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밤
The Vanished , 2018
시체가 사라졌다!
남몰래 아내를 살해하는 데 성공한 남편. 하지만 시체보관실에 있어야 할 아내가 사라지면서 완벽한 것 같던 죽음의 내막이 다시 화두로 떠오른다. 설상가상 아내를 죽이는 데 썼던 독극물이 버젓이 시체보관실 안에서 발견되고 이제 경찰에게 의심의 눈초리까지 받는 실정이다. 대체 죽어야 할 아내는 어디에 있는 걸까? 혹시 아내가 한을 품고 귀신이 되어 돌아온 걸까? 아니 어쩌면 아내는 죽은 적이 없는 게 아닐까? 자신을 죽일 것을 알고 죽은 척해줬다가 유유히 복수하려고 돌아온 걸까? 아내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다.
남편은 오래전부터 아내에게 환멸을 느꼈다. 아내가 자신보다 훨씬 높은 권력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의 회사에서 일하는 남편에게는 발언권이 없다. 아내는 남편을 사랑했고 남편의 사랑을 갈구했지만 여전히 차갑고 도도했으며 갑의 위치를 자처한다. 아내가 남편에게 하는 ‘귀엽다’는 말은 남편의 자존심을 한없이 구길 뿐이다. 그래서 남편은 대학교 강사일을 하면서 대학생 제자와 바람을 피운다. 제자는 임신을 했다. 남편은 아내를 죽여야만 했던 것이다.
<사라진 밤>은 남편 김강우의 시선에 따라 주도된다. 아내를 죽이고 싶었던 이유도 남편의 시선에 따라 처참하게 그려진다. 남편이 느끼는 모멸감이 스크린을 통해서 그대로 전해졌다. 당연히 시체가 사라진 것에 대해 느끼는 모든 혼란스러움과 공포는 김강우를 통해 고스란히 관객의 몫으로 전염된다. 김강우의 연기력이 영화의 모든 것을 지배한 셈이다. 김강우의 내면연기는 정말 굉장했고 이번영화를 통해 그를 다시보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김희애의 존재감도 대단했다. 갑의 위치에 있는 우아한 아내의 역할, 남편의 상상 속에서 등장하는 귀신까지도 임팩트있게 다가왔다. 김희애가 아닌 다른 누구도 아내 역할에 상상할 수 없었다.
<사라진 밤>은 상당히 제한적인 장소와 제한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스릴러인데, 제한적인 장소가 시체를 보관하는 장소와 심문장소이기 때문인지 왠지모르게 무섭고 숨막혔다. 이런 제한적 요소들은 잘못하면 지루하게 느껴지게끔 할 수도 있을 텐데 <사라진 밤>은 사건의 전말을 끝까지 혼란스럽게 흐트러놓아 마지막까지 시선을 떼지못하게 한다. 과연 시체는 왜 사라진걸까? 시체가 맞기는 한 걸까? 숨기고 싶었던 진실은 끝까지 숨길 수 있을까? 뻔하지 않은 스토리가 이렇게 재미를 더한다.
이 영화는 2012년에 개봉한 스페인 영화 <더 바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스토리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하니 이미 원작의 스토리를 알고있는 관객들에겐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리메이크 될 만큼 스토리진행이 훌륭하고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있으니 미스테리스릴러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겐 반가운 영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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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테리스릴러 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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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세모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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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살인을 자축하기도 전에 시체가 사라졌다? <사라진 밤>은 아내를 살해한 남편이 처한 황망한 상황으로부터 출발하는, 남편과 형사가 밀고 당기는 하룻밤 이야기이다. 완전 범죄를 계획했던 남편은 범행을 의심하는 형사의 따가운 눈초리와 행방이 묘연해진 아내의 시체가 야기하는 불안, 양측에서 몰아치는 심리적 압박에 허우적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협박 속에서 비밀을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는 그를 지켜보는 것이 영화의 묘미다. 오리올 파울로의 스릴러 <더 바디>(2014)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큰 골격은 거의 그대로 원작을 따라간다. 다만 원작에서 스산한 분위기를 주도했던 시니컬한 형사의 캐릭터가 바뀌며 분위기가 다소 가벼워졌다. 여기에는 업무에 찌든 베테랑 형사를 능청스럽게 연기한 김상경의 힘 뺀 연기가 크게 한몫한다.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한 김희애는 분량은 적으나 연하 남편을 쥐락펴락하는 거칠 것 없는 아내로, 김강우는 아내에 납작 눌려 사는 남편으로 이리저리 치이는 불쌍함을 선보인다. 미장센단편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바 있는 이창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 글_박은영 기자 ( eunyoung.park@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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