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Marjorie Prime, 2017
2017년 선댄스 영화제에 초연, 알프레드 P.슬로안 상을 수상한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과학 기술이 발달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기억을 점차 잃어가는 노년의 주인공이 세상을 떠난 남편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홀로그램과 대화를 나누며 지난날을 떠올리고, 자신의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회고하는 영화이다.
퓰리처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극작가 조던 해리슨의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마이클 알메레이다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로이스 스미스, 존 햄, 지나 데이스와 같은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으로 기대감을 높혔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치매로 인해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마조리. 거실 의자에 앉자마자 그녀 앞에 한 남성이 나타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온화하고 다정스러운 말투, 그러나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 든다.
월터라는 이름의 남성. 엄밀히 얘기하면 월터 프라임이라는 세상을 떠난 마조리 남편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복원한 홀로그램이다. 학습 능력도 있어 사위인 존이 마조리와 관련되어 있는 에피소를 얘기해 주면 마조리가 조금씩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주고받곤 한다.
몇 년 전부터는 딸 테스와 사위 존이 이주를 해 함께 살고 있다. 몸이 좋지 않은 엄마를 돌보기 위함인데, 테스는 그녀 나름대로 엄마를 위한다고 하지만 감당하기 쉽지 않는 모양. 남편 존의 설득 끝에 간병인을 부르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가 잠깐 외출한 사이 간병인이 테스 몰래 담배를 건네주지만, 엄마의 안부가 궁금했던 테스의 전화로 인해 결국 그 사실을 틀기게 되고 간병인을 해고 하려 하지만 존이 극구 만류한다.
기억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삶의 의미와 가족의 소중함을 떠올려 보는 감성 드라마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미국의 신문 저럴니즘, 문학적 업적과 명예, 음악적 구성에서 가장 높은 기여를 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인 퓰리처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조던 해리슨의 연극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을 통해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 받는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 복원된 인공지능의 모습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로봇의 느낌이 아닌 복원을 원하는 대상의 실제 모습, 그중에서도 당사자가 원하는 그 사람의 나이때로 설정했다.
공통적으로 자신이 상처 받은 시기, 자신이 치유 받고 싶은 시기로 설정해 두었는데, 아무래도 행복했던 기억들이 오랫동안 지속되지만 불행했던 기억들 역시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다. 주인공들은 그런 기억들을 오히려 다시 소환하고, 반대로 치유 받음으로써 기억을 바꾸려 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인간의 기억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순간적으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의도치 않게 잘못된 기억을 사실로 기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월터 프라임과 마조리의 대화에서도, 월터 프라임과 존의 대화에서도 스쳐 지나갔던 다른 기억들이 혼재되어 제대로 된 기억을 할 수 없었다.
그 예로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를 이야기 하며 기억이란 그 자체가 아닌 기억한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고, 복사본처럼 계속 희미해질 수는 있어도 절대로 생생해지거나 선명해지지 않는다. 게다가 끊임없이 유실되기 때문에 강렬한 기억도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데, 여기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가족과의 관계이다. 필연적으로 시작된 관계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결국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가족일 것이고, 자주 접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당연시 여기게 되는 것들이 조금씩 생겨난다.
그러나 세상에는 당연한 것은 없다. 이해를 한다고 하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이 변할 수 있다. 그래서 표현의 중요한 것이고 서로의 감정 교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를 잘 안다고는 하지만 결국 보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오해가 생겨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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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과 인간 관계를 되돌아 보고 싶은 사람
기억 속 소중한 기억을 떠올려 보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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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쿠로쿠마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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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더이상 곁에 없을 때 우리는 고통스럽다.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기억의 실마리를 붙잡고 추억하기 위해, 나의 기억을 학습한 인공지능과 대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 기억상실증에 걸린 할머니 ‘마조리’가 죽은 남편 ‘월터’를 대신하는 인공지능 홀로그램 ‘월터 프라임’과 대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두 사람의 추억을 묘사하는 섬세한 대사, 따뜻함을 강조하는 세피아 톤의 영상이 그리움에 젖은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녹여낸다. 영화가 가장 매혹적인 부분은, 같은 테마를 공유하면서 딸 ‘테스’와 사위 ‘존’의 시점으로 옮겨 이야기를 확장하는 지점이다. 함께한 기억을 묘하게 달리 기억하는 순간, 각자의 의도에 따라 배제된 기억들… 인물의 대사가 교차하는 과정에서 세 사람의 속내에 쌓인 감정이 포착되고 영화는 울림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함께했던 기억을 다시는 공유할 수 없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깊게 들여다본, 마이클 알메레이다 감독의 감수성이 도드라진다. 제33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알프레드 P. 슬로안 상을 받았다.
2017년 10월 18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