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소설
True Fiction , 2017

가끔 어처구니 없는 영화를 만나곤 한다. 국내영화든 해외영화든 그런 영화는 블록버스터 열풍에 잠시 비켜있는 듯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장르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길고 깊은 여운을 주기도 한다.
이 영화 <살인 소설>도 그런 어처구니 영화의 한줄기를 더한다.

그런데 마냥 어처구니 없이 실소하는 영화가 아니라 끝까지 보고 나면 다시 생각나는 장면 장면들에 아, 하는 탄식이 뒤늦게 나오게 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벤져스나 히어로물 영화들 속에서 이런 영화도 있구나, 하는 일탈의 영화를 감상해보는 것도 색다른 영화 감상법일 것이다.
이경석(오만석)은 시장 선거 후보가 되어서 당선가능성이 높은 유력한 후보가 된다. 최고의 순간이 눈앞에 펼쳐질 예정인 것.

장인어른(김학철) 또한 오랜 정치생활을 하면서 입지가 굳어진 인물인데 경석에게 비자금을 시골에 있는 별장에 숨기라는 지시를 받는다. 경석은 장인의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서 별장으로 향한다. 불륜 애인인 이지영(이은우)와 함께.
그런데 경석은 별장에 도착하기 이전에 본의 아니게 누런 개를 차로 치어 죽이게 되었는데 이 장면을 멀리서 김순태(지현우)가 보게 된다.

별장에 도착한 경석과 지영은 근처에 있는 호수에 간다. 호숫가에 있는 배를 올라 유희를 즐기게 되는데 배가 호수 가운데로 떠내려가 버리는데 이를 역시 순태가 보게 되고 순태가 경석과 지영을 도와주게 된다. 그리고는 순태는 이들에게 누렁이를 못 봤는지 물어본다. 다 알면서 물어보는 순태는 이미 이들에 대한 생각이 정해진 듯.
경석은 모른다고 딱 잡아 떼고 순태는 이 때부터 경석과 지영에 대한 복수 아닌 복수, 그게 아니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행위 같은 스릴러가 펼쳐진다.

개요를 스릴러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유머 코드로 접근해도 충분하다. 아니면 그냥 위에 말한 어처구니 영화의 한 장르라고 봐도 되겠다.
다만 영화는 그렇게 가벼움을 배경으로 하면서 톡톡 튀는 대사와 적나라한 감정의 표현으로 의외의 성과를 거둔다. 예를 들어 지현우가 경석역을 맡고 오만석이 순태역을 맡아도 좋았을 것 같은데 착한 역을 주로 하던 지현우가 처리하는 대사들은 뜬금포처럼 어색하다가 잘 어울린다. 웃기다가 찔금하게 하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쉽게 쓰여진 게 아닐 거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순태의 어릴 적 꿈은 바로 작가였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이자 핵심 단서인 이 작가라는 꿈은 순태의 행위와 경석을 부리는 의도를 꿰뚫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경석은 정치인으로서 거짓말에 능숙하고 임기응변에도 뛰어나다는 것을 순태가 간파하고 그를 역으로 이용하는 장면들이 쏟아지면서 영화는 반전의 반전의 반전으로 향한다. 반전에 대한 만찬이 펼쳐지면서 끝으로 갈수록 저 장면이 다음엔 어떻게 거짓으로 혹은 반대로 뒤집어질지 기대하게 될 정도로 끝없이 순태의 놀이는 계속 된다.
그리고 또하나의 작가가 있는데 바로 경석의 아내 염지은(조은지)이다. 아버지를 뒷배경으로 소설가가 되어서 활동중인데 이 또한 영화 제목인 <살인 소설>이라는 무게에 의미를 더한다.
<데드 캠프> 시리즈처럼 낯선 곳에서의 공포 살육, <구타유발자들> 같이 한적한 시골에서의 현지인과 한바탕 소동이 펼쳐지는 기이한 하룻밤 사이의 이야기가 몸 액션만큼 대사 액션이 펼쳐지는 이 영화는 인간의 양면성을 건들면서도 정치까지 언급하는 다양한 주제의 스팩트럼을 보여주는데 마침 다음달 6월에 선거가 있으니 지금쯤 보면 좋을 이야기거리이다.

지루한 정치이야기 속에서 정치가 엔터테인먼트화 되는 지금의 시류에 맞춰 풍자하고 비꼬고 해학으로 버무리는 대사들은 듣다보면 은근히 속이 시원하다.
그리고 그것이 어리숙하면서도 무언가 진중한 지현우의 표정과 목소리로 들어보면 권력형 갑질에 대한 약자들의 반격이 이미 깊게 시작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도 하다. 한정된 공간, 갇힌 상황에서의 소동극으로 볼 수 있기에 한편의 연극을 본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지금 여름으로 향하는 시점에서 영화 속 계절이 초겨울임을 볼 때 영화를 보고 나면 서늘한 느낌이 드는 것도 위에서 언급한 기이한 영화 경험으로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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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과 스릴 영화를 좋아하는 분
재치있는 대사와 상황극을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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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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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소설>을 추리스릴러로 접근한다면 상당히 당황할 수 있다. 서스펜스로 시작하여 블랙코미디로 진행하다 스릴러로 마무리하고 싶었다는 김진묵 감독의 의도가 절반만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화는 블랙코미디 성격이 강하다. 온갖 갑질 관련 사건이 뉴스를 도배하는 요즘 <살인소설>은 갑질 정치인 부녀와 그들의 충실한 개 같은 사위이자 남편(오만석), 그리고 그 내연녀의 꼬이고 꼬인 하루를 그린다. 하룻밤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풀어놓는 이야기가 정교하지는 않지만, 예측불허의 묘미가 있다. 소 같은 눈망울과 청순한 표정으로 술술 거짓말을 지어내는 정체불명 소설가 지현우와 힘 빡주고 강약약강의 전형을 시전하는 정치 꿈나무 오만석의 대결 구도가 흥미롭다. 여기에 천상천하 유아독존 조은지가 가세하여 갑질과 거짓말 대잔치를 벌인다. 하지만, 정치인을 향한 풍자와 희화는 지나치게 단선적이고 노골적이며. 전체적인 짜임새는 엉성하다. 김진묵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2018년 4월 24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 eunyoung.park@movis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