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았다
Custody , 2017
미리암과 앙투안은 이혼한 부부다. 그들 사이에는 줄리앙이라는 열한 살짜리 어린 아들이 있는데, 미리암과 앙투안은 줄리앙의 양육권을 두고 치열한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미리암은 앙투안이 자신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스토킹까지 하며, 아이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앙투안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그는 오히려 아내가 아이들을 속여 자신을 가정에서 내쫓으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관객은 미리암과 앙투안 두 사람 중에서 누가 거짓을 주장하고 있느냐를 가려내야 하는 입장이다. 관객은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라 사건을 바라보는 관계자의 입장에 서게 된다. 그리고 끝내 법원은 앙투안의 권리를 인정해준다. 줄리앙의 양육권은 양분되어 미리암과 앙투안에게 나눠지고, 어린 줄리앙은 필수적으로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부부에게 내려진 최적의 판결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관객은 곧 깨닫게 된다.
고작 열한 살짜리인 소년은 아버지를 경멸한다. 앙투안은 법원에 호소했던 것처럼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아내인 미리암을 비롯, 아이들에게 집착하고 그 결과는 끔찍한 폭행으로 이어진다. 앙투안은 가정폭력범죄자였다. 그가 줄리앙의 양육권을 얻으려고 했던 이유는 바로 미리암의 거처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앙투안은 줄리앙과 만날 때마다 어린 아들을 협박하여 어머니의 연락처와 거주지를 집요하게 캐묻는다.
타인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앙투안은 미리암의 집에 수시로 무단 침입한다. 그럴 때마다 폭행을 휘두르고 그 수위는 나날이 심해져만 간다. 미리암과 줄리앙, 누나 조세핀은 아파트에 거주하며 단란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앙투안의 등장으로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법원이 자기 손을 들어주었다는 사실에 만족한 앙투안은 더욱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가정폭력은 단순히 가정 내 불화가 아니다. 극중 미리암과 줄리앙, 조세핀은 수시로 목숨의 위협을 받으며 주변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살해당했을지도 모르는 극한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즐거운 생일파티 도중에도 주위를 살펴야 하고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들의 심정을 과연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줄리앙의 양육권이 양분된 이후의 나날을 그리고 있다. 긴 재판이 끝난 뒤에도 이들의 고통은 계속되는 것이다. 관객은 극중 인물들의 고통을 낱낱이 지켜보며 잘못된 재판이 어떤 비참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 수 있다.
극중 앙투안은 상당히 용의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가족들을 협박하고 폭행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때문에 판사는 앙투안에게 접근금지 명령조차 내리지 않았고, 이는 미리암과 줄리앙이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게 만들었다.
오늘날에도 수없이 많은,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가정폭력의 심각성은 더욱 크게 부각되어야 한다. 또 가해자에게는 엄중한 처벌을 내려 이전과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가정폭력 문제를 가정 내부의 문제로 판단하고 가벼운 처벌이나, 제대로 된 수사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
|
 |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
|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각자 변호사를 대동한 채 판사 앞에 나란히 앉은 부모의 공방으로 문을 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가정 내 폭력을 면밀하게 관찰한다. 면접 거부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아 억지로 아버지와 정기적인 만남과 일정 시간을 함께 보내야만 하는 11살 ‘줄리앙’. 소년의 흔들리는 눈 속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하다. 아버지가 표출하는 애정과 분노, 극단을 오가는 감정을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까닭이다. 영화는 인위적인 효과음과 분위기를 심화시키는 배경 음악의 사용보다는 차 소리, 문 닫는 소리 등 생활 소음을 활용하여 팽팽한 긴장감을 시종일관 유지한다. 희번득한 눈빛의 아버지, 조심스럽게 외면하는 소년, 지친 표정의 엄마, 자기만의 탈출구를 마련한 누나, 가족의 일원 중 누군가가 어떤 끔찍한 일탈을 벌일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하며 영화는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찰랑거리는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폭력에 누가 마침표를 찍을지, 과연 마침표가 존재하기는 하는지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자비에 르그랑이 데뷔작인 단편 <모든 것을 잃기 전에>를 바탕으로 장편화한 작품이다. 첫 연기에 도전한 토마 지오리아는 불안한 소년 ‘줄리앙’을 훌륭하게 소화했고, 레아 드루케와 드니 메노세가 각각 엄마와 아빠로 분해 서스펜스를 쌓아갔다.
2018년 6월 18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 eunyoung.park@movist.com )
무비스토리
최신방송
좋아요 :
5명
글쎄요 : 0명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