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매일 새롭게 보였던 포도밭 풍경이 항상 똑같다고 느껴지던 어느 날 장남 ‘장’(피오 마르마이)은 넓은 세상을 향해 떠난다. 10년 만에 돌아온 ‘장’을 비추며 시작하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은 특출나진 않지만, 은은한 감동과 소소한 재미를 지녔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와인 감각을 보였고 아버지 곁에서 와이러리를 지켜온 둘째 딸, 막내로 듬뿍 사랑받았던 셋째 아들 그리고 동생들은 몰랐던 무거운 책임감과 서운함에 상처받았던 첫째. 10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삼 남매의 재회는 어딘가 어색하고 차마 드러내지 못한 원망이 섞여있지만, ‘가족’ 만이 가능한 화해의 모습을 보인다. 포도의 수확 시기를 정하고, 와인 맛의 배합을 고민하는 등 그 해의 와인을 만들면서 삼 남매는 점차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다.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를 내세움에도 감동의 증폭을 위해 작위의 함정에 빠지지 않은 게 영화의 미덕.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가족애를 전한다. <스페니쉬 아파트먼트>(2002),<차이니즈 퍼즐>(2013) 등 주로 도시를 배경으로 작품을 선보였던 세드릭 클래피쉬가 소박한 부르고뉴를 배경으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8년 5월 3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