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에 살어리랏다
(I＇ll Just Live in Bando, 2017)
한국영화에서 애니메이션이 나오면 개인적으로 우선 반갑고 기대가 된다.
그것은 어릴 적 보아온 만화영화에 대한 추억이라고 하기엔 그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감성 추억을 위한 만화는 도처에 얼마든지 있다. 유투브에서도 무료로 볼 수 있는 비디오클립이 상당히 많고 저렴한 금액을 지불하고 쉽게 구매해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반가운 이유는 실사 영화 영역 외에서도 부지런하게 그 볼륨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좋고 애니메이션만이 전달할 수 있는 이미지, 내용, 공감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왕국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이 차지하는 콘텐츠 비율은 실사 영화에 버금가며 꾸준하게 제작해내는 서양의 애니메이션 산업을 보면 부럽기까지 하다.
예를 들면, 2016년작 프랑스 애니메이션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는 그 투박하고 듬성듬성한 그림체와 2차원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화체이지만 뛰어난 상상력과 긴박한 스토리, 충분히 공감할 이야기로 누구나 즐겁게 즐길 수 이는 명작이고 만화책의 화보를 그대로 스크린으로 만든 것 같은 일본의 2015년 개봉작 <동경 표류일기>는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면서 깊이 있는 역사적 배경을 애정으로 담은 극화였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애니메이션과 성인들이 느끼고 즐길 애니메이션의 영역이 구분되듯이 꾸준한 애니메이션의 개봉은 그렇게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8년 겨울에 개봉한 이 영화 <반도에 살어리랏다>는 제목에서 들어나듯이 한국의 이야기이면서 바로 지금의 이야기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던지는 명제는 그리 쉽지 않다. 그게 또한 마음에 든다.
오준구는 대학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강사이다.
연기에 대한 열정, 학생들을 가르치는 스승의 위치,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그의 삶은 평범하면서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연기에 대한 열망과 열정에서 그는 작품에 출연을 하고 싶어 하는데 마침 어느 드라마의 배역 제안을 받는다. 살다보니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구나... 하면서 자신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온 일에 흥분하고 결코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그런데 대학에서 알고 있는 어느 교수가 제자와 불륜을 저지르는 것을 알게 된다. 교수는 오준구에게 정교수 자리를 내줄 것으로 무마하려고 하고 마침 오준구의 아내는 두 아이를 위해서 더 좋은 곳을 집을 이사할 것임을 말한다. 교수가 되면 연기하기 어렵게 되고 또한 결국 현실은 돈이 필요한 상황. 일생일대에 주어진 작품 출연 기회를 잡을 것인가, 가정 경제를 위한 돈을 쫓을 것인가…
영화의 작화풍과 내용은 매우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다. 만약 실사 영화였더라면 어둡고 칙칙한 흑백톤이었거나 답답한 프레임을 주로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애니메이션답게 영화의 화면은 하나하나가 곧 마음속이면서 심정적 나레이션을 대변해주는 테마가 되곤 한다.
게다가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점점 몰입되는 집중력은 영화가 내세우는 현실 해학과 풍자적 비유를 잘 표현해준다.
골계미를 바탕으로 한 웃음 포인트는 그러나 그 웃음이 현실에 기반한 지금 우리의 이야기임을 알게 될 때 가슴 한 곳이 먹먹해짐은 어쩔 수 없다. 자식 교육 때문에 좋은 학군으로 이사를 가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그리고 비정규직 등의 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뉴스 지면을 채우는 현재진행형 이슈가 아닌가.
85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 이 문제들을 모두 보여주면서 그 헛헛한 웃음도 챙겨주는 이 영화는 새로운 애니메이션 장르를 개척한 블랙코미디 풍자 영화로 볼 수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한바탕 질펀하게 땀을 흘리며 춤을 춘 느낌을 받는 것은 오준구의 춤도, 그의 삶도 아닌 지금 현실의 느낌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춤을 추면서 슬픔도 기쁨도 모두 한바탕의 소동처럼 살다가 가는 것처럼.
그래서 영화 제목도 살어리랏다, 라고 의지를 불태운다. 영화의 끝에서 오준구의 삶은 해피엔딩인가 새드엔딩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판단은 자유이지만 울리는 메시지는 그리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그 불투명한 자유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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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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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시간강사를 주인공 삼은 <반도에 살어리랏다>는 이 나라에 사는 누구라도 공감할만한 ‘웃픈’ 생존기를 그린다. 가족 부양을 위해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꿈을 포기한 ‘오준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한 정교수 자리마저 잃을 위기에 처한다. 감독은 생존이라는 절실한 문제 앞에서 괴물이 되어버리는 평범한 사람의 얼굴을 포착해낸다. 교수 사회의 권력 관계, 부적절한 성 추문, 임금 대비 턱없이 높은 전셋값, 불안한 미래 앞에서 공무원을 꿈꾸는 청소년… ‘헬조선’으로 불리는 현재 대한민국의 면면을 르포에 준할 정도로 날카롭게 녹여낸 감수성도 뛰어나다. 재패니메이션의 화려한 작화에 익숙하다면 다소 단순해 보일 수 있는 그림체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재기 넘치는 성우의 활약으로 작품만의 매력을 담보하는 편이다. 주인공 ‘오준구’가 한국적인 소리에 맞춰 추는 한풀이 춤이 전하는 해학은 꽤 독특하다. <화장실 콩쿨>(2015)로 인디애니페스트 3관왕에 오른 이용선 감독의 신작이다. 제41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 초청됐다.
2018년 1월 23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 ( got.park@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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