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크필드
Wakefield , 2016

나다니엘 호손의 장편소설 <웨이크필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변호사 하워드 웨이크필드가 실종자가 되어 일상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생기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아름다운 아내와 두 딸, 변호사라는 번듯한 직업까지 갖춘 하워드 웨이크필드는 유별나게 풍족하지는 않아도 부족함은 없는 중산층 가장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일상을 보내던 그는 어느 날, 창고로 들어간 너구리를 쫓아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 그는 자신의 일상에서 훌쩍 도망쳐버린다. 그리고 자신의 집 바로 옆에 있는 창고에 지내면서 자신이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을 관찰한다.
처음에는 잠깐 일상에서 벗어나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창고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던 하워드는 어느 순간, 이대로 사라져버려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족이 실종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건너편 유리창을 통해 가족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는 조금씩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하워드가 느낀 해방감과 자유는 잠시뿐이다. 그는 곧 자기 없이도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상실감과 공허함을 느낀다. 아이러니하게도 상실감이 짙어질수록, 그는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워한다. 마치 자신이 없어도 되는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가 망설이는 사이 실종 기간은 길어지고, 골든타임은 끝이 난다.
하워드의 아내 다이애나는 남편의 부재가 길어지자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남편이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녀의 마음에 짙은 어둠을 드리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하워드는 묵묵히 바라보기만 한다.
깔끔하게 면도한 얼굴에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던 하워드의 모습은 곧 거리의 노숙자처럼 변한다. 이제는 텔레비전이나 전단지에서 그의 사진을 봐도 동일인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정도다. 존경 받고 능력 있는 변호사였던 그는 집 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떠돌이처럼 보인다. 하워드의 황폐해진 겉모습은 그의 내면에 일어난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제 그는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내가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잠깐의 해방감을 맛보며 시작했던 하워드의 일탈은 곧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기나긴 여정으로 변한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지친 관객들의 마음에 따뜻하게 와 닿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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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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