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Bridge To Terabithia , 2007

판타지 향이 그윽한 제목,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는 사실 판타지영화가 아니라 성장영화이다. 어릴 적 판타지광이였던 나는 신비로운 세계를 기대하며 비디오가게에서 이 영화를 찾아냈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했었다. 당연히 판타지만을 기대했던 입장에서이다. 하지만 꾸준히 네티즌들 사이에서 좋은 영화로 입소문이 나있던 터라, 또 같은 영화라도 어릴적에 본 느낌과 커서 본 느낌은 다르다고하니 정말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십여년만에 다시보게 되었다. 결과는 아주 좋은 영화였다. 옛날에 같이 봤던 친구가 영화 재밌던데!라고 한 게 사실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 번듯한 신발 하나도 갖지 못하고, 학교에선 비열한 불리들에 치여 괴롭힘 당하고, 오직 그림그리기만을 취미로 가진 풀죽은 12세 소년 제시가 마침내 단짝친구 레슬리를 만나고 같은 취미를 공유하면서 자신감을 찾아가는 과정이 잔잔하게 진행된다. 그 나이대 아이들이 가지는 고민들은 진지하고 현실적으로 그려져서 온가족이 함께볼 수 있는 잔잔한 가족드라마 같았다. 왜 판타지같은 색감과 구도의 포스터를 썼는지 아쉽다.

그렇다면 영화의 주무대인 비밀의 숲은 어떤 의미일까? 실제로 존재하는 숲이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지 않은 곳이라 두 사람만의 비밀장소로 낙점된 놀이터라고 보면 된다. 상상력이 풍부한 청소년이라 그 숲을 마법의 숲이라고 상상하며 그 상상을 현실처럼 여긴다. 제시의 가족들은 현실적인 인물이라 그런 제시가 약간은 못마땅하다. 제시는 친구와 함께 그 숲에서 놀고싶다는 욕망과 가족들의 시선 속에서 갈등하기도 한다.

영화의 갈등은 마침내 정점으로 치닫는데 바로 레슬리의 죽음 때문이다. 왜 하필 레슬리가 영화의 장치로써 희생되어야했는지는 의문이다. 전조증세 없이 갑작스럽게 떠난 레슬리는 영화 내에서 영상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주인공 제시가 평소에 좋아하던 여자선생님과 미술관 견학을 간 사이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제시가 레슬리의 소식을 전해들은 그 갑작스러움과 관객들이 마주하는 갑작스러움은 일치한다. 제시는 레슬리와 함께 있지 못하고 좋아하던 선생님과 들뜬채 외출했다는 점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리고 평소보다 훨씬 조심스러워진 어른들의 행동들에도 위로받지 못한다. 또한 여태까지 안식처였고 소중했던 비밀장소가 레슬리를 앗아간 것도 충격적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제시는 마직막까지 이 순수한 상상력을 동생에게 소개해주는 것으로 앞으로의 자신의 방향을 드러낸다.

주인공 제시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봤을 배우다. <헝거게임>의 남자주인공 조쉬이며, <쥬만지>의 후속작으로 알려진 <자투라>의 남자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자주인공 레슬리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껌을 씹던 여자아이, 바이올렛과 동일인물이다. 둘 다 어린나이에 연기를 했지만 맑은 연기와 내면의 연기까지 아주 잘 소화해주어서 영화 보는 내내 거슬림 없이 볼 수 있었다.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는 잔잔한 성장영화이면서도 어린시절의 순수함을 드러낸 영화이다. 다소 충격적인 결말로 치닫았지만 마지막까지 순수함을 지키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뭉클했다. 판타지라는 잘못된 홍보문구를 버리고 감상하면 아주 깊이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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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세모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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