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휠
Wonder Wheel , 2017

지니(케이스 윈슬렛)는 한 때 배우를 꿈꾸었지만 지금은 뉴욕의 유원지 중 하나인 코니 아일랜드의 식당 루이스 클램 하우스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다. 코니 아일랜드는 커다란 관람차가 바다와 육지를 보며 돌아가고 해변에는 여름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이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곳에서 지니는 무료하면서 불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
두 번째 남편인 험티와의 관계는 건조하고 아들은 자꾸만 불을 지르는 장난을 하며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그런 지니는 해변의 인명구조대 미키(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불륜의 사랑에 빠져 그와 함께 코니 아일랜드를 벗어날 날을 고대한다.
한편 험티의 딸 캐롤라이나는 남편을 피해 아버지에게 찾아오고 곧 미키와 사랑을 하게 된다. 그렇잖아도 지난한 지니의 삶에, 지니가 그나마 희망을 갖고 있던 부분에 심각한 불운이 찾아온 것.
지니는 이 상황을 다시 복구하고 본인이 원했던 희망, 이루기 어려워도 그 희망을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 희망이었던 시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술책을 쓴다. 그 술책이 곧 자신을 옭아맬 밧줄인줄 모르고…
다작을 하는 우디 앨런 감독의 이 신작 영화 <원더 휠>을 2018년 겨울에 보는 것은 다가올 새봄의 느낌을 더욱 강렬하게 한다. 한파로 인해 유난히 추웠던 2018년 1월에 이 영화를 보았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지금 2월이 지나가고 곧 3월이 되는 시점에서 <원더 휠>은 축축한 바닷가 바람처럼 혹은 해변의 뜨거운 태양처럼 희망의 끈을 계속 잡게 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영화는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 한 느낌을 준다. 끝없이 이어지는 대사들을 따라 듣다 보면 연극 무대에서 공연하는 배우들의 목소리가 생경하게 들리고 코니 아일랜드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지니의 사랑을 응원할 것인가 그녀의 불륜을 저지할 것인가 고민하게 한다.
왜냐하면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과 꼭 닮은 부조리한 현실과 인간의 욕망, 그리고 헛된 희망이라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지금 이 삶의 불균형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힘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타이타닉>의 그 풋풋하고 젊은 모습은 사라진 채 이제는 중년 여성의 육감적 분위기와 지끈거리는 두통을 앓는 케이스 윈슬렛의 연기는 1995년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제시카 랭과 다이안 레인과 꼭 닮았고 그들의 부조리한 욕망의 결과도 <원더 휠>의 결말과 한가지로 엮어진다.
물론 우디 앨런의 이전작 <블루 재스민>에서 상위층의 불륜과 외도, 우울증, 신경안정제 등으로 표현되는 분위기는 이 영화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기에 오히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보다 샌프란시스코의 <블루 재스민>이 뉴욕으로 이어졌다고도 접근할 수 있다.
그렇게 욕망으로 이루어진 현실 도피성 불륜이 해방구라면 불륜의 종착역은 그렇다면 어디일까? 지금 이 자리를 못 견뎌하는 인간 군상이 희망하는 미래의 낙원은 과연 어떻게 하면 다다를 수 있을까.
지니는 그에 대한 적극적 대답으로 물질적 욕망을 덧씌운다. 미키에게 쏟아 붓는 물질적 공세는 그런 면에서 그녀의 허구를 그대로 들여다보게 한다. 훔친 돈으로 구매한 시계의 가치가 곧 자신의 거짓된 욕망의 가치를 심어줄 수 있다고 보며 그녀의 아들이 저지르는 방화가 곧 자꾸만 불태워져 사그라지는 욕망의 결말이라는 것을 영화는 은유적으로 영리하게 표현해준다.
더 젊고 섹시한 여자에게 연인을 빼앗긴 여자는 그 대상이 남편이 전처와 낳은 딸이라고 해도 지금 무너진 희망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게 된다. 이 단순한 가족의 치정극이 복잡해지는 이유는 현실감각의 부재로 인한 과거 지향적 자세에 있다.
배우로서 행복했던 경력과 드러머와 결혼해서 만족스러웠던 과거의 기억은 지금의 불행을 배가 시키는 암초가 되고 그 지끈거리는 과거의 추억은 두통을 유발시키는 인자로 발휘되어 끝없이 아스피린을 먹게 만든다. 물론 지니의 남편 험티는 그런 지니의 마음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니 지니는 험티로부터 벗어나 다른 사랑을 찾아 방황하는 욕망의 탈출구를 계속 갈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영화 제목 <윈더 휠>이 뜻하는 대관람차, 하늘로 올랐다가 다시 지상 쪽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반복의 일상을 표현해주는 은유가 된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도 불이 타는 장면을 넣은 것도 결국 타서 재가 되어 버릴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위에서 말한 연극과 같은 느낌은 영화 속에서 느껴지는 연극적 조명 장치 때문일 수도 있다. 의도적으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름답게 화려한 조명의 기술적 장치는 흑백의 명암 외에도 화려한 과거와 불균형의 현재를 조망해주는 중요한 세트 장치로 활용된다. 최근 풍문을 겪고 있는 우디 댈런 감독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신작이기에 우디 앨런의 중독성 있는 영화를 인지하게 해주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뻔한 듯 하면서도 새롭게 창조하는 로맨스 이야기꾼 우디 앨런의 마술을 다시 한 번 느껴볼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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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 영화의 매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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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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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완벽하게 재현했던 <카페 소사이어티>(2017) 이후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이야기꾼 ‘우디 앨런’과 이탈리아 촬영 거장 ‘비토리오 스토라로’가 다시 조우했다. 1950년대 뉴욕 코니 아일랜드를 스크린에 그대로 재현한 <원더 휠>에서 단연코 시선을 사로 잡는 것은 다채로운 빛과 색의 활용이다. 붉은 계열과 푸른 계열의 대비로 새엄마와 의붓딸이라는 입장만큼 극명하게 다른 두 여인의 감정과 사고를 생생히 전하고, ‘원더 휠(Wheel)’이 회전하는 유원지에서 맛 볼수 있는 찰나의 달콤함과 현실의 비루함을 몽환적인 동시에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불장난 일삼는 어린 아들, 음주 폭력 행사하는 현 남편 그리고 새로이 등장한 의붓 딸, 유원지의 웨이트리스 ‘지니’에게 잠시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건 사랑하는 불륜남이다. 그런데 전직 무명 배우였던 그녀를 인생의 반짝이던 시기로 이끌어 주곤 하던 그가, 의붓딸에게 한눈에 반하다니! 극작가 지망생인 불륜남이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원더 휠>은 상당히 연극적인 맛이 영화다. 우디 앨런은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애정과 조롱을 교차하며 우아한 막장미를 추구한다. 삶에 지친 초라한 몰골부터 꽃이 활짝 핀 듯한 싱그러운 기쁨의 표정까지 인생의 모든 맛을 보여주는, ‘잠시 연기하는 것뿐’이라고 되뇌이는 유원지의 웨이트리스 ‘지니’, <타이타닉>(1997)이후 케이트 윈슬렛의 대표작이 될 거라고 감히 주장해본다.
2018년 1월 24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