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인더트랩
(Cheese in the Trap, 2017)
잘생기고 부자에다, 똑똑하고 상냥한 성격의 대학 선배를 누구나 꿈꿔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선배와의 로맨스라면 신데렐라가 된 것처럼 행복할 것도 같다. 유정은 바로 그런 남자다. 하지만 주인공 홍설은 누구에게나 인기 많고 동경의 대상이 되는 유정으로부터 묘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다수가 모인 자리에서는 상냥하고 친절하지만, 단 둘이 있을 때는 백팔십도 달라지는 유정의 모습. 홍설은 자연스럽게 그를 멀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유정이 그런 홍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위험한 만큼, 유정은 매혹적이었다. 결국 홍설은 유정의 고백을 받아들인다. 유정과의 연애는 빛나는 청춘의 캠퍼스만큼 행복하지만은 않다. 홍설은 유정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와의 연애는 언제나 아슬아슬 위태롭다.
순끼 작가의 인기 웹툰 <치즈인더트랩>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지난 2016년에 미니시리즈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영화 <치즈인더트랩>은 장장 4부작에 달하는 장편 웹툰으로, 이 분량을 2시간에 불과한 러닝타임에 축약하느라 원작의 팬이 아니면 스토리나 등장인물 캐릭터를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극중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인물로 등장하는 유정, 유정이 가지고 있는 다른 면을 알아보고 그에게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홍설, 원작의 팬들에게 유정 못지않은 인기를 얻은 백인호나 백인하 캐릭터의 싱크로율이 훌륭하다. 워낙 팬층이 두터운 작품이니 만큼 영상화 소식에 네티즌의 의견이 빗발쳤다는데, 이 라인업은 원작 캐릭터의 모습과 거의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맞아떨어진다.
캠퍼스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신분은 대학생, 아련한 파스텔풍의 화면으로 인해 청춘연애를 다루는 로맨스 영화로 보이지만 주인공들의 심리는 한결 복잡하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생활을 영위하는 유정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의 관심이 피곤하고, 그 관심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지금껏 유정의 삶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만이 존재했다. 그러나 난생 처음으로 그 두 그룹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 등장했다. 그 사람의 존재를 알아챈 순간, 유정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져든다.
동화 속 왕자님 같은 비주얼의 유정에 비하면 홍설은 비교적 평범한 여대생으로 묘사된다. 홍설은 엄청난 부잣집 딸도 아니며, 연애보다는 학업에 충실하는 게 우선이다. 홍설은 백인호만큼 강한 성격의 소유자도, 유정의 주위를 맴도는 백인하처럼 뛰어나게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도 아니다. 하지만 홍설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 한 가지가 유정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겼고, 그를 거절하지 못한 홍설은 유정의 아슬아슬한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딛게 된다.
원작이 워낙 많은 분량을 자랑하기에, 이를 한 편의 영화로 제작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결정적인 장면을 중심으로 챕터를 나누어 보여주게 되는데 이는 원작을 본 사람이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차라리 등장인물의 심리변화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장면 위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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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스,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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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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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인더트랩>은 학원물에 로맨스와 심리극을 엮은 4부작의 방대한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러닝타임 116분이라는 영화 콘텐츠로 재구현 된 만큼 원작의 많은 내용이 빠지고 또 압축됐다. 김제영 감독이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한 지점은 로맨스보다는 스릴러다. 주인공 ‘홍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공포스럽고 불미스러운 사건을 부각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한 그의 곁을 지키는 ‘유정’의 역할을 보여준다. 두 사람이 말캉하고 풋풋한 연애 감정을 나누고 애틋한 관계를 설정해 나가는 아기자기한 내용을 예상했다면 꽤 아쉬울 수 있는 지점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주된 소재로 스릴러 분위기를 빚어낸 대목은 박한 평가를 받을 여지도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이나 소라넷 피해자를 연상시키는 묘사 등, 여성에 대한 무분별한 폭력으로 문제가 됐던 상징적인 사건을 그저 영화적 분위기 조성에 기능적으로 활용한 듯하다. 원작 웹툰의 스릴러 요소를 한층 강화했지만, 로맨틱한 분위기는 오히려 반감됐다. 원작 웹툰을 드라마화한 <치즈인더트랩>(2016)에서 ‘유정’을 연기한 박해진이 다시 한번 같은 역할로 분했다. ‘홍설’역에는 오연서가 낙점됐다.
2018년 3월 12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 ( got.park@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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