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레인
2017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진압군으로 투입되었던 강일(엄태웅)은 20년이 지난 2000년 현재, 포크레인 운전사로 살고 있다.
20년이 지난 세월 동안 강일은 당시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는데 땅 속에서 백골들을 발견한다. 포크레인이 파헤친 백골,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에 대해서 강일은 이제 답을 듣고 싶어진다. 음울한 표정과 세상의 맨얼굴은 강일의 질문에 온전히 답하지 못하고 과거를 덮고 잊혀지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많은 시민이 희생했던 당시의 참사는 20년이 지났다고 해도 쉽게 지워질 일은 아니다. 그래서 강일은 자신의 포크레인을 직접 타고 전국에 펴져있는 당시 공수부대 상관들을 차례로 찾아간다.

강일이 마치 탱크를 몰듯이 포크레인을 몰고 가는 장면들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되는데 영화적 설정으로 비쳐보면 그 비유의 메시지가 매우 강렬하다.
영화 제목으로 쓰인 포크레인은 강일이 현재 종사하는 전문 업종이기도 하면서 경제를 이루는 생존 도구이다. 광주시 한복판에 들어갔던 탱크는 시민을 제압하고 시민을 적군으로 설정하였기에 가능한 운행 장비였다. 또한 포크레인이 땅 속에 있는 백골을 드러낸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당시의 숨겨진 진실을 밝히게 되는 동력이 된다.
이 포크레인을 타고 강일이 전국을 도는 설정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당시의 참상과 정신적 후유증을 보여주는데 깊숙하게 관여한다.
강일은 만나는 상사들에게 계속해서 묻는다.
“왜 그곳에 우리를 보냈습니까?”

이 질문에 지금 그 당시의 상사들은 제대로 답을 못한다. 아니, 답을 할 수가 없다. 그들도 역시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지 못한데 어떻게 그에 대한 진실된 답을 강일에게 할 수 있을까.
강일이 질문하는 것은 5.18에 대한 의문,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진실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듣고 싶은 바램이다. 지금의 고통에 대해서 원인을 알고 고통을 당하고 싶은 인간적 바램인 것이다.
공수부대원 김강일 역을 분한 배우는 바로 엄태웅.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딸아빠의 지극한 정성과 사랑을 보여주었던 엄태웅이 성매매 사건에 연루되어 충격이 컸다. 엄태웅을 TV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채 시간이 흘렀고 엄태웅은 TV 대신에 이렇게 영화로 대중에 나섰다. 그것도 일반 영화가 아닌 현대사의 아픈 시련을 담은 진중한 영화로.

어둡고 무거운 표정으로 포크레인을 운전하는 엄태웅을 보면 영화 속으로 빠져드는 것보다 그의 개인사에 대한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외롭게 포크레인을 운전하면서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병장부터, 소대장, 대대장 등으로 계급을 거슬러 올라가 직접 대면하는 목적을 가진 강일이는 엄태웅이 지금 인생의 한 켠에서 묻고 답해야하는 시련의 시간을 마주한 모습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엄태웅의 출연은 성공했다.
김기덕의 <일대일>에서 그림자리더로 분한 마동석이 고뇌의 자책을 하는 그 작업들을 지켜보는 것은 마동석의 액션 이미지에 비쳐서 이입이 좀 힘들었다. 마동석의 근육질은 <부산행>에 어울리는데 <일대일>에서는 그런 이미지를 삽입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 영화 <포크레인>도 김기덕의 시나리오인데 이번엔 제대로 배역을 설정했다. 엄태웅의 굳은 표정은 <톱스타>에서 배역을 따내기 위해서 지독하게 노력하던 태식과 과거의 사랑에 대해서 분노하고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건축학개론>의 승민의 모습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5.18 민주화 항쟁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강일이가 만나고 다닌 사람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 그리고 지금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살아서 기억하고 있는 당시의 증언들은 생생하게 살아 있다. 송강호의 <택시운전사>도 그렇지만 이 영화 <포크레인>도 그 살아있는 증언들의 연장선에서 역사에 소명을 다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관람해야 할 영화일 것이다.
진지하게 묻고 성실하게 답해야 할 순간들,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소양에 대해서 이 영화는 정중하게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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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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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레인>은 5.18 광주 민주항쟁 당시 진압군이었던 ‘강일’이 동기와 상사를 찾아가 책임을 묻는 사실극이다. 20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길거리 잡화상부터 국회의원까지 각자 삶을 살아가는 진압군의 모습을 통해 그들도 평범한 사람이었음을 환기시킨다. 이들 앞에 불현듯 나타난 ‘강일’은 애써 묻어둔 과거를 다시 파내어 꺼내는 포크레인 같은 존재. 자신의 전부나 다름 없는 포크레인으로 아픔의 잔상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이를 위로하기도, 폭력을 합리화 시키는 이를 응징하기도 한다. 탱크를 닮은 포크레인은 ‘은유’라는 영화의 미덕을 이행한 셈이다. 다만 김기덕 각본의 리얼리즘 무비답게 대사와 상황 전개만큼은 확고하고 투박하다. 단계단계 상위계급과 가까워지는 ‘강일’의 불도저 같은 모습은 지나치게 직관적이라서 호불호를 나눌 수 있다. 다행히 느리고 낡은 포크레인에 의지한 채 상사들을 만나고 다니는 ‘강일’의 자학적인 태도는 판타지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을 무마하는 편이다. 연출을 맡은 이주형 감독은 앞서 김기덕 감독과 <붉은 가족>을 선보인 바 있다.
2017년 7월 26일 수요일 | 글_김수진 기자 (sujin.kim@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