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의 내일
Bacalaureat , Graduation , 2016

젊은 시절, 루마니아의 불합리한 정부 체제에 맞서 저항했던 로메오. 운동권으로 젊은 시절을 불태운 그도 시간이 지나 가정을 꾸리며 젊은 날의 자신과는 멀어진다. 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이 있다.

몸이 약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나흔 딸 엘리자는 아버지의 기대를 한 번도 저버린 적이 없는 착하고 성실한 아이였다. 젊은 날 투쟁의 기억으로 루마니아 정부에 불신이 깊은 로메오는 엘리자가 영국으로 유학을 가 더 큰 세상을 경험하기를 바라고, 엘리자 역시 아버지의 뜻에 따른다.

줄곧 높은 성적을 유지하던 엘리자는 곧 자신의 노력에 보답 받게 된다. 좋은 성적으로 여유롭게 졸업하여 유학을 코앞에 두고 있었던 엘리자. 그런 엘리자에게 뜻밖의 불행이 닥친다. 총 세 번의 졸업시험 중 두 번째 시험을 앞두고 엘리자는 학교에서 의문의 폭행을 당하고, 두 번째 시험을 망쳐버려 세 번째 시험에서 만점을 받아야 하는 가혹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폭행당한 기억으로 충격에 빠진 엘리자는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세 번째 시험 준비에 돌입하게 된다. 이를 지켜보는 로메오의 마음은 찢어질 것처럼 아프다.

그는 딸을 위해 그동안 자신이 증오해 마지않았던, 과거 젊은 날의 자신이라면 결코 선택하지 않을 방법을 동원한다. 엘리자를 괴롭힌 범인을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일념으로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동시에 학교 측에 교섭을 시도하여 엘리자가 코앞에 둔 세 번째 시험에서 목표한 점수를 따낼 수 있도록 조작한다. 이 부정행위를 눈치 챈 아내와 딸은 로메오를 강하게 비난한다.

로메오는 혁명을 이뤄낸 자랑스러운 세대의 일원이었다. 그는 자신의 과거에 자부심을 느꼈고,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도 도덕적으로 법을 지키며 살아왔다고 자신했다. 의사로서 성실하게 근무했고, 가정을 위해 헌신했으며, 남들이 흔히 저지르는 사소한 범법 행위도 저지른 적이 없었다. 그 모든 건 하나뿐인 소중한 딸 엘리자를 위해서였다. 로메오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훌륭하게 극복해 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겪어야 했던 불행과 고통은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로메오는 딸이 ‘가능성 없어 보이는’조국에서 벗어나 체계과 질서가 잡힌 선진국으로 나아가기를 바라게 되었다.

엘리자는 착한 아이였다. 또 성실했다. 지금껏 딸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로메오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노력이 찰나의 불행으로 무너져 내리게 되었다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로메오는 그동안 자신이 무엇보다 증오했던 길로 들어선다. 엘리자를 영국으로 보내기 위해 시장, 교장, 경찰서장과 결탁하고 공모하여 돌이킬 수 없는 위법행위를 저지른다. 그리고 죄책감에 무너져 내린다.

미래가 불투명한 나라에서 어떻게든 자식만큼은 해외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은 오늘날 수많은 부모들이 하는 생각이다. 폭력사건으로 인해 큰 상처를 입은 엘리자에게 세 번째 시험을 강요할 수밖에 없었던, 한평생 자신의 신념을 지켰으나 부성애라는 이름 아래 무너져 내리게 된 로메오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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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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