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20세기
20th Century Women , 2016

1979년 산타바바라.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며 아들 제이미를 키우고 있는 55세 싱글맘 ‘도로시아’는 사춘기를 겪는 아들 제이미가 걱정이다. 하나뿐인 아들이 엇나가지 않을까, 그 나이대 소년이 의지하고 롤모델이 될 만한 아버지가 없다는 이유로 좌절하지는 않을까 고민하던 도로시아는 쉐어하우스에서 지내는 사진작가 ‘애비’와 제이미의 친구 ‘줄리’에게 고민을 이야기한다. 제이미로 인해 시작된 그녀들의 대화는 이내 그녀들 스스로의 삶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1979년대 미국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불린다. 이 시대를 산 사람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양쪽 전부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축복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삶의 변화에 혼란스러움을 극복해 나가야 했던 세대다. 그리고 한 세기가 지난 2017년에도, 사람들은 1979년을 살아간 사람들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유별나게 사춘기를 겪는 아들 제이미는 도로시아에게 있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아이를 혼자 키운다는 사실이 언제나 염려스러웠던 도로시아. 그녀가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며 각자 성격도, 생활습관도, 가치관도 다른 젊은이들과 함께 지낸다는 사실은 축복과도 같다.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포토그래퍼 애비는 쇼트커트에 정열적인 붉은 머리가 인상적인 인물로, 도로시아가 아들과의 세대차이로 인해 겪는 갈등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제이미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친구 줄리 또한 도로시아의 삶에 큰 도움이 되는 인물이다. 시니컬하고 무심해 보이는 이 소녀는 1970년대 십대들이 겪는 고민과 갈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극중 중심인물은 도로시아에게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도로시아를 뒷받침하는 역할인 애비, 줄리 또한 각 세대를 대표하는 이미지의 여성이다. 때문에 <우리의 20세기>는 타이틀 면에서 좀 더 여성성에 중심을 두었으면 한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한 소년이 사춘기를 무사히 보내고 올바른 성인남성이 될 수 있도록, 소년을 중심으로 구성된 ‘새로운 가족’은 말 그대로 1979년을 살아간 여성들이었다.

마이클 밀스 감독은 <우리의 20세기>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임을 밝히며 가족에 대해서, 올바른 성장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내포한 교훈을 지나치게 드러내기보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은근하게 내비치며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결정적인 대사,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은 없다. 다만 <우리의 20세기>는 단 하나의 메시지만을 전하려고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다. 한 줄로 명확하게 요약하기보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곱씹어볼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하는 관객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미래는 빨리 다가올 뿐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살아가고,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는 언젠가는 낡은 것이 되며 세대 차이라는 넘기 힘든 벽을 체감하게 될 때가 온다. 개인의 삶은 아늑하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는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변화에 익숙해져야 한다. 삶은 변화의 연속이다. 훗날 누군가는 오늘을 ‘그때’라고 표현하며,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고민과 생각들을 교훈으로 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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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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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아’는 1929년 대공황을 겪은, 삶에 진중한 중년 여성이다. 마흔 살에 낳은 늦둥이 아들 ‘제이미’를 무척이나 아끼지만 이해 못할 가벼운 놀이를 즐기는 ‘요즘 세대’인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하기만하다. 같은 셰어하우스에 사는 사진가 ‘애비’와 아들의 절친한 친구 ‘줄리’에게 제대로 된 인생 교육을 부탁해보지만 웬걸. 그 두 사람은 ‘제이미’ 만큼이나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사람일 뿐! 21세기에 들어선 지 17년이 흐른 지금, 20세기의 한 시절을 함께했던 ‘도로시아’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돌아보는 마이크 밀스 감독의 시선은 놀랍도록 따뜻하다. 풍미 가득한 1930년대풍 재즈와 블루스가 뿜어내는 복고미, 그 시절 명성을 떨친 페미니즘 학자와 유명 배우를 인용하며 뽐내는 지성미도 탁월하다. 자칫 리듬이 늘어질 법한 시점에 삽입한 ‘빨리감기’같은 영상과 무지갯빛 잔상까지, 누군가의 20세기를 회상하는 애틋한 영상이 감정의 파고를 부른다. 나이가 많든 어리든 경험이 풍부하든 적든, 사실은 모두 다 같이 성장하고 있었던 그때를 돌이켜보는 아련함이 가득한 작품이다. 아네트 베닝, 그레타 거윅, 엘르 패닝만큼 이 작품에 잘 어울릴 배우는 없을 것 같다.
2017년 9월 22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