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갓 어 건
Jane Got a Gun , 2015

헐리우드에서 꾸준하게 제작되는 서부극을 보면 서부극 매니아로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 게다가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명배우의 시대극은 색다른 분위기를 전해주기에 현대극과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하물며 <스타워즈>에서 본 인물을 서부극에서 본다면 어떨까? <스타워즈>의 아미달라 의원으로 개성적인 분장을 했던 나탈리 포트만과 오비완 캐노비인 이완 맥그리거의 만남을 먼지가 날리는 거친 황토 벌판의 서부에서 보는 것은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한다.

남북전쟁이 한창인 시절. 제인(나탈리 포트만)의 연인 댄(조엘 애저튼)은 전쟁터로 떠난 후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전사 통보를 받지 못했지만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런 제인의 황폐해진 삶을 다독여준 빌(노아 엠머리히)에게 의지하면서 제인은 서부의 거친 들판에서 희망의 씨앗을 키우며 인생을 다시 추스린다.
그런데 전쟁터에서 돌아온 댄은 제인이 결혼한 것을 알고 실의에 빠져 제인의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절망의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제인의 운명은 또한 그녀를 그대로 두지 않는다. 빌은 총에 맞아 생사를 오가고 악당들은 그녀의 집에 곧 쳐들어와 모든 것을 없앨 기세이다. 스스로 총을 들고 죽음 앞에서 제인은 댄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옛 애인에게 지금의 남편과 집을 지키기 위해서 손을 내민 제인의 심정은 어떤 상황일까.
사실 댄은 포로로 잡혀서 전쟁터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오직 제인만을 생각하면서 버텨온 것. 그렇게 어렵게 돌아왔더니 제인은 남의 여자가 되어 있으니 댄에게 삶의 희망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악당들. 죽음을 앞에 힘없는 존재.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맞설 최후를 준비한다.
서부시대에서 보통 여자들은 남자들의 성적 대상물로 취급되고 소유되는 자산으로 설정된다. 그런데 제인은 그런 시대상을 뛰어넘어 영화 제목처럼 스스로 총을 잡고 물러서지 않는 저항의 상징으로 일어선다. 도망가지 않고 비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죽음을 불사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더 이상 잃을게 없는 자의 숙연한 자세이다. 제인은 더 이상 잃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위 줄거리에서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제인은 아이를 잃은 상처가 있다. 그것은 삶의 모든 것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이기에 제인은 남은 삶을 의지할 의욕을 차라리 악당에 대항하는 순간으로 모든 것을 쏟을 작정이었던 것.

남성들의 질긴 역사안에서 꿋꿋하게 목숨을 이어온 여자의 모습은 아이의 엄마로서, 남자의 여자로서 무척이나 의연하다.
한편 제인은 지금의 남편과 과거의 애인 사이에서 고민하고 좌절하며 아픔을 경험한다. 제인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세월은 야속하기만 하다. 그것은 댄도 마찬가지. 포로가 되어서 죽음을 앞에 두었을 때 오직 제인을 생각하며 돌아갈 날만을 기다려온 댄은 결국 가질 수 없는 제인을 보면서 느꼈던 허무함은 온 삶을 다 잃은 느낌일 것이다.

그런데 댄은 완전히 제인을 떠난 것도 아니다. 제인의 집과 뚝 떨어져 있지만 읍내에서 마주치기도 하고 멀리서도 근황을 알 수 있는 지척거리에 터를 꾸린다. 물론 술로 어지럽혀진 집이긴 하지만.
그것은 아마도 제인에 대한 남은 애증이었을 것이다. 다른 남자의 여자이지만 그래도 무언가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어떤 것이 있을 지 모른 그 순간을 위해서. 그리고 그 순간이 기어코 오긴 온다.
후반부로 가면서 영화의 긴장은 꽤나 깊어진다. 쳐들어올 악당들에 대항해서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끝까지 싸울 의지를 다진다. 거대하진 않지만 촘촘하게 엮어진 한편의 액션 영화로 탄생되는 순간이다. 1:1 총싸움보다 더 긴박한 서부극의 긴장감이 내내 흐른다. 그리고 마치 선물처럼, 영화는 의외의 해피엔딩으로 보여준다. 비장한 서부극의 삶을 날것으로 보여주던 기존의 서부극 문법과는 달리 영화는 기분 좋은 마무리를 선사한다.
여성 관객이 봐도 마음이 편하게 관람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더 홈즈맨>과 함께 여성 서부극에 선명한 흔적을 남기는 영화로서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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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극 매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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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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