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에 담고 싶은 라스트 씬
서로를 향해
<빛나는>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조금씩 사라져 간다면 어떤 느낌일까? 내 인생의 기반을 다져주는 발밑의 돌이 사라진다면... 여기 천천히 소중한 것이 사라져가는 남자가 있다. 그리고 그 곁에서 그를 지켜보는 여자가 있다. 오늘 소개 할 영화는 이 두 주인공이 함께 써 내려가는 라스트 씬을 담은 영화 <빛나는>이다.

일본 영화감독 중에서 7회로 가장 많이 칸 영화제에 초청된 감독인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개봉했다. 그는 데뷔작인 <수자쿠>로 칸 영화제에서 최연소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알리면서 데뷔했고, 이후 <너를 보내는 숲>,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등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자신의 팬 층을 두텁게 쌓아가고 있다.
이번에 그녀가 연출한 신작 <빛나는>역시 칸 영화제에서 에큐메니컬상을 수상했다. 우리에게 생소하게 들리는 에큐메니컬상은 인간의 삶의 상처, 좌절, 근심을 희망과 함께 그려내어 인간의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하고, 예술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에 주는 상이라고 한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이번 수상을 통해 다시 한 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영화는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포토그래퍼와 영화 음성 해설을 만들어가는 초보 작가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영화의 주된 소재는 사진과 영화인데, 특히 영화 <빛나는> 속에 등장하는 영화는 조금 특별하다. 바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화인데, 배리어프리 영화란 말 그래도 장벽이 없는 영화를 말한다. 즉,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자막과 화면 해설이 포함되어 있는 영화이다. 이런 배리어프리 영화를 통해 장애인과 노인은 물론이고 어린이나 다문화 가정을 가진 사람들까지 모두가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영화 <빛나는>은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전작인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의 배리어프리 버전이 일본에서 제작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자신의 영화의 음성 해설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받았는데, 그녀가 전달 받은 영화 해설에 깊이 감단해서 이것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한 배리어프리 영화를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고뇌와 희망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남자 주인공인 나카모리는 천천히 시력을 잃어가는 포토그래퍼이다. 최고의 포토그래퍼로서 동료들의 선망을 받으며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던 그가 어쩌면 사진을 찍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시력을 잃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고, 그의 내일을 걸어갈 수 있는 동기를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인 미사코는 초보 해설 작가이다. 그녀가 하는 일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해치치 않는 선에서 자세히 영화의 장면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고민에 빠져있던 미사코는 나카모리와 점차 가까워지게 되면서 그녀의 고민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얻게 된다.

시력을 잃어가게 되면서 점차 세상에 대한 문을 닫고 고립된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나카모리는 미사코와의 만남을 통해 점점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점차 내일을 걷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이처럼 감독은 영화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모르던 두 사람이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거쳐 관계를 쌓아가고 감정을 교류하며 서로의 인생을 엮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인공들은 서로의 상처, 고민을 치유하고,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런 주인공들을 지켜보는 관객들 또한 그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고민과 상처를 돌아보고, 치유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깊은 고민,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 궁금하다면, 나의 마음을 녹여줄 영화 <빛나는>과 함께 해보길 바란다.
 |
|
 |
사람들에게 상처를받으신 분
마음을 녹여줄 영화를 찾으시는 분 |
|
|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영화,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시·청각 장애우들을 위해 자막과 화면해설이 포함된 영화를 가리킨다. <빛나는>는 ‘배리어프리’ 영화를 통해 인연을 맺은 남녀의 감정을 따라간다. 극 중 한편의 ‘배리어프리’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은 <빛나는>의 두 주인공이 소통을 시작하고 서로 치유받으며 깊은 감정에 빠지는 여정과 꼭 들어맞는다. 기억을 잃어가던 아내를 떠나보내고 홀로 언덕 위를 오르는 영화 속 영화의 주인공 ‘곤조’,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향하는 <빛나는>의 주인공 ‘나카모리’. 두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전혀 이질감 없이 녹아들며 궁극적으로 ‘희망’이라는 울림을 전한다. 영화에 목소리로 특별 출연한 일본 명배우 키키 키린의 나지막한 마지막 내레이션과 함께 영화 전체를 비추는 ‘빛’은 단연코 <빛나는>의 백미다. 빛을 잃어가는 사진작가 ‘나카모리’의 상실을 텅 빈 눈동자로 절절히 표현한 나가세 마사토시는 <앙: 단팥 인생 이야기>에 이어 가와세 나오미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 에큐메니컬상을 수상했다.
2017년 11월 18일 토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