1333년 이전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자신들 가설의 설득력을 확보해 나간다. 그래서, 정말로 구텐베르크가 고려 금속활자의 영향을 받은 거냐고? 결론은 직접 확인해 보길!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이 제작과 총기획을 맡았다.
2017년 6월 22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