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MEMOIR OF A MURDERER , 2016
영화 <용의자>의 메가폰을 잡아 성공적인 흥행 성적을 거둔 감독 원신연과 연기력의 정점에 서 있는 설경구와 김남길, 오달수 그리고 아이돌이지만 강남 1970부터 그 연기력을 조금씩 인정받고 있는 설현까지.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이처럼 탄탄한 출연/제작진을 갖추었다. 허나 이 모든 요소보다 더 관객들을 기대하게 만든 것은 바로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 이 영화는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똑같은 제목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이 책의 아우라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책 <살인자의 기억법>2013년 발간된 도서로 발간 당시에도 베스트셀러로 등극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된 후에는 아직까지도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지키며 스테디셀러로 평가받고 있다. 책의 문장과 서사구조가 너무 탄탄하다 보니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았고 이러한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감독은 영화의 결말을 책과 다르게 가져갔다. 그것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먼저 전하고 싶은 말은 책을 안 읽으신 분은 꼭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시라는 것과 책을 읽으신 분은 영화에 큰 기대를 하지 않으시는 게 좋다는 것이다. 다만, 책과 떼어놓고 영화만을 봤을 때는 영화가 충분히 좋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단지 책이 너무 월등하게 좋은 탓에 영화가 그 빛을 조금 못 받았다고 하면 맞을 것이다.
영화는 나름의 재미가 있다. 영화로만 따로 놓고 보면 졸작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원작의 서사가 충분히 매력적이고 뛰어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작이 없었다면 영화로서 충분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지만 원작의 존재로 인해 영화는 내세울 것이 딱히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것은 책에 비한 영화의 완성도이지 영화만의 독립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책과 상관없이 볼 사람에게라면, 영화는 충분히 재밌다.
그리고 부정할 수 없는 이 영화의 단점은 바로 배우의 연기이다. 특히 설경구 배우의 연기는 정말 뛰어나다. 노인 역을 자처해 10kg 정도를 감량했다고 하는데 정말 잘 어울렸다. 언젠가 해어화라는 영화의 리뷰에서 영화계에서 노인분장금지법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하는 글을 보고 매우 공감했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설경구 배우의 노인 분장이 꽤 실감났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김남길 배우의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딱히 기억에 남는 강렬한 연기를 펼쳐주지는 못한 것 같다. 오달수 배우의 까메오는 언제나처럼 좋았다. 더불어 설현 배우의 연기 또한 나쁘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다만 시종일관 딱 붙는 의상만을 고집한 것에는 의문을 던지고 싶다.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듣기 전에 책을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상상해봤지만 영화화된 모습을 그리기가 쉽지 않았다.
책이 그만큼 생동감 있고 생생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영화에 더욱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아쉬운 마음이다. 어쩌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한계가 아닐까. 특히 액션을 위한 각색인 것만 같은 결말의 변주는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정말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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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경구와 김남길의 실감나는 연기를 보고싶으신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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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bta_vistavie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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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삭제되고 왜곡되는 혼란 속에서 미심쩍은 인물로부터 딸을 지켜야 한다는, 한때 살인범이었던 남자의 절박한 심정이 스릴러에 녹아들었다.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각색한 원신연 감독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을 등장시킨다. 대립 구도를 이루는 ‘태주’ 캐릭터의 비중을 높이고, 주인공 ‘병수’와 딸 ‘은희’의 관계를 매우 애틋한 방향으로 바꿔놓는 등 영화적 결말을 관객에게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각색했다. 관객 입장에선 삭제되고 왜곡되는 ‘병수’의 기억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함께 의심해야 하는 초중반 몰입도가 좋은 편이다. 그 역할에 독특한 표정을 새겨 넣은 설경구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불한당>(2016) 이후로 새로운 얼굴을 개발하는 데 가속이 붙은 듯한 느낌이다. 초중반을 장식한 치밀한 ‘의심 게임’이, 후반부에서는 목 조르고 엎어치는 액션 시퀀스로 갈음되는데 그때부터는 이야기가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다. 원작 소설의 문장을 옮겨온 잦은 내레이션이 영상 몰입도를 반감시키고 때로 구구절절한 느낌마저 드는 건 아쉬운 대목. <세븐데이즈>(2007) <용의자>(2013)를 연출한 원신연 감독의 신작이다.
2017년 8월 31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 ( got.park@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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