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른에게
29+1 , 2017

2017년 개봉한 홍콩 영화 <나의 서른에게>는 팽수혜라는, 다소 생소한 홍콩의 여자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이 영화는 영화의 서두에 밝히고 있듯이 ‘29+1’이라는 홍콩의 유명 연극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연극 ‘29+1’은 홍콩에서 10년 이상 꾸준히 사랑받아온 국민 연극으로 영화 <나의 서른에게>의 감독인 ‘팽수혜’분이 주연으로 활약한 작품이다. 자신이 주연으로 활약했던 작품을 리메이크해 영화로 만들만큼 그 애정이 높았다는 말이다. 이는 영화 개봉 전부터 화제를 이끌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어떤 작품이기에 주연으로 출연한 것에 이어 감독까지 맡게 되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영화 <나의 서른에게>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보통 여성들의 이야기는 아니고 특정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 대상은 바로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서른이거나, 서른을 앞두고 있거나, 서른이 두려운 모든 여성들이다. ‘여자는 서른이면 끝이다.’ 혹은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이것이 국제적인 개념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한국과 홍콩에서는 존재하는 개념인 것 같다. 100% 잘못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실제로 나이 들기를 두려워하며 나이가 든 스스로를 무가치한 존재로 느끼기도 한다. 실제로 시중에 판매하는 책들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찾아볼 수 있다. 몇 가지 서적의 제목을 살펴보자. 포털 사이트에 ‘여자 서른’이라는 단어를 치면 다음과 같은 서적들이 나온다. ‘서른에서 멈추는 여자, 서른부터 성장하는 여자’, ‘잘나가는 여자, 서른을 디자인하라.’, 서른 살의 여자를 옹호함.‘ 등. 어째서 서른이 여성들의 가치를 판단하는 분기점으로 생각되는 것일까?

서른은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결혼’이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찾아오는 시기이다. 결혼은 두 사람이 모여 하나의 인생을 꾸리는 작업이다. 이는 두 사람의 각기 다른 인생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말과 같다. 그런데 남자에게 서른은 큰 이벤트가 아니다. 오로지 여자에게만 서른은 큰 이벤트로 작용한다. 이는 결혼과 함께 어느 정도는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임신, 그리고 육아와 가정에 대한 충실함이 여자의 역할로 규정되는 것에서 이르는 편견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완전하게 서로 다른 두 여자의 인생을 그리며 여성과 서른이라는 나이, 그리고 결혼과 삶에 대해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영화에는 대표적인 여성 두 명이 등장한다. ‘임약군’과 ‘황천락’이다. ‘임약군’ 역은 중국 배우 주수나가, ‘황천락’ 역은 정흔의가 맡았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서른을 맞이하는 두 여성의 모습을 그렸다. 먼저 임약군은 커리어 우먼을 꿈꾸는 여성이다.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는, 결혼에 매달리지 않고 성공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멋진 여성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실제로 잘 해내고 있다. 마케팅 회사에서 사장의 인정을 받으며 승진을 거듭하고 있고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시련이 찾아온다.
첫 번째 문제는 남자친구이다. 그녀는 벌써 10년이나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 남자친구는 그녀에게 청혼을 한 적이 있지만 그녀는 준비가 안 되었다는 말로 거절했다. 그 후로 서로 바쁜 둘은 잘 만나지 못하며 많이 다툰다. 두 번째 문제는 아버지를 위시한 가족이다. 아버지는 치매에 걸렸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그녀에게 밥을 먹으러 오지 않느냐고 화를 내며 전화하는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보살피고 있는 어머니. 벌써 못 뵌 날이 많지만 여전히 일이 우선인 그녀는 아버지의 전화가 성가시기만 하다. 그런 그녀에게 또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세 번째 문제는 집이다. 집주인이 갑자기 집을 팔아버리곤 삼 주 안으로 집을 비워달라고 한 것이다. 일은 산더미 같으며 남자친구와 가족문제까지 겹쳐 있는데 당장 살 집까지 구해야 하는 임약군, 그녀는 점점 자신의 삶에 확신을 잃어간다.

그렇게 살 집을 구하던 임약군은 아는 지인의 추천으로 일주일간 살 집을 찾는다. 그리고 그 집에 짐을 싸 들어간다. 그 집의 주인은 바로 ‘황천락’이다. 임약군 자신과 태어난 년도와 생일이 모두 같은 여자. 하지만 살아온 삶은 전혀 다른 여자. 임약군은 황천락의 다이어리를 통해 그녀의 삶을 훔쳐본다. 그리고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황천락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본다. 자신보다 벌이도 적고 사회적 지위도 낮으며 아르바이트로 간간이 살아가고 있는 황천락, 하지만 자신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그를 통해 임약군은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 진짜 자신의 삶을 찾아간다.
<나의 서른에게>의 마지막 장면에는 한 문장이 나온다. ‘모든 꿈의 시작은 0이다.’ 우리는 어차피 죽는다. 그리고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사실 나이는 우리의 삶과 아무 상관이 없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먼저 삶을 마감하는 것도, 적다고 해서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인생에는 어차피 아무런 확신도 없다. 내가 지금 어느 시기에 있건 달라질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것이고 그 선택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나의 서른에게>는 홍콩 아시안 영화제 폐막작,
클리블랜드국제영화제에 공식 출품 상영되며 관객들의 극찬을 이끈 화제작이다, 이후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적 완성도를 인정받아 오사카 아시안 영화제 관객상, 세도나 국제영화제 디렉터 초이스 대상과 각본상을 휩쓰는 등 쾌거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니스국제영화제 외국어영화상, 외국어영화 감독상, 외국어영화 각본상, 외국어영화 최우수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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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에 회의감이 드는 사람
성공적인 여성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
나이 들어 가는 것이 두려운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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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bta_vistavie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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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특별한 나이도 아니건만 왠지 인생의 전환점으로 여겨지는 나이 서른, 홍콩에 거주하는 서른을 몇 달 앞에 둔 두 여성이 있다. 외모, 직장, 연애까지 다 갖춘 ‘임약군’과 모태솔로에 내세울 거 없는 직업 그리고 풍만한 외양의 ‘황천락’이다. 이렇듯 <나의 서른에게>는 공통점이라곤 나이와 생일뿐인 두 여성을 등장시켜, ‘임약군’의 심리와 상황에 맞춰 톤 조절하며 진행된다. 그녀가 파워업 상태였던 초반부는 서른을 앞둔 여자의 심리를 가볍고 발랄하게, 현실적으로 한 번쯤 해봄 직한 고민을 풀어 놓는다. 그녀의 자신감이 흔들리고 결여에 대해 자각하는 중반부는 다소 무거운 편이지만 공감은 충분하다. 하지만 ‘즐겁게 사는 비법’을 아는 여자 ‘황천락’을 일기로 영상으로 접하며 용기를 얻는 후반부는 오히려 그간 쌓아온 현실감과 공감이 모두 희석되는 느낌이다. 홍콩에서 10년 이상 인기를 끌고 있는 연극 ‘29+1’을 바탕으로 한다. 연극의 주연배우 팽수혜가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아 손수 스크린으로 옮겼다.
2017년 11월 18일 토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