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To Each His Own , 2017

하얀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양복, 튀지 않는 색상의 넥타이에 서류가방을 들고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
무서운 직장상사의 호통과 끝이 보이지 않는 잔업과 야근에 지쳐 집으로 돌아오면 치워야 할 짐들만 가득하다.
눈을 감고 그날을 돌이켜보고 내일 할 일을 생각하면서 억지로 잠을 청하나, 전화기 메신저소리에 새벽녘까지 잠을 설친다.
그렇게 하루가 끝나고 또 하루가 시작된다.

내 꿈은 무엇이었는지, 지금 하는 일이 어릴 적 꿈꾸던 것인지는 중요치 않다. 현실이다. 행복이란 느낌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크게 웃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점점 벼랑 끝으로 몰려간다. 결국에는 떨어질 일만 남았다.
OECD 자살률 1위(하루 44명꼴). 40대 사망률 세계1위. 현재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부끄러운 수치다.
영화는 이웃나라 일본의 평범한 직장인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 제목부터 울컥하는 감정이입이 일어나고 중간중간 한없이 공감되며 끝난 뒤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다.
주인공 타카시는 특별히 잘난 것도 없이 늘 실수만 연발하는 영업부 말단 사원이다. 그저 정직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 자신의 특기나 적성과는 상관없이 취업한 곳은 지옥과 마찬가지다.

너무나 힘든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플랫폼 선로에서, 자칫 큰일이 벌어질뻔한 상황을 구해 준 것은 학교동창인 야마모토다.
하와이언 셔츠에 반바지, 슬리퍼를 신고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야마모토와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영향을 받아 긍정적으로 생활이 변해가지만, 또 다른 동창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야마모토가 학교 동창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친구로 가까워진 둘은 다시금 자신을 소개하고 가까이 지내기로 한다.

우연히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어딘가를 가는 야마모토의 뒤를 따라가보니 그곳은 공동묘지였다. 타카시는 야마모토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그는 이미 3년 전에 죽은 사람이었지만, 특별히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 정체를 의심하면서도 관계를 유지한다.

그 와중에 겨우 따낸 계약 건에 대해 발주서기입에 실수로 계약자체가 파기될 지경에 이르게 된다. 가뜩이나 인간 쓰레기인 부장은 더더욱 폭압적인 태도로 그에게 전 직원들 앞에서 도게자까지 시키며 인격적으로 말살을 시키는 지경이다. 겨우 달라지기 시작한 자신의 일상이 전부 깨져버린 것과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는 생각에 옥상에서 뛰어내릴 결심을 하지만, 때마침 나타난 야마모토의 만류로 주변을 돌아보기로 한다.

고향에 돌아가 부모님을 만나고 언제든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돌아갈 곳이 있음을 깨달은 타카시. 그는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 중요한 결심을 한다.
다시 야마모토를 만나 감사를 전하고 이 말을 한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부장에게 멋들어지게 한방먹이고, 자신을 속인 상사를 용서하고 홀가분하게 돌아오지만 야마모토는 그 자리에 없다.
그리고 그를 다시 찾게 되면서 늘상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그늘을 알게 된다.
영화의 결말은 두 사람이 다시 만나면서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영화로써는 아름다운 결말이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도 그러한 결말이 보일까?
딸린 식구로 인한 생계유지, 학자금 대출로 인한 상환, 연로하신 부모님의 병수발,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삼포, 사포를 넘어 칠포세대란 말까지 생겨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블랙기업이더라도 회사를 그만둔다는 결심은 쉽사리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을 믿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돌아보고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니까.

지금 힘들어하는 모든 직장인들과 앞으로 힘들어질 예비 직장인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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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영화는 다를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아픈 현실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방법을 제시해 주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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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힘들어하는 모든 직장인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시작한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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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청포도에이드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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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수 없을 만큼 퇴짜를 맞으니 어디든지 받아주기만 한다면 감지덕지다. 그 일이 내가 정말 원했던 일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수행할 것인지는 저만치 한쪽 구석에 구겨 넣고 애써 생각하지 않는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이렇듯 구직 경험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공감하지 않으려야 안 할 수 없는 사연을 담고 있다. 게다가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이 말이 턱밑까지 쳐 올라왔던 순간순간이 어찌 없을까! 영화는 ‘정식 직원’으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잃어가는 ‘다카시’가 의문의 존재인 ‘야마모토’를 만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각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한편으론 눈물 나게 그린다.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서라지만 직속 상사의 반복되는 과도한 폭언과 손찌검 그리고 가학적 태도는 지나치다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영화가 지닌 결을 크게 훼손하지는 않는다. 청아한 OST와 어우러진 몇몇의 시적인 대사가 인상적인, ‘잠깐만 휴식 좀 취해봐’라고 상냥하게 말을 건네는 영화다. ‘키타가와 에미’의 동명의 베스트셀러(2014)를 원작으로 <솔로몬의 위증>(2015)의 나루시마 이즈루가 연출했다. 후쿠시 소우타와 쿠도 아스카가 각각 ‘야마모토’와 ‘다카시’로 호연한다.
2017년 10월 16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