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앤 아트
Words and Pictures , 2013

2017년 11월 국내 개봉한 영화 <러브 앤 아트>는 "프레드 쉐피시"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장르와 감독이다. 사실 장르는 공포영화나 호러 영화만 아니면 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감독이다. 배우나 이야기가 달라져도 감독 특유의 스타일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보기 전에 감독의 이력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편이다. 이 영화를 찍은 "프레드 쉐피시"감독의 이력은 대단하다. 1976년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해 벌써 40년이 넘게 감독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아이 오브 더 스톰>, <러시아 하우스> 등 성공적인 작품도 많이 만들었다. 그에 따라 각종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으니 믿고 볼만한 감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2013년 개봉한 멜로/로맨스 영화이다.
지금은 80세가 된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세련되고 위트있는 영화이다. 또한 영화의 주인공들 역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배우들이다. 남자 주인공으로는 영화 <발레리안>, <칠드런 오브 맨>, <씬 씨티>, <클로저>, <킹 아더> 등 다양한 영화에서 활약한 "클라이브 오웬"이 등장하고 여자 주인공으로는 영화 <공각 기동대>, <고질라>, <퐁네프의 연인들>, <까미유 끌로델>, <세가지 색 : 블루> 등에서 활약한 "줄리엣 비노쉬"가 등장한다. 필모그래피만 놓고 봐도 어마어마한 배우들이다. 믿고 볼만한 감독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배우들까지, 어떤 영화가 탄생했는지 살펴보자.

이 영화는 멜로/로맨스로 그 장르가 분류되어 있지만 규정된 장르와는 다르게 하나의 예술영화로도 분류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클라이브 오웬이 맡은 잭 마커스와 줄리엣 비노쉬가 맡은 디나 델산토의 대결과 화해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 영화에서는 캐릭터의 역할과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잭과 디나의 대결은 곧 말과 그림의 대결으로 형상화되는데, 이 말과 그림의 성격을 각각의 인물들이 고스란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잭의 이야기가 먼저 소개된다.
잭은 미국 사립학교의 영어 선생님이다. 그러니까, 미국에서는 "국어"선생님인 것이다. 그는 아주 열정적인 선생이다. 학생들을 사랑하고 영어를 끔찍하게 아낀다. 그리고 가르치는 일에 대한 열정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해고를 예고받은 위기의 선생이다. 그 이유는 그의 나태함에 있다. 잭은 과거에 촉망받는 문장가였으며 작가였다. 곧 예술가이기도 한 셈이다. 그는 학교의 잡지에 학생들을 고무시킬만한 글들을 실었으며 문단에서도 주목받는 작가였다. 하지만 영화에는 나타나지 않는 무엇인가가 그를 무너뜨렸다. 그것은 그로부터 글을 향한 열정을 앗아갔다. 그는 더이상 글을 쓰지 않으며 단지 술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알콜중독자가 되어 학교 밖에서 말썽을 피우고 교사의 권위를 무너뜨렸다. 그가 만들던 잡지도 이제는 큰 이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학교는 그에게 한두 달의 유예기간을 줬다. 그는 그 안에 무엇인가를 바꾸어야만 한다.

그때 학교에 델산토가 새로 부임해온다. 델산토는 미술 선생님이다. 미술 선생이자 화가이며 곧 예술가이다. 델산토는 과거의 잭과 같이 아주 유명한 화가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델산토는 지금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델산토에게도 어려움이 있다. 그것은 잭의 마음의 병과는 다르게 몸의 병이다. 델산토는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앓고 있다. 이는 손발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미술가로서는 아주 치명적인 병이다. 그녀 역시 몸이 아프고 난 뒤에는 제대로 된 작품을 그리지 못했다. 그녀에게도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학교에서 만나 서로를 탐구한다. 예의없고 제멋대로지만 언제나 밝고 활기찬 모습의 잭과 언제나 차갑고 냉정하게 보이는, 전혀 다른 모습의 둘은 서로에게 흥미를 느끼고 말과 그림으로써 대결하고 화해한다. 그들은 말과 그림에 대해서, 서로 자신의 것이 더 뛰어나다는 주장을 펼친다. 델산토는 말한다. "말은 거짓이고 함정이야." 그러자 잭이 말한다. "말은 진실이고 말이 곧 힘이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영감을 받아 말을 다루고 그림을 다룬다. 하지만 둘에게는 큰 차이가 있다. 델산토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예술가이지만 잭은 퇴보하는 예술가라는 사실. 잭과 델산토의 사랑은 말만큼 진실하지 않고 그림만큼 아름답지 않았다. 이것은 순전히 잭의 잘못이고 잭의 책임이다. 그리고 잭은 델산토를 위해 다시 한 번의 변화를 준비한다.
이 영화는 아주 아름답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영화는 대놓고 말과 그림을 다루고 있다. 말은 곧 문장이고 문학이며 그것 그대로 예술이 된다. 그림 역시 마찬가지이다. 델산토의 붓질 그리고 그 학생들의 붓질은 그것 그대로 예술이 된다. 잭이 만들어내는 문장과 델산토가 그려내는 그림은 모두 예술이며 그것들은 영화의 장면 장면에 온전히 담긴다. 그로써 이 영화 역시 예술이 된다.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출로 말과 그림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영화 <러브 앤 아트>는 사실 원제가 아니다.
원제는 "Words and pictures"이다.
영화의 내용 그대로 "말과 그림" 개인적으로는 원제가 더 마음에 들지만 한국 관계자들에게는 사랑이 더 마음에 든 모양이다. 어찌 되었든, 이 영화는 사랑과 예술이며 그 예술은 말과 그림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예술이다.
 |
|
 |
문학과 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
투박하지만 예쁜 예술 영화가 보고 싶은 사람
클라이브 오웬과 줄리엣 비노쉬의 연기가 궁금한 사람 |
|
| 글: bta_vistavie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사연은 다르지만, 벼랑 끝에 선 남녀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만났다. 남자는 더 이상 시를 쓰지 못하는 알콜의존증 작가이고, 여자는 성공한 화가이지만 류머티즘으로 통증에 시달리고 작품 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언어 - 남자에겐 시이고 여자에겐 그림- 의 위대함을 설파하고 영감을 불어 넣고 창의성을 독려한다. 학생들은 10대의 재치로 맞받아치고 때론 고민을 상담한다. 상호 자극제가 되어 발전하는 모범적인 사제의 모습이다. 이렇듯 영화는 학교를 배경으로 학생과 선생, 학생과 학생, 선생과 선생 간의 다양한 관계를 들여다본다. 물론 그 중심은 여전히 설렘을 간직하고 있는 중년 두 선생님의 흐뭇한 멜로라인이다. 극을 이끌어 나가는 주요 소재인 ‘시와 그림’ 대결은 재치있고 감성적이나 음미의 시간이 필요한 편이다. 클라이브 오웬과 줄리엣 비노쉬가 영어 선생님과 미술 선생님으로 호흡을 맞췄다. 특히, 줄리엣 비노쉬의 미묘한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2017년 11월 7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