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버스데이>
<해피 버스데이>는 모녀의 이야기다. 어린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요시에는 딸을 위한 생일 카드를 준비한다. 매년 노리코의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배달되도록 한 이 생일카드는 노리코의 삶에 지표가 된다.
노리코는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녀였다. 자신에 대한 부모님의 기대가 버겁고 부담스러웠던 소녀는 스스로 부모님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두려운 노리코는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조연’이라고 생각한다. 똑똑하고 야무진 성격의 엄마 요시에와는 다른 자신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엄마처럼 되고 싶다가도 실패할까 두려운 노리코. 그런 노리코에게 요시에는 네 삶의 주인공은 바로 너이며, 그 삶이 특별하거나 빛나지 않는다 해도 의미가 있음을 알려준다.
요시에는 어린 시절 노리코에게 책 읽어주는 일을 즐겼다. 자연스레 책을 좋아하고, 잡지식이 많아진 노리코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퀴즈대회에 출전한다. 그러나 내성적인 성격의 노리코는 친구들의 질투심을 견디지 못하고, 정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하지 못한다. 이유를 묻는 엄마에게 노리코는 자신은 엄마와 같지 않다고 대답한다.
딸을 바라보는 요시에의 눈빛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사랑과 애틋함이 느껴진다. 사랑하기 때문에 곁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고, 딸의 성장을 지켜볼 수 없는 스스로가 원망스럽다. 매년 노리코에게 전달되어 오는 생일카드는 요시에가 자필로 쓴 따뜻한 손편지다. 오래전에 쓴 것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은 이 편지는 노리코의 삶에 실존하는 사람들만큼이나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이 카드가 마냥 즐겁고 기다려지는 물건은 아니다. 노리코는 언제나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엄마의 존재에 스스로의 삶이 가려진다고 느껴, 기다리던 생일 카드를 거부하는 등 현실적인 갈등이 생겨나기도 한다.
카드를 준비하는 요시에 또한 마찬가지다. 어린 딸의 모습만을 볼 수 있는 그녀는 노리코가 어떤 아이로 자랄지 짐작할 수 없다. 열여덟, 열아홉, 스무 살의 노리코는 어떤 아이일까? 어떤 여성으로 성장할까?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기에 요시에는 어떤 편지를 써야 할지 모른다.
세상에 남겨진 자녀를 위해 많은 편지를 미리 준비해두고, 해가 바뀔 때마다 배송되도록 하여 자녀들의 삶을 지지하는 부모의 이야기는 많다. <해피 버스데이>또한 요시에의 편지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가족 간의 사랑과 유대가 일본 감성영화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로 녹아들어 있다. 일상, 힐링, 감성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추천할 만하다. 다만 지나치게 전형적인 전개와 결말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따뜻한 색감,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무척이나 따뜻하게 다가온다. 언뜻 신파로도 갈 수 있는 전개는 지극히 평범하고 잔잔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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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영화,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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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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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딸에게 된장국 끓이는 법을 가르치던 엄마(<하나와 미소시루>, 2015), 남겨두고 가는 가족 하나하나 맞춤 배려했던 강한 엄마(<행복 목욕탕>, 2016). 엄마를 떠나보내는 가족 이야기이지만 유독 딸과 엄마의 관계를 부각시킨 작품들이다. <해피 버스데이>는 이러한 일본 ‘모녀 이별 이야기’에 정점을 찍는다. 어릴 때부터 조연이 되겠다 자처할 정도로 소심했던 소녀는 10살 때 떠나보낸 엄마의 편지를 매해 받는다. 편지는 깜짝 놀랄만한 조언을 하고, 엄마의 과거의 일부분을 알려준다. 하지만 소녀는 참을 수 없는 그리움에 기반한 출구 없는 분노에 편지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렇게 소녀는 단단해지고 마침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을 찾는다. 여기에는 묵묵히 편지를 건네 주며 곁을 지킨 아빠와 착한 남동생도 있다. 후에 아빠와 아들의 교감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나오길 기대할 정도로 부자(父子)의 숨겨진 사연이 궁금하다. 동일한 감성 안에 남성을 중심으로 어떤 색으로 채색할지 말이다. <리틀 포레스트>의 하시모토 아이가 딸 ‘노리코’를, <분노>의 미야자키 아오이가 10년에 걸쳐 편지를 남기는 엄마를 차분히 연기한다. 요시다 야스히로가 연출했다.
2017년 9월 25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 eunyoung.park@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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