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우먼
Una mujer fantastica, A Fantastic Woman, 2017
편견은 위험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편견으로 몰아가는 것 역시도 위험하다.
나이차가 심하게 나는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한다고 하면 우린 그 진정성을 의심한다. 저들은 진심으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다른 이유가 있지는 않을까? 물론 그들이 나와 가까운 관계가 아닌 이상에야 그 속내까지 알 필요는 없다. 그들은 나와는 무관한 삶을 살아가는 타인일 뿐이다.
하지만 그 안엔 반드시 나쁜 의도가 숨어있을 거라는 의심이 든다. 의심은 불신이 되고, 그런 불신들이 모이면 점점 확신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여러 직간접적인 경험들을 통해 만들어진 편견이 이를 뒷받침한다. 보다 나쁜 버릇은 그들이 감추고자 하는 새카만 부분을 훤히 까발리고 싶은 욕망이다. 단지 알고자 하는 욕망이 아니다. 타인의 흠을 들춰내고 싶은 욕망이다.
그녀는 대체 무엇 때문에 늙은 남자와 만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유추는 가능하다. 그렇다. 그녀의 목적은 따로 있을 것이다. 아니!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그들 사이를 결코 사랑이란 단어로 합리화시켜서는 안 된다. 설령 12명의 성난 배심원들 모두가 그녀의 변명에 마음이 흔들렸다 할지라도, 우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그녀는 지금 세상 모두를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젊은 여자가 늙은 남자와 만나는 이유는 오직 그뿐이라고,
그리고 드디어 때가 찾아왔다. 늙은 남자 오를란도(프란시스코 리예스)는 죽고 젊은 여자 마리나(다니엘라 베가)만 남게 되었다. 이제 그녀를 의심하는 눈들은 그녀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헌데 알고 보니 그녀는 마리나가 아닌 다니엘이었다. 여자처럼 꾸민 채 여자로 살아가는 남자, 남자로 존재하지 못하는 남자. 남자와 여자의 경계에서 그 어느 쪽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박쥐만도 못한 존재.
그 순간 우리들 마음속엔 또 다른 의심이 싹트기 시작한다. 문득 오를란도의 죽음이 자연스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여자로 착각하고 볼 때완 달리 이제 그(녀)의 모든 행동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녀)가 병원에서 도망치려 했던 장면도 의심스럽고,
그(녀)가 전날 밤 섹스를 했는지 모른다는 답변도 의심스럽다.
그(녀)는 대체 무엇을 노리고 늙은 남자의 아파트에서 지냈던 것일까?
그(녀)는 왜 그를 죽인 것일까?
늙은 남자 주변인들 대부분은 우리처럼 그(녀)를 의심한다. 그리고 그(녀)의 존재를 매우 역겹고 더러운, 괴물 같은 것으로 여긴다. 그(녀)도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지만 그들은 그(녀)를 보통의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녀)에겐 폭행을 저질러도 그만이고 폭언을 일삼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녀)는 그들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이물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색안경을 벗지 못한 우리는 그(녀)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엔 없다. 하지만 편견은 쉽게 벗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벗으라고 강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화 속 마리나를 좋게 봐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녀)의 모든 것을 불편하게 바라볼 수도 있다. 이성이 아닌 동성을 좋아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런 행위를 싫어하는 것 역시도 개인의 자유다. 서로 상충되는 가치일 뿐, 그것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타인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가 문제가 될 뿐이다.
마리나는 오를란도가 남기고 간 것들을 전부 돌려준다. 자동차와 아파트도 돌려주고 오를란도 유골(화장한 재)의 일부마저 거부한다. 그러나 오를란도의 사물함 열쇠를 열어본 뒤 그녀의 행동은 달라진다. 유가족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며 그들이 키우던 개라도 돌려달라고 요구한다. 그리고는 화장터로 찾아가 오를란도의 흔적을 쫓는다.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다. 죽은 남자를 보며 마리나는 깨달았을 것이다. 그가 그녀에게 남기고 간 것이 무엇이었는지.. 타인에 의해 진정성을 의심받던 그들 사이가 실제로는 어떤 의미였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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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대한 생각을 바꿔보실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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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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