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루시!
Oh Lucy!,2017

지난 6월 영화 <오 루시!>가 일본 개봉 두 달 여만에 한국에서도 개봉관을 열었다. 연기파 배우 테라지마 시노부, 야쿠쇼 코지 등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 배우들 뿐 만 아니라 헐리우드 꽃 미남 배우 조쉬 하트넷의 출연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연출을 맡은 히라야나기 아츠코 감독은 일본계 미국 영화제작자로 알려져 있는데, 단편 영화로 제작하여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작품을 장편 영화화 하여 <오 루시!>를 탄생 시켰다.

주변에 친한 사람 없이 사무실에서 일만 하며 쓸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세츠코(테라지마 시노부). 조카인 미카의 부탁으로 영어 학원을 대신 수강하고 그곳에서 만난 영어 강사 존(조쉬 하트넷)에게 반해 그날로 영어 학원을 다니기로 한다.
자신에게 가발을 주고 루시라는 이름도 지어주며 친절하게 대하는 존을 보며 세츠코는 삶의 재미를 찾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음날 다시 찾은 학원에서 존이 그만두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설상가상으로 조카인 미카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한 세츠코는 결국 영어 학원을 그만두기로 한다. 그리고 몇 일 뒤, 전과 같이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세츠코에게 존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던 미카가 엽서를 보내온다.
여러모로 지쳐있던 세츠코는 단단히 결심이라도 한듯 회사에 휴가를 내고, 존을 만나기 위해 언니이자 미카의 엄마인 아야코와 함께 무작정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데...

영화 <오 루시!>는 주변에 친한 사람 하나 없이 자신만의 삶을 살던 한 여성에게 갑자기 찾아온 사랑으로 인해 바뀐 일상과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처음 영화를 보면 세츠코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존을 만나고 조금씩 바뀌어 가는 그녀를 보면서 착각을 한게 아니가 하는 생각을 했다.
겉으로는 아닌 척 했지만 존이라는 남성에게 관심을 받으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나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사랑의 힘이라고 해야 할지 참으로 오랜만에 받은 관심으로 들떠서 그랬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적극적이고 활달해진 것은 분명하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고민과 결심을 반복한다. 그 과정 속에서 안정과 모험 사이에서 고민 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모습 그대로 살 것인가 새로운 나를 찾아 갈 것인가 결코 하나를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재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새로운 모험을 시도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변화라는 과정을 통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지식이나 감정들을 경험함으로써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밑거름으로 작용 할 수 있다.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결국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여기에 무엇을 하든 그 선택에 의해 다른 사람이 피해 보는 일 역시 없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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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은 사람
조쉬 하트넷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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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쿠로쿠마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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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의 '허그'가 전달하는 온기와 위로의 크기를 무게로 잴 수 있을까. <오 루시!>는 작은 계기로 출발하여 인생에 큰 변화를 경험하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출근길에 자살 현장을 목격했음에도 그다지 동요하지 않고, 감기에 좋은 약을 권하는 선배의 관심을 오지랖으로 치부하며 경멸의 눈길을 던지는 ‘세츠코’(테라지만 시노부). 메마르고 약간은 비틀린 마음을 지닌 매사에 무덤덤한 인물이다. 그랬던 그녀가 ‘루시’라는 예명과 금발 가발을 쓰자 마치 딴 사람처럼 변하여, 사랑을 향해 무작정 돌진하기 시작한다. 조카의 애인, 유부남, 먼 미국 땅에 있다는 것. 이 모든 관습적, 도덕적, 물리적 장애를 허들 넘듯 가뿐히 넘어버린다. 무엇이 그녀를 직진하게 하는가. 제작, 각본, 연출 1인 3역을 소화한 신예 감독 히라야나기 야츠코는 그 동력을 외로움에서 찾는다. 감독은 외로움으로부터 뻗어 나와 여러 얼굴로 주변을 멤도는 감정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도발적으로 내러티브를 펼치며 <오 루시!>를 웃기기도 서글프기도 한 찡한 드라마로 완성한다. 테라지마 시노부의 시니컬과 수줍음을 오가는 표정과 얼굴만 멋진 무책임한 나쁜 놈 조쉬 하트넷의 나른한 기운이 합쳐져 시너지를 발휘, 자칫하면 불편한 이야기로 흐를 수 있는 지점들을 피해간다.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국제장편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2018년 6월 27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