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오고 모두가 달라졌다
<매혹당한 사람들>
The Beguiled , 2017

개인적으로 유혹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꼽는 할리우드 배우는 바로 니콜 키드먼이다. 다양한 작품에 등장했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마다 매력적으로 소화해내는 그녀의 신작이 공개 되었다. 오늘 리뷰 할 영화는 니콜 키드먼의 은밀한 유혹을 느낄 수 있는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전설이 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와 쾰른 사이의 철도 터널이 통과하는 이 커다란 바위는 요정의 바위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바위에 얽혀있는 로렐라이 전설은 작가 브렌타노의 설화시에서 유래했는데, 라인강을 항해하는 뱃사람들이 요정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 취해서 넋을 잃고 그녀에게 매혹되어 있는 사이 배가 물에 휩쓸려 암초에 부딪치고 결국 난파한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력에 끌려 속절없이 다가가야 하는 마음은 과연 어떤 것일까?
남북전쟁이 한창 일어나고 있는 1864년의 미국. 미스 마사가 교장으로 있는 여자 기숙학교에 부상당한 상태로 구조된 젊은 남자 존이 함께 살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배우 니콜 키드먼이 미스 마사역을 맡았는데, 그녀가 보여주는 카리스마와 고혹적인 모습은 스크린을 통해 그녀를 만나는 모든 사람을 매혹시킬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녀가 출연한 작품은 대부분 좋아하지만 영화 <물랑루즈>의 새틴이나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의 그레이스 캘리, 그리고 최근에 방영한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의 샐레스트는 그녀의 매력을 한껏 보여주는 캐릭터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아이들을 지켜야하는 교장으로서의 입장과 그저 남자 앞에 서있는 여자의 역할로서의 욕망이 충돌하는 미스 마사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인물들 간의 갈등은 점점 더 복잡하게 얽혀들어 간다. 함께 생활하는 여자들 사이에서 피어난 작은 긴장감은 미묘하게 그 크기가 커지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바꿔가기 시작하고, 엄격한 모습과 은밀한 모습 사이를 넘나들며 보여 지는 캐릭터들의 심리는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연출로 완벽하게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기숙학교에서 3년 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처녀 에드위나는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중 등장한 존의 존재로 자신의 욕망을 찾아가는 인물이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데뷔작인 <처녀 자살 소동>에 출연했던 커스틴 던스트가 에드위나역을 맡았는데, 그녀가 맡은 에드위나역은 존의 등장으로 인해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내주기 시작하면서 은밀하고 위험한 비밀은 갖게 되는 인물이다.

이외에 차곡차곡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가는 배우 엘르 패닝이 알리시아라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녀는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서있는 아슬아슬한 인물이다. 폭발하는 호기심과 더불어 세상 경험을 갈망하는 알리시아는 자신에게 친절하게 다가오는 존을 도발하면서 평온함이 지배했던 기숙학교를 혼돈에 빠트리는 인물이다.
영화에서 청일점을 담당하는 존역에는 배우 콜린 파렐이 낙점되었다. 그는 특유의 매력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죽음의 직전에서 기숙학교 구조된 존은 여자들만이 살고 있는 기숙학교에 머무르게 되면서 진심을 숨긴 채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다양한 인물들과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하지만 결국 그녀들의 숨겨진 욕망을 뒤흔드는 중심에 서게 되고, 결국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게 된다.

등장인물들만 보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 영화는 남북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더불어 고립된 대저택이라는 공간적인 배경이 신비로움을 배가 되게 한다. 한 영화를 통해 이렇게 다양한 배우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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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그녀들의 매혹에 빠지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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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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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당한 사람들>의 주 무대는 남북전쟁으로 주민들과 노예들이 떠난 작은 마을, 숲속 깊숙이 자리한 여학교이다. 어디든지 갈 수 있음에도 막상 어디로도 갈 수 없는 밀실 아닌 밀실에서 전쟁의 끝을 기다리는 여인들. 이 여인들만의 공간에 한 남자가 등장하고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새로운 인물의 출현에 활력을 얻은 여인들은 연령과 지위를 불문하고 ‘그’를 향해 치기 어리고, 때론 은밀하며, 한편으론 성숙하고 노골적인 욕망을 표출한다. 의상의 변화와 제스처로 언뜻언뜻 내비치는 우아하게 포장된 여인들 간의 힘겨루기와 팽팽한 신경전이 유머러스하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매혹적인 그가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순간, 호의가 순식간에 적의로 바뀌며 ‘위험 제거’에 공모하는 그녀들의 극단적 감정 변화다. 시대극 강자인 니콜 키드먼이 내뿜는 서늘한 서스펜스와 여인들의 품격 갖춘 기만적 행동, 고전적 미장센이 어우려져 알맹이는 별거 없음에도 꽤 그럴듯한 스릴러를 완성한다. 소피아 코플라 감독 작품으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2017) 감독상 수상작이다.
2017년 9월 5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