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 빌로우
6 Below: Miracle on the Mountain, 2017

하키 국가대표 선수였던 에릭(조쉬 하트넷)은 현재 사고로 피의자 재판 중이다.
법정 진술을 앞두고 에릭은 홀로 산 속 별장에 머물며 근신을 하고 있다. 상심이 큰 어머니에게 차마 하지 못한 말을 부재중 녹음으로 남기고 별장 위 매머드 산에 올라가 보드를 탄다.
장비를 딱히 챙기지도 않고 그저 식전 한나절 보드를 탈 셈이었는데 마침 기후가 급변하여 맑았던 산맥이 눈보라가 일면서 스키 보드가 금지된다.
산위에 있던 에릭은 이런 상황에서 마치 자신의 지금 꼬인 인생처럼 정식 스키 코스가 아닌, 출입 금지 표식이 나있는 코스로 보드를 타고 내려온다.

정식 코스가 아니기에 내리막길은 금새 끊기고 주변을 살피자 굶주린 늑대 무리 뿐.
눈보라는 거세지고 더 이상 앞으로 내려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휴대폰은 전파가 통하지 않아 먹통이고 라디오도 수신 불가이다. 먹을 거리도 없고 2개피 남은 성냥도 부질없이 꺼져버린다.
혹한 속에서 밤을 새워야 할 모양.
그러나 에릭은 이 상황이 오늘밤 하루 견뎌내야할 일이 아니라 앞으로 죽도록 고생해야할 일의 시작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 에릭은 과연 이 거대한 눈산맥 속에서 온전하게 살아올 수 있을까…

1인 생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상황에 얼마나 적응하고 주변 자재를 이용해서 생존에 필요한 도구와 목숨 연명에 필요한 방책을 세우느냐이다. 태양이 작렬하는 사막, 상어가 득실대는 바다, 땅 속 깊숙하게 파묻여 지상에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은 지하갱도 등에서 삶의 희망을 버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그렇게 쉽게 인간의 목숨은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사실과 어떻게든 무언가를 붙잡고 이겨낼 수 밖에 없는 삶의 의지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 <식스 빌로우>는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 간다. 심지어는 산 중턱의 개활지에서 하얗게 눈에 쌓인 곳이 호수였기에 에릭은 그 와중에 호수에 빠지고 만다.

간신히 호수에서 빠져나와 젖은 옷을 모두 벗고 햇빛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자면 화면 너머로 그 추위와 고통이 고스란히 넘어오는 감각이 절로 느껴진다. 고통스러워하는 에릭의 얼굴을 보면 정말 무언가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것이다.
그런데 영화가 중반을 지나서 종반으로 향해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에릭에게는 소지한 물품이 없었다. 휴대폰, 라디오, 초콜릿, 열쇠, 켜지지 않는 성냥, 스키보드 뿐. 차가운 눈을 먹고 나무줄기를 씹어 먹으며 그렇게 한 인간의 신체는 추위와 허기 속에서 점점 사그라드는 것이이다.
위에 열거한 물품 중에서 또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봉지에 담아온 마약.

에릭은 마약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데 속도를 낸 것이다. 추위와 배고픔이 극에 달했을 때 에릭은 마약을 쏟아 버리며 흐느낀다. 그리곤 아마도 어머니를 생각했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자주 피드백으로 향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에릭의 아버지가 에릭에게 쏟는 애정과 기대는 무언가 뒤틀려있어서 결국 아버지는 집을 떠나고 어머니는 그런 에릭에게 힘없이 무너진다. 국가대표가 되어서도 에릭은 자신의 삶에 자신이 없고 불만이어서 평탄치 못한 선수 생활을 하게 되었고 또한 주변의 친구들도 그렇게 좋은 친구가 아니어서 에릭도 함께 마약에 손을 대게 되었던 것.

이러한 과거 회상씬의 삽입은 생존 영화에서는 필수적인 요소로 지금의 어려운 상황이 과거의 그 때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지금 처한 상황이 마치 그 때부터 이어져온 결과물처럼 보이기데 하는 효과를 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에릭이 지금 이 산 속에서 추위와 늑대와 배고픔을 겪는 이유는 모두 자기 자신의 선택 때문이다. 아마도 출입금지 지역으로 들어갈 때 에릭은 마약 기운에 다소 취해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호기롭게 그 금지의 규칙을 어기고 에릭은 그렇게 살아온 것처럼 규범 반대의 선에 섰을 것이다.

그 선택의 결과에서 에릭은 처절히 반성하고 삶의 본능을 온몸으로 일깨운다. 오직 살고 싶다는 생각 뿐으로.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는데 그 추운 날 이 영화를 본 것은 영화를 체험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었다. 특히 눈 속에서도 신기루를 보면서 그 쪽을 향해 희망을 안고 가는 에릭의 모습은 마치 봄을 기다리는 지금 2월의 마음과 같다.

산 꼭대기 산장으로 보였던 곳은 그러나 곧 잘못 본 신기루였고 그 사실을 깨달은 에릭의 분노에 찬 실망은 한 겨울의 추위처럼 화면 가득 뿌려졌다.
극한의 환경에서 열연을 펼친 조쉬 하트넷은 아마도 이 영화로 배우 레벨을 한층 더 올렸을 것이다. 온몸을 사리지않는 설산에서의 호연은 생존 영화 리스트에서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실존 인물의 모습은 의외의 감동을 선사한다. 조쉬 하트넷의 눈물 콧물 다 쏟는 극한의 연기에 엄지척을 날리며 실존 인물의 모습에도 차마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127시간>과 비교해서 보면 더 재밌을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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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생존 영화 매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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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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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빌로우>는 동계 스포츠를 좋아하는 관객에게 훨씬 공포스러울 작품일지 모르겠다. 불편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스노보드를 즐기려던 주인공이 개발되지 않은 코스에 들어서면서 설산에 완벽하게 고립되는 이야기인 까닭이다. 영화는 눈이 무릎까지 쌓인 산속을 걷고 또 걸어야만 하는 8일간의 재난 상황을 재현한다. 스키장으로 돌아갈 길은 요원하고 휴대폰과 라디오는 사용 불능. 동상으로 괴사한 다리는 갈수록 힘을 잃는다. 보기만 해도 추워지는 끝없을 것 같은 설산과 주인공이 겪는 가혹한 상황이 오감을 충분히 자극한다. 다만 아버지의 강압적인 하키 교육에 짓눌린 주인공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플래시백이 초반부터 반복되면서, 이야기의 김이 너무 미리 빠져버리는 감도 있다. 무모한 코스 이탈의 동기도, 생존에 대한 열렬한 의지도 단순한 차원으로 설명되면서 생존 드라마로서 풍성한 감수성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프랑스 국가대표 하키 선수로 활동한 에릭 르마크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2016)에 출연한 조쉬 하트넷의 신작이다.
2018년 1월 25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