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
Microhabitat,2017

학자금이 비싸서 대학을 중퇴한 미소(이솜)의 직업은 가사도우미.
난방이 안되는 월세집 하나에 웹툰 작가 지망생 한솔(안재홍)을 남자친구로 두고 있다. 미소의 팍팍한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3가지. 위스키, 담배, 그리고 한솔이다.
2014년에서 2015년이 되면서 2,500원하던 담배가 4,500원으로 오르면서 미소의 삶은 더욱 힘들어진다. 방이 너무 추워서 한솔과의 잠자리도 포기할 지경인데 좋아하는 담뱃값도 올랐으니 미소는 과감하게 방을 빼고 거리로 나선다.

그리고 대학 때 함께 밴드를 하던 동료들을 하나씩 찾아가 숙소를 청한다. 기타, 보컬, 키보드… 등 한때는 자신이 맡은 포지션에 열정적이었던 이들은 이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 삶에 충실하거나 불만이거나 힘겨워하고 있다. 그 속에 비집고 들어가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청하고 청소를 해주는 미소는 꼬박꼬박 돈을 모으면서 담배와 위스키을 즐기며 한솔과 함께 하는 시간을 행복해한다.
집이 없는 게 아니라 잠시 여행 중이라는 미소에게 그러나, 한솔은 사우디로 떠나고 묵었던 집들은 도저히 함께 할 수 없으며 가사도우미 일자리도 없어진다. 심지어는 담배에 이어 자주 가는 술집의 위스키도 2,000원이 올랐다.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커다란 더플백을 짊어진 미소는 과연 어디로 향해갈 것인가?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부문별 수상을 한 이 영화는 마치 한편의 동화처럼 미소가 떠나가는 시작과 머무는 끝을 보여주면서 일관된 시각을 유지한다. 비현실적인 이야기 공간에서 극히 현실적인 대사와 인물들은 서울의 삶을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그들의 거울 앞에서 미소는 혼자 뚝 떨어져 현실부적응자로 보여지지만 미소의 표정과 대사는 오히려 그들에 비해서 더욱 편안해지는 느낌을 주는 신기함이 있다.
미소는 집이 없지만 인생에 가장 소중하고 즐거운 3가지가 있고 오히려 그들을 위로하는 여유와 그들을 이해하는 너그러움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가.

시부모와 함께 살면서 요리를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아직 결혼하지 못해서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누구나와 결혼을 하고 싶어 하거나, 결혼하자마자 신부가 떠나버려 매일매일 술을 마시고 있는 남자도 있다. 이들 중에서 특히 경제적으로 부유하여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는 남편의 눈치만 보면서 매우 불편한 삶을 살고 있다. 이 모두는 한때 미소와 함께 밴드를 하면서 함께 웃고 울며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젊은 한 때를 함께 보냈던 아름다운 시절의 멤버들이었기에 미소는 이들에 대한 시선은 안타깝고 마음 아프다.
언제든 어디서든 떠날 수 있고 아무 욕심도 없는 미소야 말고 지금 현재 가장 자유로운 영혼의 승자라고 보여질 정도이니 영화가 보여주는 메시지를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미소의 얼굴을 보다보면 나중에는 저절로 편해진다.

특히 편안해지는 이유는 이전의 다른 영화들이 보여준 인장들이 묻어있고 그 영화들에 출연한 배우들이 거의 그대로 다시 이 영화에 모였기 때문이다. 마치 또다른 에피소드가 이어진 것처럼 보여진다.
<족구왕>와 <범죄의 여왕>을 본 관객이라면 그 영화에 나온 배우들의 얼굴이 다시 <소공녀>의 인물들 사이사이에 비쳐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족구왕>의 주인공 안재홍은 졸업 후 한솔이 된 것 같고, 안재홍의 선배였던 최덕문은 록이가 되어서 이제는 전립선이 안좋은 노총각이 된 듯 하다. <범죄의 여왕>의 박지영이 공인중개사로 나와 미소와 함께 방을 보러 다니는 모습은 영화에서 미소를 띠게 하는 재밌는 장면이다. 보증금에 따라 점점 심각한 방을 보러다니는 박지영은 <범죄의 여왕>에서 아들이 살고 있는 오래된 빌라를 탐색하던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기도 한다.

그리고 주인공 미소역의 이솜.
차근차근 쌓아올린 프리필 중에서 이 영화 <소공녀>는 앞으로 이솜의 분위기를 제일 잘 정리해주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좋아해줘>나 <그래, 가족> 같은 코미디 드라마에서 밝은 모습을 보여준 이솜의 얼굴이 <소공녀>의 미소에서 완성된 느낌이 드는데 말끔한 이목구비는 큰 욕망없이 현실에 만족하는 미소의 이미지에 매우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하얗게 변하고 있는 머리 때문에 한약을 계속 먹어야 하는 미소는 이 약도 나중엔 놓아주었는지 마지막 장면에선 완전히 하얗게 변한 머리로 나오는데 앞머리만 하얗던 이솜은 그냥 완전히 하얗게 변한 머리도 매우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소공녀 후속편이 나와도 좋겠고 더 재밌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데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간 후 나오는 쿠키 영상에는 소공녀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영화가 소개되고 있다. 그것이 어떤 영화인지는 꼭 소공녀를 통해서 확인해보길 바란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곧바로 검색 결과가 나오긴 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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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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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활하면서 포기할 수 없는 건 무엇인가. 백인 백색 다양한 답이 나오겠지만 <소공녀>의 주인공인 프로 가사 도우미 ’미소’(이솜)는 위스키, 담배, 남자 친구인 ‘한솔’(안재홍) 딱 세 개를 꼽는다. 욕심은 없으나 취향만큼은 확실한 그녀도 월급 빼고는 다 오른다는 시대를 피해갈 수 없기에 결국은 취사선택, 뭔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에 ‘미소’는 과감히 집을 포기하고 그녀만의 여행을 시작한다. 목적지는 가장 빛나고 행복했던 시기를 함께한 밴드 멤버의 집이다. 달걀 한 판 손에 들고 방문한 친구, 선배, 후배의 면면은 사회에 진출한 우리들의 모습이다. 직업적 성공에 목숨 걸고, 복닥복닥 부대끼고, 무리해서라도 아파트 한 채쯤은 마련해야 하고, 겉으론 화려하나 마음 편하지 않은 생활 등등. ‘미소’는 외면당하기도, 거센 비난에 마주하기도 때론 위로를 전하기도 한다. 영화는 ‘미소’의 짧은 여정에서 상식이라는 잣대의 무의식적인 폭력성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타인을 멋대로 재단하고 의도치 않은 유, 무형의 폭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하고, ‘미소’의 모습을 비추는 마무리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신예 전고운 감독이 연출했다.
2018년 3월 20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