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부탁
Mothers , 2017

효진은 남편이 죽고 난 후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 아이는 없고 일찍 죽은 남편을 아직 마음 속에 담아둔 듯 친구와 함께 동네에서 공부방을 하면서 무표정하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시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죽은 남편의 아들이 있는데 오갈 곳이 없어졌으니 맡아달라는. 외할머니와 함께 살아왔던 종욱은 외할머니가 요양원에 가게 되어 혼자 남게 될 처지가 되었다.

법적 관계에서는 가족 관계가 성립될 수 있으나 실제로는 효진과 종욱은 남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효진은 종욱이를 맡기로 한다.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효진이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되는 과정은 영화에서 구체화되지 않는다. 다만 그 이후의 진행이 그 과정을 설명할 뿐.
사실, 효진이도 효진의 어머니도 효진이 결혼할 사람이 아이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효진의 어머니는 효진이에게 왜 아이 있는 남자와 결혼을 하냐며 구박했고 이에 대한 효진의 응답은 당시엔 없었지만 종욱을 맡아 함께 살면서 그것이 바로 그 타박에 대한 응답이 아니었었나 싶다.

그렇게 가족 관계가 된 효진과 종욱은 그러나 예상했듯이 순탄하지 않은 생활을 하게 된다.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달랐고 갑자기 아들과 엄마의 관계가 성립되지도 않을 것이기에 이들의 삐걱거리는 일상은 매사에 소음을 낸다. 특히 종욱은 자꾸만 무엇을 찾아 헤매이는 듯 하는데 그것은 종욱이 친엄마를 찾으려 애쓰는 것이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이 일상의 소음은 어떤 변화된 소리로 변경된다.

그 과정은 과연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가족관계의 모색에서 다양한 영화가 있어왔지만 이 영화 <당신의 부탁>은 그동안의 가족 관계가 보여준 사회학적 관계의 탐구라는 주제를 훌쩍 벗어난다. 게다가 예상되는 결말의 농도 – 신파적인 상투성을 완전히 벗어난다.

갈등하다 화해하고 용서하는 일련의 과정을 정면돌파하여 인간 관계의 관찰에 더 몰두하게 한다.
예를 들어, 이제는 엄마 역할을 하게 된 임수정의 모습은 엄마라고 하기엔, 모성이라는 말을 적용하기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모양새이다. 임수정이 엄마 역할을 맡게 된 배경에도 이 스토리의 전체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 아닐까 예상된다. 즉, 엄마라는 역할은 이 영화에서 고전의 엄마가 아니라 관계의 엄마로 설정되기 때문이다.

그런 엄마의 형태로 청소년 임신에 대한 이야기가 설정된다. 종욱의 친구 주미(서신애)는 청소년인 지금 나이에 임신을 했지만 기꺼이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이 결심에는 종욱의 몫도 있는데 종욱은 한편 아버지의 역할을 자처한 것. 종욱과 주미의 관계는 영화에서 우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보이는데 우정을 넘어서 이들 또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 설정의 전 단계를 보여준다. 주미가 출산을 하고 직접 아이를 끼울 것이 아니고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부부를 대신하여 아이에 대한 생모만 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주미는 결심은 의연하다.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은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것
영화 속에서 나오는 이 말의 진의는 책임을 뜻한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이 바로 성인이고 부모라는 것. 생물학적 부모가 아니고 선택에 의해 부모가 되었다는 것은 더 큰 책임을 동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다른 것을 포기하는 선택도 포함된다.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도 선택이다. 효진의 이 대사는 자기 자신에게 한 말이면서 앞으로 종욱에 대해서 취할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선고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주제가 함축된 이 대사가 나오는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이다.
이렇듯 영화는 관계 구성으로서의 엄마에 대한 설정으로 가득하다. 엄마를 찾는 아이와 엄마가 되기로 한 아이, 그리고 성인으로서 이제 엄마가 되어가는 여자.
영화의 꿋꿋한 모습으로 주제에 집중하고 엄마의 모습들을 다양하게 보여주면서 덤덤하고 때로 유머스러운 분위기로 담백하게 흘러간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반전이나 깜짝 스페셜 인물의 등장도 없다. 그러다가 그렇게 끝을 맺는다.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5월은 가정의 달에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함께 봐도 좋은 영화이다.
 |
|
 |
담백한 가족 영화 한편 보고 싶은 분 |
|
|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한 인간에게 자신을 낳아준 엄마만큼 특별한 존재가 있을까 싶지만, 따져보면 피 섞인 모자(모녀) 관계가 인간에게 꼭 행복한 기억만 남기는 것도 아니다. <당신의 부탁>은 엄마와 자식의 관계란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제 갓 30대 초반일 뿐인 여성이 구태여 죽은 남편의 아들과 함께 살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묻는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영화는 스크린 앞에 앉은 관객을 의외로 충분히 설득시킨다. 이동은 감독은 피 섞인 가족이 서로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도 아니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도 때로는 서로를 붙잡아준다는 사실을 요란스럽지 않게 보여준다. 이야기 흐름상 ‘효진’과 ‘종욱’의 감정적 충돌은 피하기 어려운데, 고요하고 차분하게 연기하는 임수정과 윤찬영의 호흡이 좋아 뻔한 갈등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일상적이면서도 마음에 들어박히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귀하게 느껴진다. <환절기>(2018)로 성 소수자를 아들로 둔 중년 여성의 심경을 절절히 보여준 이동은 감독의 연이은 신작이다. 이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로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당부’라는 제목의 글을 영화화했다.
2018년 4월 12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