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메이커
The Cakemaker, 2017

베를린에서 조그마한 케이크 가게를 꾸려 나가고 있는 토마스는 단골손님 오웬을 사랑하고 있다. 토마스가 만드는 케이크를 극찬하며 출장을 올 때마다 들르게 된다고 말하는 오웬은 이스라엘 출신으로, 토마스와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만난다. 그러나 오웬은 이미 가정이 있는 남자로서 둘 사이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그러던 어느 날, 오웬은 이스라엘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알 리 없는 토마스는 오웬의 행방을 찾아 헤맨다. 그는 결국 오웬의 죽음을 알게 되지만, 베를린으로 돌아가지 않고 오웬이 살던 이스라엘에 머문다. 그는 오웬의 아내인 아나트를 찾아가 그녀가 일하는 카페에 일자리를 구하고, 자신이 오웬의 불륜상대였다는 사실은 철저하게 감춘다. 토마스는 결코 아나트에게 상처를 주거나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남편을 잃은 그녀의 옆에 머물 뿐이다. 토마스는 아나트의 아들을 위해 쿠키를 구워 주거나, 베를린에서 케이크 가게를 운영했던 노하우를 살려 맛있는 케이크로 손님들을 모으고 레시피까지 알려준다.

진중하고 꼼꼼한 성격의 토마스는 금새 아나트의 신뢰를 얻는다.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 아나트는 자연스럽게 토마스에게 빠져든다. 토마스는 아나트의 아들에게도 호의를 보여주며 든든한 의지가 되어준다. 토마스와 아나트의 사이는 결코 나쁘지 않다. 그러나 비밀은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다. 토마스와 오웬의 불륜사실을 알게 된 아나트는 또다시 깊은 상처를 입고 토마스를 내쫓아버린다.

동성 간의 사랑, 불륜이라는 소재 때문에 다소 파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이다. 사랑했던 남자가 죽은 뒤 그의 가족을 찾아간다는 이야기 또한 거북할 수 있다. 하지만 <케이크 메이커>에서는 소재가 주는 단순한 클리셰를 따라가지 않는다. 이야기는 철저히 토마스와 아나트의 심리묘사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극중 오웬은 5개국어가 능통한 유대인으로, 이러한 장점을 살려서 여러 나라를 오가며 일한다. 그는 결코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오웬이 상당히 자유로운 성향의 인물이며 한 곳에 안주하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그는 아내가 있으면서도 토마스와 사랑을 하는 바이섹슈얼로, 사실상 베를린이 아닌 타국에도 애인이 있었을지 모른다. 단순히 바람기라고 정의할 수 없는 성향을 가진 인물이기에.

토마스는 그런 오웬을 사랑했다. 아나트 또한 남편에게 헌신했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토마스와 아나트의 공통점이라고는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토마스가 아나트의 곁으로 오게 되면서 접점이 없었던 두 사람의 삶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케이크 메이커>에서 동성애와 불륜에서 오는 자극적인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영화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잔잔한 풍경을 보여주며, 등장인물의 대사와 눈빛으로 많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깊은 상실감에 빠진 두 사람이 곁에는 달콤한 케이크와 맛있는 쿠키, 따뜻한 코코아가 있다. 사랑은 결코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는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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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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