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구
Stand by me , 2017

아이들을 전면으로 내세운 영화를 볼 때면 언제나 촬영 현장이 궁금해진다. 아이들이 어떻게 작품을 이해하고 감정을 사용하는지, 어떻게 상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지가 궁금해진다. 영화 <덕구>에서 김덕구역을 분한 정지훈 배우는 2007년생이다. 그러니까 올해 12살인 셈이다. 그는 초등학교 입학 전인 김덕구 역을 연기하는데, 그 연기력이 정말 대단하다. 정지훈 배우가 이 영화의 오디션을 볼 당시에는 만 9세였다고 한다. 약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고 하는데, 가히 엄청난 재능을 가진 배우이다. 덕구의 할아버지로 나오는 이순재 배우의 연기력은 더 말할 것도 없고. 1935년생 할아버지와 2007년생 손자, 72년이라는 시간적 갭을 가진 두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 호흡은 낡은 연출, 클리셰, 신파라는 수식어를 모두 걷어낼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영화 <덕구>는 방수인 감독의 작품이다. 손자 김덕구와 하나 남은 보호자인 할아버지가 만들어내는 감동적인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할아버지의 이름은 극에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덕구 할배로 묘사될 뿐이다. 이는 곧 할아버지의 캐릭터를 나타내는데, 그의 삶에는 스스로의 모습이 없다. 다만 손자인 덕구와 덕희를 향한 희생만이 있을 뿐이다. 상기했듯이 덕구 할배역에는 이순재 배우가 분했는데, 재밌는 것은 이순재 배우가 이 영화에 노개런티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순재 배우는 “<덕구>는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을 보며,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런 작품이 지금 시대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시나리오를 보는 내내 울먹울먹해 출연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나타냄과 동시에 노개런티 출연 결정 이유를 밝혔다. 그럼 지금부터 배우들과 감독의 애정을 온 몸으로 받고 있는 영화 덕구를 만나보자.

덕구는 어느 시골 마을에 할아버지, 동생 덕희와 함께 살고 있는 7살 꼬마 남자아이다. 부모님이 없이 할아버지와 살게 된 사연은 추후에 밝혀진다. 덕구는 나이에 맞지 않게 씩씩하고 어른스러운, 사실은 어딘가 조금은 애늙은이 같은 느낌이 있는 아이이다. 이는 다 덕구 할배 때문이다. 덕구 할배는 자기 손자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노인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고지식하고 고집 센 어른으로, 덕구에게 언제나 족보와 혈통을 강조한다. 5대까지는 위로 어른들의 이름을 죄다 외우게 하거나, 본적과 파를 줄줄 외우게 한다거나 하는 것을 덕구의 정체성으로 가르치며 날마다 외우게 한다. 고지식한 할아버지와 아직은 말도 하지 못하는 여동생과 함께 사는 덕구는,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자란다.

덕구 할아버지는 매사에 최선을 다한다. 아픈 몸을 이끌고 고기 가게에서 불판을 닦고 빈 병을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는 와중에도 정해진 시간에는 항상 덕희를 데리러 가고 혼자서 아이들을 입히고, 먹이고 재우는 것까지 모두 해낸다. 덕구 할배는 말 그대로 몸이 10개라도 모자란 현실에 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몸은 힘들지만 덕구 할배의 마음만은 풍성하다. 그는 사랑하는 손주들을 보며 몸이 아픈 줄도 모르고 육아에 전념한다. 하지만 인간의 생은 끝이 정해진 마라톤과 같은 것. 머리가 희끗한 할아버지가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손주들과 평생 같이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게다가 할아버지는 암에 걸려, 생을 마감하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덕구 할배는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고 곧 덕구와 덕희의 엄마를 찾아 나선다. 동시에 위탁가정을 찾아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해줄 수 있는 선생님을 찾는다. 이 영화는 여느 가족 영화처럼 어렵고 힘들었던 가정이 그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금 뭉쳐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제는 헤어져야 할 때가 온 가족의 이별 이야기이다. 그래서 혹자는 이 영화를 올해 가장 슬픈 이야기라 칭하기도 하고 혹자는 울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영화라 칭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사실 진부하다. 한국영화 특유의 신파적 냄새도 짙게 풍기며 눈물샘을 자극하는 차마 손발을 다 펴고는 보지 못할 장면들도 많다. 예상 가능한 전개와 또..라는 한숨을 불러일으키는 연출들은 마음에 썩 들지 않는다. 하지만 70년의 시간을 극복한 두 배우의 호흡과 감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당신의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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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가족 영화가 보고 싶은 사람
70년의 시간 차이를 가진 두 배우의 연기가 궁금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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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bta_vistavie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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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덕구’(정지훈)와 다섯 살 ‘덕희’(박지윤)를 양육하는 일흔 살 덕구할배(이순재). 암에 걸려 몇 개월 남지 않았단다. 그렇기에 자신을 대신해서 어린 남매를 보살펴 줄 누군가를 찾아야 한단다. 너무 뻔한 짠내 스토리 아니냐고 한소리 나올 수도, 방송에서 그간 수없이 접한 형편 어려운 조손의 모습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덕구>만의 미덕이 있다. 전형적이지만 지극히 자연스럽다. 웃고 울고 뭉클하고 감정의 흐름을 억지로 유도하지 않는다. 특히 어린이, 노인, 이주 여성 등의 여러 사회적 약자를 감싸지만, 극적 효과를 더하고자 약자가 약자를 핍박하는 극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는다. 신예 방수인 감독의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지점이다. 영화적 풍성함보다는 소박함이 큰, 83세 이순재가 대가 없이 기꺼이 참여한 이야기 <덕구>. 우리 주변의 이야기라 더 눈길이 간다.
2018년 4월 2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