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느와르
The Backstreet Noir, 2018
김기덕의 나쁜남자에서 그 남자는 이유도 없이 여자를 창녀로 만들어 파멸로 이끈다. 물론 그에게도 어떠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첫눈에 반한 여자가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녀를 자신의 위치로 끌어내렸을 수도 있고, 혹은 과거에 죽은 어떤 여인과 많이 닮았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던 화물차에서 몸을 팔던 여자는 찢겨진 사진 속의 여인, 즉 나쁜 남자의 과거 애인이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죽은 그녀와 닮은 여자를 발견한 남자가 그녀가 진짜 그녀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런 짓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고 가정할 수도 있기에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 양아치 느와르는 그런 류의 이야기와는 다르다. 윤희성(곽지유)이 남자들에게 끌려 다니며 몸을 파는 상황은 비슷해 보일지라도 그 시작은 오로지 복수심에 있다. 배창도(김병철)와 함께 사는, 언젠가는 그의 아내가 될 애인 송미영(한여울)을 죽인 여자가 바로 윤희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강제로 몸을 판다. 물론 그게 가능한 이유는 기억상실증에 걸렸기 때문이며, 진짜 이유는 그들이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쌈마이 복수극이 로드무비 형식으로 그려지면서 본래의 목적은 많이 희석된다. 배창도가 윤희성을 끌고 거제도로 향한 이유는 오직 그녀를 죽이기 위함이다. 죽은 애인의 고향에서 그녀에게 복수를 하기 위함이며 죽은 애인의 가족에게 그녀를 죽일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한다. 차라리 기억이 온전한 여자였더라면, 그녀가 술을 마시고 사람을 죽인 뒤 쌍욕을 퍼붓던 그녀였더라면 상황이 이렇게 복잡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보는 관객들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초반부만 하더라도 그녀는 반드시 죽여야 할, 배창도의 말처럼 토막을 내버려도 시원치 않을 여자였다. 그러나 머리를 다쳐 순수해진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나쁜 남자들에게 끌려 다니며 몸을 파는 불쌍한 여자가 되어버렸다. 그런 주제에도 몸을 팔아 그들을 먹여 살리는 것을 온전히 이해하며 그들 전부를 신경 쓰고 폭행을 당하면 치료도 해준다. 아마 스톡홀름 신드롬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양아치 느와르는 오로지 차파국 김병철만을 보기 위해 접한 작품이다. 그는 이미 스카이 캐슬을 통해 본인 내면에 존재하는 코믹함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진지함 속에서도 잔잔하게 풍기는 익살스러움은 오히려 억지로 웃기려는 행위보다 나아 보인다. 그를 따라다니는 벌레(서승원)와 갈치(조경현)는 마치 덤 앤 더머처럼 열심히 양념을 치지만 배창도가 없었으면 너무 가볍게만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이 죽는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더욱 슬퍼 보이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이 작품은 기대 이상의 작품이었다. 매우 진지하게 보이던 배창도의 복수심이 그의 의도와는 달리 흘러가는 장면도 재밌었고, 마치 실제 인물들을 그대로 옮겨다 쓴 것처럼 보이는 두 바보의 연기도 볼만했다. 윤희성을 연기한 곽지유의 모습에서는 악랄함과 사랑스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으며 그들을 뒤쫓는 악당들과 찌질한 배창도의 형님, 게다가 중간에 잠깐 등장한 지역 토박이 양아치들 역시도 매우 잘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줬다.
다만 코믹하게 즐길 수 있을 법한 이야기가 갑작스런 애인의 죽음을 통해 살짝 브레이크가 걸리고, 그녀를 죽인 여자가 기억을 상실하면서 또 한 번의 변주를 일으킨 뒤 마지막에 씁쓸한 여운까지 남긴 탓에 복잡 미묘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만큼 이 영화는 보는 이들의 감정을 마구 뒤집어놓으며 기대를 무너뜨리기도, 혹은 뛰어넘기도 한다. 그래서 배창도와 윤희성이 섹스를 할 때, 그리고 윤희성이 마지막 복수를 할 때의 감정은 차마 어떤 식으로도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다. 그 감정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직접 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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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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